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凡草텃밭 이야기 686회) 봄을 기다리는 씨앗들

凡草 2016. 1. 30. 17:46




(凡草텃밭 이야기 686)

 

2016130, 토요일, 흐림

 

<봄을 기다리는 씨앗들>

 

오랜 만에 석산리 범초텃밭에 갔다.

양동댁 할머니 집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비파나무 모종을 다섯 그루 얻었다.

양동댁 할머니는 요즘 허리가 아파서 일을 거의 할 수 없는데,

한창 일을 할 때 저 위에 있는 산골짜기에 밭을 만들어 드릅나무와 고사리,

 돌복숭아나무 등을 많이 심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

다음에 돌복숭아 열매하고 나물을 뜯으러 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직접 위치를 가르쳐주겠다며 지팡이를 짚고 나섰다.

양동댁 할머니와 산골짜기에 있는 밭으로 올라가다가 매화가 핀 것을 보았다.

아직 한겨울인데 매화꽃이 벌써 피었다.




더 올라가서 산자락에 붙어 있는 밭을 보았다.

옛날에 심었다는 드릅나무, 매화나무와 고사리를 둘러보았다.

집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인데도 밭으로 일구어 놓은 것을 보면

억척스럽게 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할머니가 억척으로 일구어 놓은 밭인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오갈 수 없다니 세월이 무상함을 느꼈다.

내 밭도 있기 때문에 저 밭에 몇 번이나 올라갈지 모르지만

시간이 날 때 올라가서 따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 놓았다.


할머니와 헤어져 범초텃밭으로 갔다.

텃밭에 있는 감나무 한 그루와 후박나무를 캐어서

비파나무 모종과 함께 들고 범초산장으로 갔다.





나무를 하도 많이 심어놓아서 또 심을 곳이 없었지만,

틈을 비집고 감나무와 후박나무, 비파나무를 심었다.


마침 이웃 농장에 김송권씨 부부가 왔길래 비파나무 모종 세 그루를 주었다.


길마가지 나무 모종을 지난 해 1220일에 심어 놓았는데

오늘 보니 노란 꽃대가 벌써 나오고 있었다.

뿌리가 자리를 잡은 것 같아서 반가웠다.

향기가 얼마나 강한지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잡을 정도라고 하니

꽃이 활짝 핀 모습이 기대된다.



풍년화도 꽃송이가 터지기 시작했다.

시든 나뭇잎 사이에 빨간 꽃이 불꽃처럼 터지고 있다.

꽃이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이쁘다.

풍년을 상징하는 풍년화다.

 세울이 수목원까지 가서 구해 온 귀한 나무라서 이 나무만 보면 세울이 생각난다.




 

그동안 수집해 놓은 씨앗들을 꺼내서 점검해 보았다.

곧 날씨가 풀리면 땅에 뿌릴 것이다.

돈을 주고 사거나 어렵게 구한 씨앗들이다.



여태까지는 씨앗을 아무렇게나 뿌렸더니 발아율이 10퍼센트도 안 되었다.

올 봄에는 모종판을 만들어 싹을 제대로 틔운 다음에 모종을 옮겨 심을 생각이다.

그러면 발아율이 더 올라갈 것이다.

지금은 봉지 속에 들어있지만 저 씨앗들도 봄을 기다리고 있다.

부푼 가슴으로 봄을 기다리고 있을 씨앗들!

저 씨앗들이 있기에 봄이 더 아름답고 찬란하다.


씨앗들은 꿈이요 희망이다.

저들을 모으며 한없는 희망을 품었다.

씨앗들은 별과 같다.


까만 점으로 있다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에 별이 되어 반짝거린다.

꽃은 별이 내뿜는 별똥이다. 별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다가 있는 다해

내뿜는 빛이 바로 꽃이다.

내가 땅이 있기에 별들을 받아서 키워낼 수 있다.

 

마타리, 닥풀, 맨드라미, 당귀, 도라지, 수세미, 오크라, 풍선덩굴, 나팔꽃, 천문동,

차이브, 곤드레, 에린지움, 폭스글로브, 캄파눌라, 버바스쿰, 터디베어, 루피너스,

염주, 에키네시아, 등심붓꽃, 더덕, 번행초 등.......


나는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주었다.

아직은  나올 때가 아니지만  저들은 다 살아있는 생명들이다.

봄이 올 때까지 다시 어둠속에 갇혀 있겠지만

때가 되면 두 손으로 만세를 부르고 나올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조급하게 굴지 말고 참을성 있게.

햇살이 구원의 밧줄을 내려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봄은 멀지 않았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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