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모란 한 그루 값 (565회)

凡草 2014. 3. 16. 23:11

 

 

 

 

<범초산장 일기; 565회>

 

모란 한 그루 값

 

<2014년 3월 16일, 일요일, 맑음>

 

아내가 오늘 탁구동호 회원들과 등산을 간다고 해서

나 혼자 어제 오후에 산장으로 들어갔다.

차를 몰고 가다가 두구동 송정리에서 모란을 한 그루 샀다.

모란 한 그루에 17000원을 주었다.

싹이 막 나오려고 하는 중이었다.

어떻게 보면 비싸지만 한 번 심어서 두고 두고 꽃을 본다고

생각하면 싼 값이다.

요즘에는 고급 뷔페가 1인당 3만 원이 넘는다.

그 반값으로 모란 한 그루를 사면 오래 오래 꽃을 볼 수 있다.

꽃이나 나무를 심는 것은 생산적인 활동이다.

먹는 것은 한 번 먹으면 없어지지만 꽃과 나무는 오래 두고

감상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란 한 그루 값은 참 싸다.

 

 

2014년 3월·15일 조선일보에서 좋은 시를 한 편 감상했다.

 

<난초>

 

有田不種穀(유전불종곡) 밭에다 곡식은 심지 않고

努力種蘭草(노력종난초) 힘들여 난초를 심었다네.

蘭草秋不實(난초추불실) 가을 되어 난초가 열매를 맺지 않아도

抱琴無悔懊(포금무회오) 거문고 품에 안고 후회는 하지 않네.

 

-이희사(李羲師 -1728~ 1811)

 

18세기 후반 경기도 양평에 살았던 취송(醉松) 이희사(李羲師·1728~ 1811)의 시다. 평생 벼슬하지 않고 시를 짓고 살아가던 그가 불쑥 떠오른 생각을 시로 지었다. 난초를 심은 사연이다.

밭이 생겼으니 남들 하듯이 곡식을 심어야 했다. 그러나 곡식을 심지 않는 대신 열심히 난초를 심었다. 가을이 되었다. 난초는 쌀이나 보리, 그도 아니면 밤과 대추처럼 먹고 살아갈 열매를 맺지 않았다. 이제는 후회하고 반성해야 할 때다.

그러나 그는 후회는커녕 거문고를 안고 난초를 노래한다. 시인은 한 평생 남과는 다른 길만 선택했고, 반대로만 살았다. 곡식을 심지 않았고, 열매를 맺지 않았으며, 후회하지 않았다.

난초는 시인의 인생을 닮았다. 난초를 심고 가꾼 인생의 선택, 후회하지는 않겠다.

 

                                                                         ==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옛날에 선비는 밭에 곡식 대신 난초를 심었다.

난초가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닌데 그걸 심어서 무얼 한단 말인가?

난초는 배를 채워주지는 않지만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준다.

배가 아무리 불러도 정신적으로 공허하면 소용이 없다.

비록 배가 고프더라도 정신적으로 만족하면 견딜 수 있다.

 

나도 범초산장에서 밭을 많이 만들지 않고

반 정도는 꽃밭을 만들었다.

배는 어느 정도만 채우면 된다.

어떤 면에서는 마음을 채워주는 양식이 더 중요하다.

곡식은 배를 채워줄 뿐이지만

아름다운 꽃은 마음을 채워준다.

사람은 육체보다 정신이 더 중요하다.

가령 치매에 걸린다면 건강한 몸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빵은 중요하다.

그러나 꽃은 더 중요하다.

 

 

범초산장에 심으려고 구포시장에서 토란 종자 3천 원 어치,

머위 모종 5천원 어치, 도라지 모종 3천원 어치, 부추 3천원 어치를 샀다.

산장에 가서 사 가지고 간 모종을 다 심었다.

14000원을 썼는데 앞으로 그 모종들이 내게 몇 배로 돌아올지

모른다.

다른 데 쓰는 돈은 아까운데 산장에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범초산장에 드디어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찌나 따뜻한지 초여름 같았다.

 

 

 

 

파드득 나물이 많이 번성해서

길로 마구 번져 나오길래

호미로 파서  새로 만든 밭에 옮겨 심었다.

 

 

 

 

꽃다지가 꽃을 피우려고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있다.

 

 

 

큰개불알풀이 한창 절정이다.

벌들이 많이 몰려 왔다.

 

 

 

점심은 산장에 돋아난 나물을 뜯어서 데쳐 먹었다.

엉겅퀴, 부지깽이 나물, 초롱꽃, 사상자, 종지나물, 회향 등을

데쳐서 무쳤다.

내가 무친 봄나물로 밥을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쑥뜸을 했다.

쑥을 탁구공처럼 동그랗게 뭉쳐서

불을 피우고 좌훈을 했다.

피어 오르는 연기에 엉덩이를 대고 있으면 된다.

쑥뜸으로 좌훈을 하면 치질이나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

집에서는 연기가 나서 쑥뜸을 하기가 곤란한데

산장에서는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

역시 산장은 나의 해방구다.

 

 

 

참, 어제 목이 아프려고 해서 생강차를 진하게 끓여 마시고

올리브유를 한 숟갈 먹었더니 바로 가라앉았다.

목감기에 걸려서 고생할까 봐 걱정했는데 쉽게 나아서 다행이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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