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회>
피서, 멀리 갈 거 있나?
< 2012년 7월 28일, 토요일, 맑음 >
날마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 양산은 38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산장으로 갔다. 하도 더워서 일할 엄두도 못 내고 계곡으로 바로 들어갔다. 산장 옆에 계곡이 있어도 잘 들어가지 않았는데 너무 더우니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발만 담갔다가 나오려고 했는데 아내가 파라솔을 가져오고 평상도 갖다 놓자고 하면서 자리 잡을 준비를 했다. 조금 있으니 물속에 그럴 듯한 쉼터가 생겼다. 물속에 무릎까지 넣어보았더니 정말 시원했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참 좋다. 유명 관광지에 가면 사람들이 복닥거리는데 여긴 우리만 있으니 한적하다.
물도 깨끗한 편이라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다. 비가 오면 물이 많지만 지금은 물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두 사람이 몸을 담그기에는 충분했다.
물속에서 더위를 식히며 책을 읽었다. 오늘 읽은 책은 <타력>이다. ‘타력’이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을 말하는데, 전지전능한 신일 수도 있고, 우주의 무한한 에너지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내가 원한 대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모두 내 책임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우리를 살게 하기도 하고, 의욕조차 생기게 해주지 않을 때도 있는가 하면, 또 생각지도 못한 용기와 투지를 가져다 줄 때도 있다. 내가 가진 힘 이상으로 무엇을 잘 했을 때 그것은 타력이 도와준 덕분이다. 그러므로 내가 다한 양 뽐내지 말아야 한다. 내가 최선을 다했어도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타력이 도와주지 않은 것이다. 타력이 나를 도와줄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약한 존재다. 힘이 모자랄 때가 많다. 그럴 때는 타력이 도와줄 수 있도록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야 한다. 내가 내 힘만으로 다할 수는 없다. 타력이 나를 채워줄 수 있도록 마음을 비워 놓아야 한다. 이 책을 읽어 나갈수록 점점 빨려 들어갔다. 일본 소설가 이츠키 히로유키가 저자인데 상당히 철학적인 내용이면서도 쉽게 썼다. 그의 사상이 나와 닮은 점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해가 지려고 할 때 예초기로 풀을 베었다. 예초기 날이 무디어졌는지 풀이 잘 베어지지 않았다. 날이 더우니 땀이 비오듯 흐른다. 잠깐 일하고 땀을 닦았다. 반 정도 베고 나서 계곡으로 들어갔다. 더위가 금방 달아났다.
아내가 요즘에는 반찬 만드는 것이 귀찮다고 한다. 결혼하고 30년 이상 부엌일을 하였으니 싫증날만도 하다. 그래서 내가 한 가지씩 요리를 배우기로 했다. 나는 요리 하는 것이 즐거우니 아내한테 종종 만들어줄 생각이다. 오늘은 가지 나물 만드는 법을 배웠다. 가지를 뜨거운 물에 데쳐서 후라이펜에 볶는 방법이었다. 이건 쉬워서 금방 배웠다.
닭백숙 만드는 법은 지난 주에 배웠다. 아내가 가르쳐준 방식은 닭에 찹쌀, 마늘, 대추와 마트에서 파는 황기 같은 한약 재료를 넣은 방식이지만, 나는 응용해서 산장에 있는 초석잠, 뽕나무, 삼백초, 천궁, 질경이 등을 넣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었더니 아내가 맛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배운 것이 몇 가지 안 된다. 깻잎을 쪄서 고추가루와 마늘과 간장을 혼합한 양념장을 발라 반찬 만드는 법, 닭도리탕, 약초 닭백숙, 가지나물 - 이렇게 겨우 네 가지다. 앞으로 틈나는 대로 배워서 요리를 잘해보고 싶다.
월요일 저녁에 은우 백일 잔치를 간소하게 했다. 아들 내외와 저녁을 먹으면서 축하를 했다. 은우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둔한 아이는 아닐 것 같다.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서 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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