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 아니라.... (414회)

凡草 2011. 10. 25. 22:49

<414회>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 아니라....

 

< 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맑음 >

 

22일과 23일은 부산아동문학 세미나가 있어서 합천에 다녀왔다.

정다운 선후배들과 어울려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승태 사무국장의 아이디어로 마니또 게임을 했는데 남자와 여자가

짝을 맞추어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여흥 시간에는 노래도 같이 불렀다.

여태 선배들이 전혀 시도해보지 못한 새로운 게임을 해보았는데 덕분에

많이 웃었다.

울산아동문학 회원인 엄성미씨가 이번에 같이 갔는데, 부산 아동문학

회원들이 참 재미있고 정답게 보인다고 했다.

우리는 30년 이상을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서로 정이 많이 들었고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 어린이들처럼 싱거운 일에도 곧잘 웃곤 한다.

 

 

 어제는 호포에서 고당봉 옆을 넘어 범어사로 내려갔다.

 범어사 주차장에서 90번 버스를 타고 내려서 다시 마을 버스를 타고

수반으로 들어갔다. 마을 버스 정류소에서 10분만 걸으면 산장이다.

 

 

비가 간간이 내려서 우산을 받고 갔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날마다 아침 등산을 하다가 비가 와서 등산을 못하면

우울하다고 하는데 난 비오는 날이 오히려 더 좋다. 빗방울이 우산에 떨어지는

소리도 듣기 좋고 고즈넉해서 운치가 있다.

다만 밥을 먹을 때가 좀 불편한데 비오는 날에는 바게트 빵이나 참치와 같은

행동식을 준비하면 그것도 문제가 없다.

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월요일에는 등산을 한다. 비가 올 때는 미끄러운

바위 능선만 피하면 그리 위험하지 않다. 비가 오는 날에는 오솔길 같은

코스를 선택하면 무난하다.

 

 

 산은 또 하나의 내 정원이다.

숲길을 걸어보니 소나무 잎도 수북히 떨어져 있었고 단풍잎도 빨갛게

물들어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가을에는 단풍이 들고 나뭇잎이 떨어지니까 떠나는 계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봄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꽃을 피워서 씨앗을 맺고 가지에는 새눈을 매단다. 헌잎은 아낌없이 떨어뜨리고

새잎을 내밀 눈을 안고 겨울을 맞는다.

사람들은 겨울나무를 보고 을씨년스럽다거나 안쓰럽게 보인다고 하지만

사실은 가장 편안한 계절이다. 모든 것을 다 비워내고 푹 쉬는 계절이다.

봄과 여름내 잘 자라고 많은 열매를 맺었으니 포상 휴가를 받은 것이다.

식물들은 겨울을 그냥 헛되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강하게 키워서

봄에 무럭무럭 자라도록 한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없으면 씨앗이 싹트지

않는다. 한여름에는 상추씨를 뿌려도 발아가 잘 되지 않는데 이럴 때는

상추씨를 일부러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뿌리면 발아가 잘 된다.

씨가 겨울을 보낸 줄 착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하면 걸림돌로 여길 게 아니라 디딤돌로

승화시켜야 한다. 나무는 겨울 추위가 없으면 나이테가 생기지 않는다.

열대 지방에 있는 나무들은 나이테가 없다고 들었다. 나이테는 강추위를

이겨낸 것을 스스로 칭찬해주는 동그라미다.

 

 

 

산장에 가니 계곡 건너편 숲이 알록달록 물들어 가고 있다. 배롱나무도

빨갛게 물든 나뭇잎을 달고 있다.

아직 단풍나무는 초록색이다. 부산은 기온이 높은 편이라 11월 첫주는

되어야 단풍이 절정이다.

 

 

파가 제법 자랐다. 조금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파김치를 담아 먹어도

될 것 같다.

배추도 한 주가 다르게 잘 크고 있다.

항아리 사이에서 구기자도 살아났다.

 

 

 

박주가리는 자기 씨앗을 멀리 퍼뜨리려고 저렇게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씨방을 맺었다. 아무리 뽑아내도 악착같이 살아나는 박주가리다.

박주가리의 끈질긴 모습을 배우고 싶다.

 

 

구절초가 많이 피었다. 구절초 꽃을 따서 찜솥에 1분 30초 정도

뜨거운 김을 쐬었다가 말리면 뜨거운 물에 차로 잘 우러나온다.

가을에 마시는 구절초 차 향기가 그윽하다.

요즘에는 여러 가지 차가 많아서 산국차는 잘 안 마시는데 산국도

많이 늘어났다.

 

 

 

 

오성과 한음 호박.. 도라지집 호박넝쿨이 우리 밭으로 들어와서 컸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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