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0일, 토요일, 맑음 ( 凡草산장 이야기 746회 ) 겨울을 봄으로 만드는 법 아침에는 꽤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월요일 낮부터 송년 모임이 잡혀 있어서 오늘 산으로 갔다. 목적지는 오봉산. 집을 나서서 산으로 들어갈 때는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막상 산으로 올라가니 점점 훈훈해졌다. 양지바른 곳을 올라갈 때는 약간 덥기까지 했다. 가파른 오르막길은 조금 힘들지만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핫팩과 같다. 숨을 몰아쉬며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추위가 물러간다. 춥다고 집에만 웅크리고 있으면 운동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그러면 혈액 순환이 안 되고, 감기나 몸살 같은 병에 잘 걸린다. 오봉산 정상을 지나 능선을 따라 걸어가노라니 봄날에 산책을 나온 것 같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운동을 열심히 하면 봄을 맞는 것과 같다. 여러 산봉우리들이 앞에 버티고 있지만 힘들고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나를 단련시켜주는 헬스 기구라고 보면 된다. 높은 봉우리가 하나만 있다면 더 운동할 기회가 없다. 봉우리들이 많아야 오르내리는 즐거움이 있다. 인생길에서 만나는 고통과 시련도 나를 단련시켜주는 장애물 코스라고 생각하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며칠 전에는 동그라미 계원들과 차를 타고 놀러갔다. 그동안에 범초산장에서만 모임을 해왔기 때문에 연말을 맞아 모처럼 멀리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먼저 마산으로 가서 무학산 둘레길을 걸었다. 무학산은 올라보았어도 둘레길은 처음 걸어보았는데 잘 만들어 놓아서 명품 둘레길이었다. 계원들 가운데 잘 걷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 짧은 거리를 맛보기만 하고 내려왔다. 다음에 나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볼 작정이다. 점심은 진전면 양촌리에 가서 한우 쇠고기를 먹었다. 우정 한우식육식당으로 들어갔는데 200그램에 23000원이었다. 양을 많이 주어서 싼값으로 배부르게 먹었다. 고기를 든든하게 먹어서 소화를 시킬겸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으로 가서 편백나무 숲길을 걸었다. 편백나무가 울창해서 명품 숲길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에 갈모봉까지 갔다가 내려왔다. 다시 차를 타고 거제도로 갔다. 이승환씨가 간장게장을 맛있게 하는 식당을 안다고 해서 저녁은 거제도에서 먹기로 했다. 아직 저녁 시간이 멀어서 바람의 언덕을 보러 갔다. 드라마 촬영지답게 사람들이 많았다. 주위 풍광이 아주 멋이 있었다. 오후 6시쯤 무한리필 싱싱게장 집에 도착했다. 나와 아내라면 이런 식도락 여행을 하지 않겠지만 계원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색다른 경험을 했다. 14000원에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을 무한리필해주는 식당이었는데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텔레비전에도 나온 맛집이란다. 시국은 어수선해도 먹방 식당은 호황이었다. 어쩌면 서민들은 평소에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다가 모처럼 기회가 주어지면 허리띠를 풀어놓고 마음껏 먹는 모양이다. 나는 먹는 양이 그리 많지 않아 실컷 먹을 수가 없었다. 간장 게장은 그런 대로 먹을 만 했지만 그렇게 멀리 찾아가서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계원들 덕분에 콧구멍에 바닷 바람을 실컷 쐬고 집으로 돌아왔다. 제 13회 동서문학상 공모전에서 화명동 글나라 동화교실 회원들이 세 명 뽑혔다. 부상으로 커피를 받았다며 들고 왔다. 뽑히지 못한 회원들은 부러워하면서 상을 받은 회원들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졸랐다. 책에 사인해주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상을 탄 커피에 사인을 해주는 것은 처음 보았다. 서로 격려하고 웃어주는 재미나는 이벤트였다. 이런 관심과 열정을 잘 이어 나가서 좋은 글을 쓰면 좋겠다. 나는 회원들에게 말했다. 신춘문예나 공모전에 작품을 보내고 우체국에서 영수증을 받으면 꼬박꼬박 모아 놓으라고. 어떤 의미로는 그것도 경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장 두툼하게 모으면 그만큼 글솜씨도 좋아질 것이다. 한동안은 낙방 영수증이 되겠지만 언젠가는 당선 영수증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꽃이 줄기와 잎에서 피어나듯이 성공이라는 꽃 아래에는 실패와 낙방이라는 줄기와 잎이 붙어 있다. 낙방조차도 자신을 단련시켜주는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글쓰기가 조금 더 즐거울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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