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폭우 덕분에 더 좋아진 산장 (599회)

凡草 2014. 9. 28. 21:09

 

<범초산장 일기; 599>

 

폭우 덕분에 더 좋아진 산장

 

<2014928, 일요일, 맑음>

 

지난 825일에 엄청난 폭우가 내려서 다리가 부서져 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리를 떠받치는 시멘트 구조물이 떠내려가지

않아서 다시 제자리에 앉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동안 공사를 미루다가 포그레인을 불러 작업을 시작했다.

사람의 손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

포크레인이 대부분을 맡았고,

우리는 작은 돌을 쌓거나 뒷정리를 하였다.

 

 

 

공사를 다 끝내놓고 보니 산장 인물이 확 달라졌다.

그전보다 땅이 더 넓어지고 튼튼하게 되었다.

폭우는 약한 것을 가져가고 더 좋은 것을 주었다.

탁교장은 농담으로 폭우가 가끔 오면 좋겠다고 했다.

 

 

 

 

 

 

 

무슨 일이든 부서지고 깨지는 것은 나쁘지만

그 일을 불운으로 생각하지 않고

전화위복으로 받아들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배추가 잘 크고 있다.

약을 안 쳐서 벌레가 좀 먹긴 했지만 쑥쑥 자란다.

 

 

 

그런데 무는 벌레가 거의 먹지 않았다.

배추는 메뚜기와 달팽이의 집중 공격 대상인데

무는 아닌가 보다.

무는 약을 안 쳐도 아무 이상이 없다.

 

 

그러니 시장에서 사 먹는다면

약을 많이 쳐야 하는 배추보다 무를 더 많이 먹는 것이 좋겠다.

무는 소화에도 좋고 건강 식품으로 손색이 없으니까.

 

배추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달팽이나 벌레를 잡아 주어야 하고

비가 안 오면 물을 뿌려주고

개불알풀, 비름나물, 가막사리, 털별꽃아재비와 같은 잡초를

뽑아주어야 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잡초가 배추를 덮어버려서 잘 크지 않는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딱따구리의 식사>

                                                    박두순

 

        한끼의 식사를 위해

        딱딱딱

 

        목관악기 음색으로

        나무의 몸을 뒤진다

 

        맑은 음향 다발을

        나무에게 주고

 

       벌레 몇 마리 얻어가는

       경건한 노동

 

       딱따구리의

       식사가 푸르다

 

 이 시처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한다.

 

좋은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산을 오르거나

차를 타고 멀리 가야 하고

남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서는 틈나는 대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

빈둥빈둥 놀면서 남에게 칭찬을 들을 수는 없다.

내 몸이 편하면 남이 나를 칭찬하지 않고

내가 힘들게 일하고 지치면  남에게 칭찬을 듣는다.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혀야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금목서가 꽃을 피웠다.

금목서는 만리향이라고도 불리는데

해마다 가을 이때쯤 꽃이 핀다.

 

 

이름처럼 향기가 좋아서 산장 주위에 향수를 듬뿍 뿌린 것 같다.

 

 

 

몇 년 전에 심은 국화과 식물인데 꽃을 통 안 피우더니

올해 드디어 꽃을 피웠다. 보라색이 참 곱다.

 

 

참고 기다려주면 언젠가는 꽃을 피우는 게 자연의 이치다.

꽃을 만들지 않는다고 섣불리 뽑아내면 이런 꽃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심지도 않았는데 고마리가 저절로 자라서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흡사 메밀꽃 같다.

저 혼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모습을 보니 기특하다.

 

 

 

섬쑥부쟁이가 한창 꽃을 매달고 있다.

( 부지깽이 나물이라고도 한다. )

 

 봄에는 나물로 먹고 가을에는 꽃을 본다.

 오늘은 일하느라 바빠서 못 했는데

다음 주에는 이 꽃으로 차를 만들어서 마셔봐야겠다.

                              (*)

 

 

 

 

 

출처 : 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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