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회>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어!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맑음>
아침을 먹고 산장으로 달려갔다. 제법 큼직한 호박 하나를 마지막으로 땄다. 올해는 호박 구덩이를 제대로 만들지 않아서 그런지 잎은 무성해도 열매가 잘 열리지 않았다. 호박을 몇 개 못 따 먹었다.
내년 봄에 심을 호박 구덩이를 미리 만들었다. 지금 하지 않고 미루어 두면 봄에 허둥대다 못하기가 일쑤다. 봄이 되어서 거름을 넣어봐야 호박 모종이 독해서 죽을 수도 있다. 뭐든지 미리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겨울에 봄을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구덩이 안에 거름을 듬뿍 넣고 흙을 덮었다.
구덩이를 만들기 위해서 흙을 파는데 비닐 뭉치가 나왔다. 이곳이 못 쓰는 하천 부지라 누군가가 비닐 멀칭을 하고 남은 비닐을 여기다 함부로 묻은 모양이었다. 나는 비닐 멀칭을 잘 하지 않는데 이런 걸 했다면 뒷처리를 잘 해야 할 텐데 너무 황당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하다가 연뿌리 통을 감싸는 보온 재료로 썼다. 연을 심은 통이 땅 위에 있어서 연 뿌리가 얼어죽을 염려가 있어서 흙으로 덮어 주어야 하는데 비닐로 감싸고 흙을 채워주면 되겠다. 못 쓰는 비닐도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는 쓸모없는 것이 전혀 없다. 몰라서 그렇지 어디든 다 쓸 데가 있다. 더럽고 지저분한 비닐 뭉치도 쓸 데가 있으니 다른 것인들 말해 무엇하랴?
광주에 사는 손동연씨가 동시집을 한 권 보내주었다. 손동연씨는 기발한 동시를 많이 쓴다. 나는 손동연씨가 쓴 동시를 좋아한다. 이번 동시집은 <뻐꾹리의 아이들 6편>인데 짧은 동시 속에 참 많은 의미가 들어 있었다.
<농사꾼은 농사철에> 손동연
농사꾼은 농사철에 아프지 않는단다 아플 틈이 있어야 아프든지 말든지..... 아이들도 농사철에 놀지 않는단다 놀 틈이 있어야 놀든지 말든지......
나도 일주일을 바쁘게 보낸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산장에 가고, 월요일은 등산하고, 화요일 오전에는 글나라에서 동화교실 지도하고, 화요일 오후부터 금요일 오후까지는 초등학생들 가르치고, 목요일에는 신세계 백화점 동화교실에 가서 수강생들 가르치고, 목요일 저녁에는 화명동에서 동화창작 교실에 오는 수강생을 가르친다. 게다가 인터넷으로도 짬짬이 동화 창작법을 배우려는 수강생들을 가르쳐야 하니 정말 바쁘다. 그래도 바쁜 것이 좋다. 바쁘다 보니 아플 시간이 없다. 멍하니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바쁜 편이 낫다. 내가 남을 위해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뿔 가진 소가> 손동연
뿔 가진 소가 풀을 뜯는다 뿔을 가지고도 풀만 먹는다 흙과 친해진 사이 성질이 변한 게지 논밭갈이 하는 사이 입맛까지 바뀐 게지
이 시를 보면 소도 참 겸손하다. 강한 뿔을 갖고 있으면 약한 동물들을 들이받아 육식을 해야 할 텐데 강한 뿔을 갖고도 풀을 먹는다. 소가 일하는 곳은 논이나 밭이다. 논과 밭에는 풀이 많다. 그래서 풀을 먹는다고 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소는 풀밭 근처에 사니까 풀을 먹는다. 풀만 먹고서도 엄청 힘이 세다. 나도 육식보다는 채소나 과일을 좋아하고 동물성 음식은 생선을 잘 먹는다. 며칠 전에 어느 카페에서 수수 10킬로그램을 샀는데 택배비까지 84000원 주었다. 마트에 가보니 내가 산 값보다 몇 배나 비쌌다. 수수를 밥할 때 넣어서 해보니 밥이 더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나는 압력솥으로 밥을 해먹는데 여러 가지 곡식을 고루 섞어서 밥을 한다. 현미, 율무, 보리쌀, 수수, 검은쌀, 쥐눈이콩, 팥, 조 등을 넣어서 밥을 해 먹는다. 이런 밥을 먹다가 식당에 가서 먹으면 식당 밥은 너무 싱겁고 단순하다. 공연히 돈을 주고 허접한 밥을 사 먹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밥을 사 먹어야 할 때가 아니면 사무실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다. 반찬도 내가 만들어서 먹고.
마늘 싹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울산대학교에 가서 강의를 했다. 아동복지학과 김영주 교수가 나에게 동화를 배우는데 대학원생들에게 강의를 해달라고 불러서 갔다. 대학원생들에게 ‘아동문학의 이해와 활용’이라는 주제로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강의를 했다. 김영주 교수는 학생들에게 동화를 배우는 스승이라고 소개했다. 동화 지도를 하면서 느꼈지만 김영주 교수는 참 겸손한 사람이다. 서울대학교 박사 출신이라면 자존심이 세거나 잘난 척 할 것도 같은데 그렇지 않다. 거만한 사람이라면 불러도 안 갔겠지만 보면 볼수록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강의를 마치고 음식점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김영주 교수가 울산에 사는 조희양을 불러서 같이 식사를 했다. 조희양도 퍽 반가워했다. 우리는 동화 이야기를 하면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고양에 사는 차영미씨가 친정에 왔다가 화명동 글나라를 찾아왔다. 멀리 있어도 부산 아동문학 모임에 가끔 와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오래 전에 글나라에서 동화를 배운 적이 있는데 요즘에는 동시만 쓰고 있다.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어서 반가웠다.
2012년 동서문학상 동화부문 금상을 받은 이영아씨가 신세계에 나오는 회원들에게 점심을 샀다. 나는 이영아씨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전주에서 인터넷으로 동화를 배우고 있는 선애에게 보냈다. 선애가 요즘 슬럼프라서 자극을 받으라고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준 것이다.
선애가 보고 이런 답장을 보냈다. “와~~ 굉장히 젊으시고 미인이시네요. ㅋㅋ 선생님, 제가 요즘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마냥 귀찮고 재미도 없고 학교도 힘들고... ㅠㅠ” “잘 극복해. 동화 쓰며 이겨내길! 너 믿는다.” 선애는 지금 글나라 동화 교재 204호를 하고 있는데 답안 제출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지금은 제일 앞서 가고 있지만 곧 김영주 교수가 따라 잡을 것 같다. 김영주 교수는 지금 191호를 하고 있으니 불과 13호 차이다. 김영주 교수는 올해 목표가 200호라고 하니 내년 초에는 앞서게 될지도 모른다. 선애도 슬럼프를 잘 이겨내고 동화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겠다.
거창에 귀농을 한 김미정씨 일기를 보니 겨우살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부산은 따뜻하기 때문에 겨우살이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돈을 들고 마트에 가면 뭐든지 다 있으니 겨울을 대충 넘어간다. 미정씨 일기를 보고 나도 겨우살이 준비를 하기로 했다. 먼저 뽕나무 잎을 다 따고 가지를 낮게 잘랐다. 뽕나무가 너무 자라면 뽕잎을 따기가 어렵기 때문에 내 키 높이 정도로 키울 생각이다. 내친 김에 매실과 예덕나무도 가지를 쳐주었다.
그러고 나서 초석잠 뿌리를 몇 개 캐고 가지를 잘랐다. 차로 끓여 마시려고. 개똥쑥 줄기도 끊었다.
초석잠 잎과 뿌리
황량하게 보이는 가을이라 슬쩍 지나치면 먹을 게 아무 것도 없지만 잘 찾아보면 먹을 게 수두룩하다. 산장에 아직 쑥과 나물이 많이 남아 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뜯어서 한겨울에 차나 반찬 재료로 써야겠다. (*)
새로 심은 무궁화 나무 ( 5가지 생즙 재료의 하나다. 쑥, 뽕잎, 박주가리, 구기자, 무궁화)
부추
어수리 싹
11월 하순이 다 되었는데도 미국채송화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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