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4일, 일요일, 맑음 (凡草 텃밭 이야기 720회) 밤도깨비가 물도깨비로 변신 아들이 세희 생일 잔치를 범초산장에서 하려고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지난 715호 일기에서 은우와 세희를 밤도깨비라고 표현했는데 이번에는 또 얼마나 소란을 피울는지....... 휴, 걱정되네. 점심때 아들 가족이 와서 바비큐를 해먹었다. 아들이 고기를 구워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세희 생일 잔치를 하고 케이크를 잘라서 나누어 먹었다. 산장에 계곡이 있어서 은우는 밥을 다 먹기도 전에 보트를 타자고 졸랐다. 보트에 바람을 넣어야지, 조금만 기다려! 빨리 타고 싶어요, 아들이 보트와 튜브에 바람을 넣어서 은우를 데리고 계곡으로 들어갔다. 휴, 나는 좀 쉬는 시간이구나. 정자에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조용했다. 이상하다, 이 녀석들이 어쩐 일로 조용하담? 계곡으로 가보니 물놀이에 한창이다. 보통 때는 우리 식수를 공급하는 계곡이라 더럽히는 일은 어림도 없지만 밤도깨비들이 와서 할 수 없이 개방했다. 오늘은 물에서 노느라 별로 떠들지 않았다. 밤도깨비들이 물도깨비로 변신했다. "할머니, 얼른 밀어줘요." 은우는 신이 나서 고함을 지른다. 아내가 쉬지도 못하고 계속 보트를 밀고 있다. 그래도 손자 손녀들과 노느라 얼굴에 웃음이 질펀하다. 나는 사진만 몇 장 찍고 정자로 돌아왔다. 놀 곳이 있으니 보채지도 않고 잘 놀았다. 나 좋자고 마련한 산장인데 오히려 너희들이 더 알차게 쓰는구나! 내가 심어 놓은 자두도 언젠가는 너희들이 따 먹겠지. 한 시간 이상 물에서 놀더니 이제 밖으로 나왔다. 은우는 하우스 안에서 바둑돌을 갖고 놀더니 그게 시들해지자 책꽂이에서 이 책 저 책 빼내서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가 한정기씨가 지은 '안녕, 열대바다야'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내보고 읽어달란다. 아내가 산호와 물고기들 이름을 읽어주자 몇 번이나 다시 읽어달란다. 이윽고 지친 아내가 나보고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책을 그대로 읽어주는 것은 재미가 없다. 그래서는 창의력이 개발되지 않는다. 나는 방법을 바꾸어 내가 마음대로 스토리를 만들어서 읽어주었다. "은우와 세희와 은우 친구가 아빠와 함께 비행기를 탔어요. 멀리 떨어진 바다에 가기로 했어요." 은우는 자기 이름이 나오자 기분이 좋은지 해죽해죽 웃었다. "비행기가 섬에 도착하자 은우가 소리쳤어요. 야호, 신 닌다. 세희도 좋아서 손뼉을 쳤어요. 얼른 바다에 가요. 그런데 아빠가 응가가 마려워서 화장실에 갔어요. 조금만 참아, 응가 하고 가자. 아빠, 빨리 와요. 바다가 달아날지 몰라요. 이놈 바다야, 거기 꼼짝 말고 있거라. 우리 은우가 너하고 놀자고 한다. 아빠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오래 안 나왔어요. 은우는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었어요. 아빠, 빨리 와요. 심심해요........"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는 동안 은우는 책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은우와 세희는 스노클링을 물고 물 속으로 들어갔어요. 여러 가지 산호가 있었어요. 커다란 곰치가 물고기를 잡아 먹으려고 다가왔어요. 꿀꺽 꿀꺽-. 작은 물고기를 잡아 먹었어요. 한 마리는 악착같이 도망을 갔어요. 그때 저쪽에서 상어가 다가왔어요. 곰치는 꼬리가 빠져라 달아나고 작은 물고기들도 재빨리 달아났어요. 가만히 있으면 상어가 덥썩 잡어 먹어요. 얍- 얍- 상어 입이 자동차만큼이나 커요." 내가 입을 쩍쩍 벌리며 은우를 잡아 먹을 듯이 하자 은우는 겁을 집어 먹으면서도 소리내어 쿡쿡 웃었다. 책에 있는 내용과는 다르게 이야기를 만들어서 하는데도 은우는 무척 좋아했다. 다 끝내자 한 번 더 해달란다. 이번에도 또 다르게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었다. 끝나자 또 해달라고 조른다. "은우야, 니가 이야기를 해 봐." 은우는 그럴사 하게 내가 들려준 이야기를 흉내내었다. 바다 그림책 덕분에 은우와 재미있게 놀았다. 오늘은 저번보다 애 먹이지 않고 잘 놀다가 밤에 집으로 돌아갔다. 물도깨비님, 다음에 또 와요. 그 때는 다른 책 읽어줄게요. 책을 좋아하는 도깨비는 언제든지 산장에 놀러와도 돼요. 은우와 세희가 오기 전에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체조를 하고 있는데 도라지집 아주머니가 와서 불렀다. "왔는교? 나 좀 봅시다." 내가 런닝 셔츠만 입은 채로 나갔다. "무슨 일입니까?" "아, 우리 상추가 아직 먹을 만 한데 곧 약을 쳐서 다 죽이려고 하거든요. 약을 치기 전에 얼른 뽑아가이소. 얼마든지 가져가도 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상추를 상인들에게 팔고 파지가 남았는데 풀약을 쳐서 남은 상추와 잡초를 다 죽이기 전에 뜯어가라는 말이다. 얼른 소쿠리를 들고 도라지집 밭에 가보니 파지이긴 해도 아직 뜯어 먹을 잎이 많았다. '아침부터 이게 웬 떡이냐?' 올해는 상추가 금값이라는데 공짜 상추가 밭에 널려 있었다. 사실은 도라지집 아는 사람들이 뜯으러 오기로 했는데 다른 일이 생겨 못 오는 바람에 우리가 대타로 나서게 되었다. 이럴 때 이웃 사촌이 좋지. ㅎㅎ 아내와 둘이 상추를 뜯었다. 우리가 심어 놓았던 상추는 이미 다 시들어 버리고 새로 씨를 뿌렸는데 아직은 어리다. 아들이 고기를 먹을 때 쌈을 싸려면 상추가 필요했는데 잘 되었다. 도라지집 밭의 상추는 대가 올라와서 더 맛있게 보였다. 원래 상추는 부드러운 잎보다 대가 올라와서 달린 잎이 더 진하고 고소하다. 마음대로 상추를 뜯고 있으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상추를 큰 소쿠리로 가득 뜯고 나서 밭을 살펴보니 쇠비름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아주머니, 쇠비름을 뽑아가도 되나요?" "그럼요, 약 치기 전에 얼른 뽑아가이소." 그런데 아저씨가 경운기를 몰고 와서 약을 치려고 준비를 했다. 해 뜨기 전에 시원할 무렵 약을 칠 모양이다. 마음은 바쁘고 손은 모자라고... 허둥지둥 쇠비름을 뽑았다. 짧은 시간에 쇠비름도 한 소쿠리 뜯었다. 오늘은 상추에 귀한 쇠비름까지 나물 벼락이 공짜로 떨어졌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풍선덩굴이 지난 주보다 많이 컸다. 오, 많이 컸네. 반갑다. 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꽃봉오리도 하나 둘 달고 있구나! 지난 주에 심은 핫립 세이지가 자리를 잡았다. 시들지 않았으면 모종이 자리를 잡아서 살아났다는 말이다. 어서 커서 꽃을 피워라. 새처럼 생겼다는 꽃 모양이 궁금하다. 더덕이 향그러운 꽃봉오리를 달았다. 벌들이 향기를 맡으러 잉잉대며 안으로 들어간다. 나도 따라 들어가고 싶은데 구멍이 너무 좁다. 더덕 아가씨, 더 큰 꽃을 만들면 안 되나요? 우리 함께 축제를 즐겨요.
목화 싹이 잘 크고 있다. 분꽃이 피어났다. 해뜰 무렵과 해질 무렵에만 피는 꽃이다. 해가 환할 때는 다물어 버린다. 그래서 노을꽃으로 불리는 분꽃 색깔이 곱다. 더운 날씨였지만 계곡 물에서 더위를 식히며 주말을 잘 보냈다. 사람은 더위에 늘어져도 꽃들은 지치지 않고 싱싱한 잎을 자랑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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