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凡草텃밭 이야기 717회) 한 방울의 힘

凡草 2016. 7. 3. 21:55


(凡草텃밭 이야기 717회)   한 방울의 힘


2016년, 7월 3일, 일요일, 많은 비


어제부터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가끔 폭우가 퍼붓기도 한다.

어젯밤에는 계곡에서 천둥치듯 물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파트 같으면 비가 와도 별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범초산장에서는 비가 어느 정도 오는지 다 알 수 있다.

천장에서 실로폰 치는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실비가 오면 비-비-비

센비가 오면 파파팍-

폭우가 쏟아지면 다다다다다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러 갈 필요가 없다.

드럼 치는 소리가 천장에서 들린다.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 범초산장에 가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어제는 와도 너무 많이 왔다.

이건 즐기는 게 아니라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우스를 지은 지 7년이 넘어서 천장이 조금 삭았는지

비가 세차게 오면 창가쪽으로 빗물이 새어 들어왔다.

언제 날이 좋으면 하우스 벽을 보수해야겠다.

걸레로 빗물이 들어온 것을 닦으면서도

나는 좋았다.

내가 내리라고 마음대로 내리는 비가 아니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야지.

어떤 폭우라도 와라. 싫어하지 않을 테니까.

 

비가 계속 내리자 계곡 물이 엄청나게 불어나서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평소에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지리산 계곡 못지 않다.



생각해 보면

저 많은 물은

하늘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비가 떨어져서 모인 것이다.

한 방울이 보잘 것 없지만 많이 모이기만 하면 엄청난 힘을 갖는다.

자신의 힘이 작더라도 꾸준히 모은다면

저 폭포처럼 거대한 힘을 가질 수 있다.

하는 듯 마는 듯 하면

저렇게 물이 모일 수 없다.

한꺼번에 몰아쳐야 힘이 생긴다.

집중력은 사람이나 물이나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고

목표를 눈앞에 두었을 때는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


비가 많이 왔지만

동그라미 게원들이 산장에 모였다.

저수지에 떨어지는 비를 보며

점심도 먹고 과일도 먹었다.


                    우리 밭에서 딴 고추가 희한하게도 v자 모양이다




저수지 옆에 있는 과수원 집에서

여태 하우스도 없이 지내다가

이번에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

샌드위치 판넬로 작은 농막을 지었다.

넓이는 6평이 조금 넘는다.

어떻게 지었는지 구경하러 갔다.

깔끔하게 잘 지었다.

공사비는 350만 원 정도 들었단다.






범초산장 하우스 출입문에 자석식 모기장을 달았다.

비용은 택배비까지 쳐서 13000원.

여는 것은 간편한데 닫을 때는 잘 닫혔는지 일일이 손을 봐야 해서

조금 불편한 것이 흠이지만

파리와 모기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5만원 정도 하는 방충망도 있는데

돈도 돈이지만 내가 잘 달 수 있을지 몰라서

이런 모기장을 선택했다.

설치는 아주 쉽게 했고 성능도 괜찮은 편이다.

당분간은 이걸 쓸 생각이다.




범초산장에 가면

제일 먼저 들여다 보는 것은 풍선덩굴.

역시 지난 주보다 많이 자랐다.

아이고, 잘 크네!

소복하게 모여서 사이좋게 자란다.

초록색 풍선을 볼 날도 멀지 않았다.

심고 가꾸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



다음에는 댑싸리 구경하기.

요놈도 아주 쬐금씩 갈 때마다 크고 있다.

점점 항아리 모양을 갖추고 있어서 이쁘다.

단, 가만히 놓아두면 이쁜 모습을 볼 수 없다.

옆에서 다른 풀들이 막 돋아나서 덮어버리고 가리기 때문에

일일이 뽑아주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

어떤 좋은 것을 보려면

절대로 거저 얻을 수 없다.

노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그만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

노력하지 않고 볼 수 있는 것은 남의 것 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런 노력이 싫어서 남의 것으로 만족하지만

그건 과일을 사서 껍질만 먹는 것과 같다.

내 것을 내 손으로 가꾸어야 진정한 가치를 맛보고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 즐길 수 있다.



범초산장에 심은 옥수수가 잘 자라고 있다.

여태 옥수수를 한 두 번 심어 보기는 했는데

이처럼 많이 심어보기는 처음이다.

재작년엔가 한 번 옥수수를 심은 적이 있는데

화장실 뒤 구석진 곳에 심어서 햇볕을 못 받고 큰 탓인지

비질비질 자라서 옥수수를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

올해는 옥수수를 몇 개는 따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수염도 모아서 차로 마셔야지.

옥수수 꽃이 피어서 신기한 눈으로 보았다.

산장에 가면 모든 것이 신기하다.

나이는 좀 먹었지만

아직도 내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내 마음속에 어린 꼬맹이가 숨어 있는 모양이다.





올해 처음 맛본 까마중 열매.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 못지 않게 많아서

항산화식품이다.

내가 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커서 이런 열매를 제공하니

얼마나 고마운가!

잘 먹을 게.  고맙다!


 

석류꽃이 피었다.

해가 수십 개 떠오르는 모양이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소박한 석류꽃이 어여쁘다.

비가 오는 날이지만

내 산장에는 해가 아주 많이 떠 있다.




쥐눈이콩을 심고 나서

발아가 되지 않아 비어있는 곳에

남촌이 구해준 목화씨를 심었다.

목화 싹은 처음 보았지만

보자 마자 대번에 알았다.

내가 그 자리에 심었으니까.

아하, 목화 새싹이 요렇게 생겼구나, 반갑다!






모종을 사서 심은

냉초와 정향풀, 뻐꾹나리가 아직도 살아 있는지

살펴보았더니

아직 죽지 않은 걸 보니 이제 안심해도 되겠다.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우산을 쓰고 산장을 한 바퀴 둘러 보았다.

빗방울이 우산 끝에서 춤을 추고

토란 잎에서도 놀고

연잎에서도 톡톡 튀고.....



다래 순이 점점 높이 올라가고 있다.

마치 어린 꼬마가 늘임봉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다.

갈 때마다 조금씩 커 가고 있다.

나는 빨리 올라가라고 조바심하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

내가 재촉한다고 빨리 올라가지 않는다.

차분히 기다려주면 알아서 제가 올라간다.




다른 집 능소화는 벌써 꽃이 피었는데

내가 심은 능소화는 아직도 그냥 어린 새순이다.

햇수가 오래 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

내 능소화도 때가 되면 피겠지.

아직은 밥그릇을 더 채워야 한다.

올해는 어린 순이라도 좋다,

기다려줄 테니 천천히 크거라.


내년에도 못 피면 할 수 없다.

내후년에는 피겠지.

안 피면 어쩔거나?

삼년 뒤에는 피겠지.

무엇이든 심었다고 결과가 당장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



동그마리 게원들이 와서

바둑을 두는 사이에

나는 심심풀이로 뽕잎차를 만들었다.

뽕잎을 깨끗이 씻어서 가위로 잘게 자른 다음에

후라이팬에 덖었다.

아주 간편하게 만들려면

1분 정도 쪄서 말리면 되지만

요렇게 만들면 더 잘 우러 나온다.

녹차 만드는 방식이다.


다음 주에 동화 배우는 제자가

범초산장에 하루 자러 올 예정인데

선물로 뽕잎차를 조금 줄 생각이다.

제자 생각을 하며 뽕잎차를 만들었다.

내가 먹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삼백초 꽃이 피었다.

뿌리가 희고 잎이 희고 꽃이 흰색이라서

삼백초라고 부르는데

부인과 질환에 아주 좋은 약초다.



                                              개미취 꽃


                                     당귀 꽃이 피었다.

                                    너희들만 꽃이냐, 나도 꽃이다.


                                        이건 등산하면서 본 <가는 범꼬리>


    쇠비름도 공짜로 먹는 나물이다.

    내가 심지도 않고 땅만 제공해주면 저절로 자라는 쇠비름.

    자율학습은 니가 최고다!

    억지로 시켜서 공부하는 채소들보다...



                                 이건 일반인이 보기 힘든 속단 꽃,

                                속단을 보아도 무엇인지 잘 모를 테니까...


         

            김현정씨가 구해준 만냥금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올해는 만냥금 열매를 보는 건가?

      


        더덕도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

        전문 농사꾼이 아니라 그냥 편하게 키운다.

        여긴 스스로 크는 곳이다.  알아서 마음대로 자라거라.

        열매를 못 보아도 괜찮다. 안심하고 능력껏 커라.

        그냥 네가 자라는 것만 보면 그걸로 충분하다. 



 올해 2월에 심은 노나무가 조금씩 크고 있다.

 때죽나무 그늘 아래 심었지만 죽지 않고 자란다.

 좋은 환경이 아닌데도 자리를 잡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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