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凡草산장 이야기 741회) 호우시절부터 초속 5센티미터까지

凡草 2016. 11. 14. 11:48



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흐리고 비


(凡草산장 이야기 741회)  호우시절부터 초속 5센티미터까지


도서관 옆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도서관 가까이 살면 축복 받은 사람이다.

도서관 옆에 살지는 못했어도

영화관 옆에 살게 되었다.

곧 우리집에서 가까운 곳에 양산 CGV가 문을 연다.

걸어서 1분 거리다.


그 영화관이 문을 열면 보려고

최근에 보고 싶던 영화를 미뤄두었는데

아직 개관을 안 하고 있다.

아마 12월초에나 열 것 같다.

그러는 사이에

<와와의 학교 가는 날>, <걷기왕>, <우리 친구 피들스틱스> 등이

상영 영화 목록에서 사라져 버렸다.

꼭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신세계 백화점 문화센터에 동화를 가르치러 가면

부산 국제영화제 비평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지영씨가

종종 좋은 영화를 추천해준다.


얼마 전에는

<언어의 정원>을 추천했다.

영화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운 받아서 보았더니

내가 좋아하는 비가 자주 나와서 좋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너의 이름은>을 선보였는데

그 작품이 좋은 평을 받는 바람에

지나간 작품들까지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언어의 정원>은 일본 만엽집에 나오는 단가를 주고 받는 정원이라는 뜻인데

타카오라는 남자 고등학생과 유키노라는 고등학교 여선생님이

비오는 날 정원이 바라보이는 정자에서 만나

꽉 막히고 답답한 현실을 상대방을 통해 조금씩 풀어나가는 스토리다.

고등학생과 여선생님의 사랑이 조금은 어색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만엽집에 나오는 단시를 주고 받는 것이라든지

비오는 날만 만난다는 설정이 특이하였다.

특히 에니메이션답지 않게 영상이 무척 아름다워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주인공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이유가

<하늘 냄새를 데리고 오기 때문에 비를 좋아한다>고 해서 공감이 갔다.

<인간은 어딘가 조금씩 이상한 데가 있다> 말도 수긍이 갔고........


이 영화에 나오는 시를 소개하면,

<천둥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데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그러면 널 붙잡을 수 있을 텐데....>


이 시에 대한 답으로

<천둥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데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당신이 붙잡아주신다면

 난 머무를 겁니다.> 라고 말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문학적인 시로 에둘러 표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을 글나라 달님반에 가서 이야기했더니

유영주씨와 예영희씨가 그 감독 작품을 많이 보았다며

<갓파쿠와 여름방학을>, <기쿠지로의 여름> 등......

몇 가지 에니메이션을 소개해주었다.


그래서 본 영화가 <초속 5센티미터>였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미터라고 하는데

이 영화는 <소나기> 단편 소설 분위기가 느껴졌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작품인데

지나간 청소년 시절이 아련히 생각났다.



범초산장에 가서 아내와 영화를 보았는데,

정우성이 주연으로 나오는 <호우시절>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비가 많이 나왔다.

<좋은 비는 때에 맞춰 내린다>는 두보의 시를 제목으로 삼았다.


이 영화도 두 사람이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비를 매개체로 나누는데

그리 야하지 않아서 보기에 좋았다.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언어의 정원>이나 <호우시절> 모두 즐겁게 보았다.




범초산장에 가서 무너진 다리를 게속 손보았다.

앞부분은 거의 다 떼워서

이제는 뒷부분과 다리 위를 시멘트로 덮는 작업을 했다.


그전에는 다리 위를 모래와 흙으로 덮어두었는데

홍수가 나면 큰물이 다리 위로 넘쳐서 흘러가기 때문에

흙과 모래를 다 쓸고 가 버려서 다리가 무너졌다.

앞으로는 어떤 홍수가 몰려와도 다리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시멘트로 조금씩 덮어나갈 작정이다.

어제는 아내가 많이 도와주어서 일이 좀 수월했다.

하루 종일 둘이 열심히 일했다.

그 덕분에 다리 위를 거의 다 시멘트로 덮었다.

이제 남은 부분은 뒷쪽에 구멍난 부분만 떼우면 된다.



사람이 해서 안 될 일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차근차근 해보니

결국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태풍 차바 덕분에 더 튼튼한 다리를 만들게 되었다.



다리 복구하느라

단풍이 들어가는 산장의 멋진 풍경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어제 일을 제법 많이 하고 왔는데도

몸살이 나지 않은 걸 보면

일도 자꾸 하면 몸에 붙어서 적응이 되는 모양이다.

 

산장이 있어서 마음껏 운동할 수 있고

건강하게 살고 있으니 언제나 감사하다. 




기온이 게속 내려가는데도

아직까지는 상추가 잘 크고 있다.

이렇게 자라다가 더 추워지면 성장을 멈추고

봄에 다시 올라올 것이다.

봄상추를 미리 준비해 놓아서 기쁘다.




머위도 늦가을 답지 않게 많이 올라왔다.

아직도 봄머위처럼 파릇파릇하다.

점심 밥 먹을 때 뜯어서 데쳐 먹었더니 먹을만 했다.

부산은 겨울에도 따뜻한 편이라 이처럼 늦게까지 상추와 머위가 남아 있으니 참 좋다.



핫립세이지 모종을 사서 심었는데

범초산장에 자리를 잡았는지

꽃이 꾸준히 피고 있다.

꽃 모양이 새가 날아와 앉은 모양이라 이쁘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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