시골집

[스크랩] 세 사람이 만든 아궁이 () () () 389회

凡草 2011. 5. 21. 18:54

 <389회>


< 2011년, 5월 21일, 토요일, 맑음 >


  세 사람이 만든 아궁이


 거창에 2박 3일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5월 10일 부처님 오신 날에

동주와 아궁이를 만들기로 했다.

 산장에는 진작부터 아궁이가 하나 필요했다. 무엇을 태울 일이

있어도 마당에서 태울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화재 위험 때문에 태우기가 힘들었다.

 오전부터 동주와 나와 아내 세 사람이 달라붙어 일을 시작했다.

동주는 황토흙을 파와서 시멘트와 황토시멘트와 황토흙을 배합하는

요령을 가르쳐주었다.

 

 

 먼저 대리석 기둥을 두 개 세우고 그 위에 하나를 얹어 네모 모양을

만든 다음에 황토 흙 경단을 만들어 돌을 붙여 나갔다. 처음 시작할

때는 대리석 기둥에 어떤 식으로 황토흙을 붙여 나갈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는데 차츰 모양이 드러났다.

 나와 아내는 찰흙 놀이 하듯이 황토시멘트와 황토를 반죽하여

찰흙 경단을 만들어 동주에게 건넸다. 그러면 동주는 돌과 찰흙 경단을

착착 붙여나갔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재미있었다. 나와 아내가 열심히 했더니 동주는

오랜만에 칭찬을 했다.

 “환상적인 콤비네요. 나 혼자 동주원에서 아궁이를 만들 때는 꼬박

 이틀이 걸렸는데 오늘은 하루 만에 다 만들겠어요.”

 찰흙 경단이 다 떨어지면 또 황토와 시멘트를 섞어서 찰흙 경단 재료를

만들었다.

 세 사람이 쉬지 않고 일한 끝에 드디어 저녁 7시에 일이 다 끝났다.

 우리가 힘을 합쳐 일한 덕분에 멋진 아궁이가 탄생했다.

 아궁이를 만들어보니 황토 흙집도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흙 경단을 만들 때 순수한 황토 흙보다는 솔잎이나 지푸라기 등이

들어가야 황토벽이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도 너무 순수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상처받기 쉽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고 거친 일도 겪어봐야 단단해질 것이다.

 

 

 

 오늘 산장에서 풀을 뽑고 새집을 나무에 달았다.

 화명동 롯데마트에서 한 개에 4천 원씩 주고 2개를 사와서

달았다.

 내가 나무에 새집을 다는 것을 보고 도라지집 아주머니가

한 마디 했다.

 “아저씨요, 새집 다는 것은 낭만적이지만 농사짓는 사람들은

 새가 별로 반갑지 않답니다.”

 “새가 무슨 피해를 주나요?”

 “곡식을 쪼아 먹고 새순도 뜯어 먹어서 귀찮답니다. 똥은 또

 얼마나 지저분한데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모든 일은 한쪽만 생각할 게 아니라 다른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야 농사를 짓지 않으니까 새집을 달고 새가 날아오기를

기다리지만 농사짓는 사람들은 새가 미울 수도 있을 것이다.

 도라지집 아주머니가 그 정도로 말하고 심하게 반대하지는

않아서 새집을 달기는 했는데 더 이상 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수에 꽃이 피었다

 

 

 도라지집 아주머니는 종종 나보고 풀약을 치라고 권한다.

잡초가 우거지면 감당을 못한다며 미리미리 약을 쳐야 손을 쓰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어도 나는 풀약을 치지 않는다. 무공해 채소를

먹기 위해서 이런 산장을 하는데 꼭 약을 쳐야만 할까?

 몸이 힘들더라도 일일이 뽑거나 낫으로 벨 작정이다.

 

 자하가 갖다 준 오죽

  

 그러고 나서 우리 산장에 미국채송화가 없어서 도라지집에 얻으러

갔더니 아주머니가 모종을 한소쿠리나 주었다.

 저번에는 돌나물을 주어서 잘 심었는데 오늘은 미국채송화까지

얻었다. 아주머니께 감사드리고 와서 잘 심었다.

 내가 거창에 2박3일, 고성에 1박2일, 이렇게 두 번이나 연달아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에 동주가 산장에서 엄청 일을 많이 했다.

 은행나무도 심어놓고 단풍나무도 옮겨 심었다. 원래 산장 앞에는

측백나무가 있었는데 단풍나무 2그루로 바꿔 놓았다.

 

 

  몸살이 날 정도로 일을 많이 했다고 해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했다.

 동주가 일해 놓은 걸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아마 내가 해놓은

걸 보면 마음에 안 들 것이다. 그래서 큰일은 내가 안 하고

동주에게 자꾸 미룬다. 내가 어설프게 해봐야 동주가 다시 할 게

틀림없으니 말이다.

 

 동주와 함께 심은 붓꽃

 동주는 지금 초등학교 교감인데 원예기능사나 건축가를 해도 잘 할

것이다. 그 학교 선생님들도 나처럼 대충대충 일하다간 동주한테

잔소리를 많이 듣지나 않을는지....

 동주가 일하는 것을 보니 나는 일찌감치 학교에서 나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교장이나 교감이 되려면 일하는 수완도 있어야 하고

안목도 높아야 하는데 나는 그런 자질이 부족하다.

 산장도 아마 동주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엉성한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동주 덕분에 멋진 모습이 되었고 이젠 전체적인 틀이 거의 다 짜여졌다.

 나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산장에 오면 풀이라도 열심히

뽑아야겠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하우스 안에 무엇이 기어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았더니 뜻밖에도 박쥐였다.

 아니 대낮에 박쥐가 어디서 나왔지? 아마 며칠 전에 들어와서

구석에 숨어 있다가 이제 나온 모양이었다.

 지난주에 산장에서 잘 때 밤에 무엇이 부시럭거려서 혹시

뱀이나 쥐가 들어온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제야 정체를

알았다.

 내가 자연을 좋아하는 줄 알고 산장을 방문한 것일까?

 나는 손으로 잡아서 밖으로 날려 보냈다.

 박쥐든 새든 고라니든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

 

 백금자씨가 보내준 꼬리진달래와 삼지구엽초를 심었다.

세울 편에 건네 받느라 며칠 차 안에서 몸살을 했다는데

잘 살아날지 모르겠다.  멀리서 들고 온 금자님께 감사드린다.

 

 

 

 소이가 작년에 보내준 댑싸리 모종 가운데 딱 한 그루가 살아남아서

가을에 씨를 맺었는데, 올해 보니 그 한 그루에서 엄청 많은 모종이

생겼다.

 단 한 그루라도 살아남기만 하면 이렇게 많은 모종으로 번지는 것이다.

 

 

 동화 공부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습작할 때는 동화가 제대로 써지지

않지만 한 편 두 편 써 나가다 보면 댑싸리 모종이 번지듯이 점점

글솜씨가 좋아지는 법이다.

 처음부터 잘 쓸 수는 없다.

 어설픈 동화라도 한 편 써 보기 바란다. 그게 실마리가 되어 조금씩

나은 동화가 나올 것이다.

 올 가을에는 풍성한 댑싸리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댑싸리를 볼 때마다 고마운 소이 얼굴이 떠오른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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