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7회>
젖소와 함께
<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맑음>
어제 토요일에는 성일경씨 차를 타고 언양으로 갔다. 언양 차리에 있는 유진목장으로 가서 주인 내외와 함께 고헌산 자락을 한 바퀴 돌았다. 어제 참석자는 성일경씨, 나와 아내, 유진목장 부부, 다인씨와 아들 이렇게 7명이었다. 선희씨는 몸이 아픈데도 끝까지 함께 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점심을 김밥으로 간단히 해결한 다음 유진 목장으로 돌아와서 돼지고기 바비큐를 먹었다. 유진목장은 언제나 고향처럼 푸근하게 느껴진다. 주인 내외가 인정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유진목장에는 멋진 바비큐판이 있어서 모일 때마다 고기를 구워 먹는다. 술은 하수오술, 지치술, 보리수술 등을 마셨다. 고기도 맛있고 술도 양주 못지않게 좋았다. 바비큐 판에 밥을 볶아 먹으니 특별한 맛이었다.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나서 소 구경을 하였다. 송아지도 보고 꽃사슴도 보았다. 그전보다 소가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유진목장의 둘째 딸 정해경씨가 얼마 전에 전국 젖소 품평회에 나갔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왔단다. 처녀가 처녀 출전했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 해경씨는 목장에서 자란 딸답게 동물을 좋아해서 부모님 일을 잘 도와준단다. 흔히 젊은 아가씨라면 도시 문화를 좋아하고 부모님이 하는 일을 안 좋게 생각할 텐데 해경씨는 앞으로 부모님 뒤를 이어 소를 돌볼 계획이란다. 참 바람직한 일이다. 유진목장 부부가 딸을 잘 키웠다고 생각했다. 저런 딸이라면 아들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내 자녀들은 시골을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잘못 가르친 것일까?
젖소 품평회에 나갈 때처럼 소와 같이 걷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해경씨는 사양하지 않고 소를 데리고 나섰다. 그 바람에 동네 아이들이 젖소를 보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
나와 아내는 소도 보고 놀다가 성일경씨 차를 얻어 타고 수내 산장으로 들어갔다. 일경씨에게 폐를 안 끼치려고 구서동에 내려달라고 했건만 기어코 수내 입구까지 태워다 주었다. 일경씨는 여태까지 늘 우리 부부를 태워주었고, 시간 약속을 하면 언제나 30분 먼저 나와서 기다렸다.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약용식물관리사, 제빵 만드는 법 등을 배웠고, 요즘에는 박사학위 공부까지 한다고 하니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인지 알겠다. 저렇게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회사가 어려워도 쫓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마늘을 다 심지 못해서 오늘 마저 심었는데 비가 통 오지 않아서 싹이 잘 날지 모르겠다. 지난여름에 무척 더울 때 계곡에 들어가면 미국자리공이 그늘을 드리워 주었는데 이젠 시들어서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그래도 자리공만 보면 여름 생각이 난다.
산국이 진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산국 근처에만 가면 강한 향이 진동한다. 이제 구절초가 만개를 하였다. 다른 꽃들은 다 졌는데 하얀 꽃을 활짝 피우니 보기가 좋다.
남들과 똑같이 피는 것보다 남들이 안 필 때 피면 더 돋보인다. 사람도 그렇지만 꽃도 남과 다르게 피어야 대접을 받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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