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범초산장 일기 620회) 사무실에서 키우는 약초

凡草 2015. 1. 24. 22:31

 

 

 

 

(범초산장 일기 620)

 

2015124, 토요일, 맑음

 

<사무실에서 키우는 약초>

 

밭에 약초를 심는 사람은 많아도 사무실에서 약초를 키우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화, , , 금요일에는 오전부터 오후 6시반까지 사무실에서

어린이와 어른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집보다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사무실에도 몇 가지 약초를 심었다. 조금씩 뜯어 먹기도 하고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평화를 얻는다.

약초들은 공기를 정화시켜 주고 습도를 유지해주며 향기를 뿜어내기도

하며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사무실에 키우는 약초를 보면, 잔대, 삼백초, 석창포, 속새,

맥문동이다.

사무실에 심어둔 잔대가 벌써 싹이 나오고 있다. 밭에 심은 잔대는

아직 잠자고 있는데 사무실 안의 온도가 높아서 그런지 새순이 나오고

있다. 밭보다 더 먼저 봄을 맞이하고 있다.

 

         <잔대>

 

 

        <삼백초>

 

         <석창포>

 

          <속새>

 

               <맥문동>

 

 

 지난 월요일에 하다 만 울타리 작업을 하러 양산시 동면 석산리에

있는 <범초텃밭>에 갔다.

 오늘 안에 다 마치려고 도시락까지 싸서 갖고 갔다.

 아내는 모임이 있어서 놀러 가고, 나 혼자 오전 10시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스텐리스 봉을 땅에 박은 뒤에 철사망을 철사로 고정시키는

작업이다. 코팅한 철사를 두 번 감고 펜치로 돌려서 고정시켰다.

옆밭과 겹치는 부분은 빼고 비어있는 부분만 계산했더니 48미터였다.

철사 망과 스텐리스 봉을 48미터에 맞추어 사왔다.

평지는 작업하기가 쉬운데 비탈진 곳을 할 때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용을 써 가며 일한 끝에 겨우 다 마쳤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중간에 도시락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아침에는 하얀 서리가 내릴 만큼 춥더니 낮에는 아주 포근했다.

  따스한 햇살이 내 머리 위에서, 등 뒤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았다.

  날이 따뜻하니 일하기에 참 좋았다.

  일광욕도 하고 일도 하고 꿩먹고 알먹기였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니 심심한 줄도 몰랐다.

  스마트폰으로 라디오를 틀어놓고 일했다.

  오늘은 손을 많이 써서 두뇌 건강에도 도움이 되겠다.

  다 하고 나니 손이 조금 아팠다. 철사를 구부리고 돌리느라 힘을 준 탓이다.

  손아, 고생 많았다. 이럴 때도 있으니 참아주렴.

 

 

 

 

 

  이런 일을 나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기는 처음이다.

 이제 나도 자연인처럼 혼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조금만 연구하면 흙집도 혼자 지을 수 있겠다.

 애써 일한 덕분에 밭도 깔끔해지고 덩굴성 식물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수세미를 심어서 수세미물도 받아야겠다.

 

 

 

 

 

 

 

 

 

 일을 끝내놓고 밭을 한 바퀴 둘러 보았다.

 내가 심지도 않은 돌나물이 슬슬 살아나고 있다. 그전 주인이 심어

놓았던 모양이다. 강추위 속에서도 얼어죽지 않고 숨죽여 엎드리고

있다가 날이 풀리자 생기를 되찾고 있다.

 

 

  냉이도 보인다.

  좀더 따뜻해지면 냉이를 캐서 국을 끓여 먹어야겠다.

 

 

 울타리를 만들다가 헛개나무 열매를 보았다.

 내 밭 위에 있는 밭에 심어 놓은 헛개나무에서 떨어진 모양이다.

 이게 헛개나무 열매인 줄 모른다면 보아도 모를 것이다.

 약초 공부를 한 보람이 있다.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더니 나는 울타리 만들고 헛개열매를 주웠다.

 약초 물 끓일 때 같이 넣어야겠다.

 

 

 

후박나무 모종이 아직은 죽지 않은 것 같다.

봄에 잘 살아나야 할 텐데...

고흥에서 보내준 모종이라 기대가 된다.

 

 

 삽주 뿌리도 땅속에서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밭에 오면 궁금한 게 천지다.

 

 

 난 이 밭이 있어서 활력이 넘친다.

 주말만 되면 어찌 되었을까 궁금해서 번개같이 달려온다.

 <범초텃밭>은 집과 가까워서 언제든지 궁금하면 찾아온다.

 겨울 밭은 볼 게 별로 없지만 봄이 되면 정말 구경할 것이 많다.

 난 큰돈이 없지만 부자가 하나도 안 부럽다. 내 작은 밭에 수십

 수백 가지 생명이 자라기 때문에 마음이 그득하다.

 

 

 

아내는 여유 돈으로 원룸을 사서 세를 놓자고 했지만 이 밭을 사길

정말 잘 했다. 경제적으로는 쪼들리더라도 이 밭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온 세상 평화가 이 속에 다 들어있다.

 밭에 오면 엔돌핀이 팍팍 솟는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행복이다. (*)

 

   며칠 전에 윈드, 릴리 부부와 양산 어느 식당에 갔을 때

  본 글이다. 재미있어서 찍어 왔다.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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