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39회>
알차고 배울 게 많았던 2013년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청주 가을 세미나
< 2013년 10월 20일, 일요일, 맑음 >
어제 아침 9시에 교대앞에서 소민호씨가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고 부산아동문학 회원 열 사람이 청주로 갔다. 이번에 참석한 사람은 배익천, 소민호, 손수자, 박선미, 구옥순, 공재동, 김문홍, 남순, 김재원, 김춘남 - 이렇게 10명이다. 춥던 날씨도 많이 풀어져서 가을 날씨로는 참 좋았다. 우리는 4시간 이상을 달려 청주에 도착하였고 산채비빔밥 집에 들러 짜글짜글탕을 점심으로 먹고 청주 향교로 갔다.
당아욱
김병규 회장님을 비롯해 홍종의 사무국장과 최은순, 최은영, 이선희, 임서경 등 집행부 간사들이 회원 맞을 준비를 다해놓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우리는 등록을 하고 향교 강당으로 들어갔다. 이곳 청주 향교는 다른 곳에 있는 향교와 달리 향교 본관 건물 외에 강당과 식당, 숙박 시설까지 갖추어 놓아서 교사와 학생, 일반인 연수 장소로 적합한 곳이었다.
세미나 1부가 시작되자 첫 강사로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가 올라와서 조근조근 전화하는 듯한 표준말로 ‘동화와 전통문학’을 강의했다. 김지은씨는 전통 문화에서 소재를 얻더라도 무엇에 대한 이야기로 그쳐서는 안 되고, 생생한 인물을 등장시켜서 극복해야 할 어떤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가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임정진의 바우덕이’, ‘김소연의 남사당 조막이’, ‘박지숙의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 등을 보기로 들었는데 내 제자인 윤자명의 ‘숭례문을 지켜라’도 언급해서 반가웠다.
바우덕이를 지은 임정진, 글나라 원장 김재원, 나뭇잎 성주를 지은 한영미
두 번째 강사는 이상해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였는데, ‘한국 서원 건축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전국에 있는 서원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 강의를 통해 서원 건물에는 쉬고 즐기기 위한 유식공간과, 가르치고 배우는 강학공간, 선현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향공간, 서원을 관리하고 지키는 지원공간- 이렇게 4가지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안선모, 최규순, 김춘옥, 이지현, 고수산나
세 번째 강사는 황정하 고인쇄 학예연구실장이 맡아서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록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었다. 나는 이 강의를 통해 우리가 쓰고 있는 200자 원고지가 한문 서적을 편집하던 방법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광주에서 동화지도를 하고 있는 이성자 선생님, 그 분 제자들과 함께
강의가 다 끝나자 저녁을 맛있게 먹고 노래 자랑 시간을 가졌다. 윤미경, 김금래, 이민정, 박상재, 홍종의 등, 노래 잘하는 회원들이 많아서 흥겨웠고, 김병규 회장님의 개똥벌레도 들었다.
노래하는 소중애씨와 춤추는 박윤규
노래하는 송재찬씨와 이규희, 고수산사, 이상교씨 등....
새로 산 소중애 선생님 폭스바겐 차 앞에서 (공재동 선생님, 박선미, 손수자, 소중애, 남순, 김재원, 구옥순)
김재원, 윤미경, 이성자, ?
10시까지 정한 시간이 끝나자 우리는 아쉬워서 향교 마당에서 김규학씨가 치는 기타에 맞춰 포크송을 부르다가 남은 여운을 더 풀기 위해 시내로 나가서 노래방과 술집을 찾아갔다. 나는 그냥 잠이나 잘까 생각했는데, 옆에 있던 이미애씨가 노래를 못 부르더라도 노력하는 음치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용기를 갖고 밖으로 나갔다. 두 패로 나뉘어 노래를 부르거나 술을 마셨는데 새벽 1시반이 넘자 잠을 자려고 살며시 빠져 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일요일에는 아침을 먹고 세미나 2부를 시작했는데, 먼저 조두현씨가 경복궁을 소재로 동시를 쓰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고, 다음에는 이정석씨가 동시 창작에서의 전통문화 수용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이어서 조경희씨가 ‘천년의 사랑, 직지’를 쓰기까지 체험담을 공개했는데 동화창작을 지도하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임정진씨가 남사당패에서 여자 꼭두쇠로 활약한 ‘바우덕이’를 쓰기까지 체험한 일들을 들려주었다. 임정진씨는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관습도 많다며, 그 한 가지 예로 사람이 죽을 때 입히는 수의도 사실은 일제 시대 때 천을 팔아먹기 위해 수의를 입히게 되었다며 그 전에는 그냥 입던 옷을 입혔다고 했다. 임정진씨는 동화 소재를 찾기 위해 국악음악회에 참석하고, 해금과 민요, 민화, 장구를 배웠고, 조각보 만들기도 배웠으며 고건축 답사도 따라다녔단다. 그뿐 아니라 한국 복식사와 한국 회화사에 대한 강의까지 들었다니 동화 소재를 찾기 위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노력 끝에 동화 ‘바우덕이’가 나왔을 것이다. 바우덕이 묘소에 가서 인사까지 올렸다는 작가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강당에서 세미나가 다 끝나자 마당에 나가 전문 매 사냥꾼인 박용순 응사가 매사냥 시연하는 광경을 보았다. 전통 매를 훈련시켜 꿩을 사냥하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이색적인 모습이라 회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응사의 매 사냥 시연이 끝나고 희망하는 회원들에게 손등에 매를 올려주는 포토 타임 시간이 이어졌는데, 많은 회원들이 차례로 줄을 서서 손에 가죽 장갑을 끼고 줄에 묶인 매를 올려서 사진을 찍었다.
이런 체험도 드문 일이라 줄이 끝없이 이어졌다. 너도 나도 매를 한 번 손 위에 올려보려고 몰려들어서 매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른 회원들 사진을 찍으면서 구경만 했다.
버들붕어 하킴의 작가 박윤규
'웃는 돌', '거짓말쟁이 최효실' 을 지은 소중애 선생님
'동궁마마도 힘들었게네'를 지은 이미애씨
그 다음에는 청주 시내에 있는 고인쇄 박물관에 가서 직지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았다. 우리 조상들이 인쇄 문화를 소중히 여겼기에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아이티 강국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발전해도 손으로 쓰고 눈으로 읽는 글자를 멀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금속활자를 만들었듯이 우리 아동문학 작가들도 좋은 동시와 동화를 많이 써서 후세에 길이 남겨주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 간 바람'을 지은 차영미씨
글나라 동화 교재로 공부한 최은순 ( 제1회 한우리 문학상 수상 작품 '방구리' )
글나라의 영원한 훈남, 남촌 김춘남
남순, 박선미, 구옥순, 손수자 (부산아동문학인협회 회장)
김재원과 김문홍 박사
나는 이번 청주 세미나에서 인터넷으로 가르쳤던 최은순, 임서경, 한영미, 김영주씨와 초등학교 때 가르쳤던 박윤규를 만나서 더욱 반가웠다. 그리고 ‘성을 쌓는 아이’를 발간한 안선모씨를 만나 최규순씨와 삼척 외딴 집에서 집필한 뒷이야기를 들었다. 쥐가 나오고 으스스한 변두리 집에서 보름을 집필에 몰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작가정신이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작가들도 만나고, 1년에 한 번 있는 가을 아동문학 세미나에 부산 회원들과 승합차를 타고 소풍 가듯이 즐겁게 잘 다녀왔다. 알차고 보람있는 세미나를 위해 수고해주신 회장님과 집행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비에도 지지 않고 (543회) (0) | 2013.11.18 |
---|---|
[스크랩] 무엇을 배우는데 나이 제한은 없어! (541회) (0) | 2013.11.04 |
[스크랩] 송도에서 만난 바다 미술제 (533회) (0) | 2013.09.21 |
[스크랩] 내 생애 최고의 산 (508회) (0) | 2013.04.22 |
[스크랩] 무엇을 추구하면서 사는가? (501회) (0) | 2013.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