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범초산장 일기 625회) 새움이 돋아나는 순간

凡草 2015. 2. 16. 22:15

 

 

 

 

 

(범초산장 일기 625)

 

2015216, 월요일, 흐리고 비

 

<새움이 돋아나는 순간>

 

범초텃밭에 울타리를 만든데 이어서 작은 창고를 만들고 있다.

농기구를 비맞게 할 수 없어서 농기구 보관할 창고를 짓는데

시간을 쪼개어서 조금씩 만들어 나가고 있다.

재료를 조금씩 구해오는 것도 쉽지 않다.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서 여기 저기 헤매다가 겨우 구해온다.

이런 목공일을 생전 해본 적이 없지만 두구동 산장에서 이것

저것 해보다 보니 조금 솜씨가 늘었다.

일단 전체적인 틀은 잡았다. 문을 달고 나서 천막을 뒤집어씌우면

될 것 같다.

 

 

 

 

아내가 와서 보더니 울타리를 제법 잘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내가 워낙 백면서생이라 예전에는 못 하나 박지 못하던 필부여서

아내가 미덥게 여기지 않았는데 이번에 범초텃밭에서 일한 것을

보고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그만큼 내 솜씨가 늘었나 보다.

하긴 누군들 날 때부터 다 잘했겠는가? 하다 보니 늘었을 거고

나도 전원생활을 좋아하다 보니 차츰 솜씨가 나아진 결과다.

 

 

 

범초텃밭에 엉겅퀴 뿌리를 조금 더 구해서 심었다.

백두그린민박에서 산 엉겅퀴 씨앗도 뿌렸고.

봄에 얼마나 돋아날지는 모르지만 나로서는 애를 많이 썼다.

도시 근교에서는 엉겅퀴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이 심지는 않고 자꾸 캐어 가기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엉겅퀴 개체수를 조금씩 늘려서 군락지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범초텃밭은 작년 12월초부터 본격적으로 가꾸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새싹을 보기에는 좀 이른 편이다.

두구동 산장에 가보니 강추위가 물러가자마자 새움이 막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새순이 많이 올라왔을 때보다 땅에서 어린 움이 막 돋아나는

순간을 볼 때 몸에 전기가 온 듯 찌르르 해지는 것을 느낀다.

생명이 탄생하는 경이로운 순간이다.

나는 이 놀라운 장면을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세상에 이보다 더한 감동이 또 있겠는가?

저들이 어떤 희망을 품지 않고서는 얼었던 땅 속에서 저렇게

가녀린 손을 내밀지 못할 것이다.

 

  당귀 

 

 

                               초롱꽃

 

                              구릿대

 

                                    톱풀

 

 

                                 삼잎국화

 

                                        파드득 나물

 

 

 

                      위의 사진보다  이 사진이 더 감동적이다. 더 어린 모습이니까...ㅎㅎ

                                 

                     둥굴레 

 

                                 참쑥부쟁이

 

 

 

        <할머니를 닮고 싶어>

                                                  최정심

 

풀이 원수라고 하던 할머니가

어느 날

풀한테 감사하다고 한다

 

날마다 일거리 주고

부지런하게 해주고

건강을 주니까

 

- 누가 매일 아침 나를 깨워주겠니

이른 새벽

영롱한 이슬을 만나게 해주고

제일 먼저

연꽃 향을 맡게 해주고

누가 내게

이처럼 매일 매일

숙제 내 주듯

일거리를 주겠니

 

힘든 일을 하면서도

감사함을 느끼는 할머니

그 마음을 닮고 싶어

 

 

텃밭을 가꾸려면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들어가는 힘에 비해서

보람이 훨씬 더 크다.

밭에 들어가는 노력을 3이나 4라고 한다면,

크는 것을 보고 즐기며 수확물을 따 먹는 기쁨은 10이다.

사람은 부부라도 늘 붙어 다닐 수가 없지만 땅은 내가 좋아서

찾아가면 언제나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땅은 나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내가 땅에 정성을 쏟는 만큼 아니 그보다 몇 배로 더 나를

위해준다.

그래서 나는 땅이 어머니와 같다고 생각한다.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주는 어머니!

 

도시 생활에 찌든 사람들은 나처럼 작은 땅이라도 일구면서

살아볼 것을 권한다.

땅을 살 돈이 없으면 빌려서 지으면 된다.

범초텃밭 주위에는 노는 땅이 많이 널려 있다.

땅이 없어서 못 구하는 게 아니라 구하지 않기 때문에 없을 뿐이다.

 

                 사상자 새싹

 나에게 일거리를 주고 나를 부지런하게 해주는 땅!

 나는 땅이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범초텃밭이 있어서 신이 난다.

 틈만 나면 텃밭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놀이터를 찾아가는 아이처럼.

 

 

영월에 있는 금자씨가 물냉이 모종을 보내주었다.

택배를 열어보니 물냉이 모종 말고도 호박고지와 땅콩까지

보냈다.

  정말 친절한 금자씨!

 

 뜻밖의 선물을 받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뭔가 보답을 해야 할 텐데.

 물냉이 모종은 물이 있는 곳이라야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사무실에 심어놓고

 주말에 산장에 들고 가서 이곳 저곳에 심었다.

 

 

 양이 아주 많아서 계곡에도 심고 고무통에도 심었다.

 잘 커야 할 텐데.

 물냉이는 몸에 아주 좋은 성분이 많기 때문에 잘 자라서 나물로

 뜯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용호동에 있는 아버지 묘지를 찾아갔다.

비가 오는 날이라 이기대 길이나 걸으려고 갔다가

아버지 묘가 움푹 패이고 많이 깎여 있는 것을 보니 그냥

돌아설 수가 없었다.

 

 

 

아버지 생전 머리 모습처럼 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마침 배낭 안에 작은 삽이 있어서 흙과 잔디를 떠다가 손을 보았다.

봉분을 북돋우고 무너진 곳을 메웠다.

모처럼 작은 효도를 한 것 같아 마음이 편안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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