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凡草산장 이야기 771회) 2017년 향파 이주홍 선생님 묘소 참배 행사

凡草 2017. 3. 26. 18:07



   2017년, 3월 26일, 일요일, 흐리고 비


    (凡草산장 이야기 771회)  2017년 향파 이주홍 선생님 묘소 참배 행사


    3월 25일 오전 11시쯤 정관 백운공원 묘지에서

   부산아동문학인협회 회원들이 향파 이주홍 선생님 묘소 참배 행사를 했다.

   향파 선생님이 1987년 1월 3일에 세상을 뜨신 뒤로

   1988년부터 올해까지 30년째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해마다 묘소를 찾아서 선생님을 추모하고 있다.

   부모나 친척도 아닌 선배 문인을 추모하는 이 행사는

   우리 나라 어느 문학단체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드물 것이다.


   처음 몇 년 동안은 항파 선생님 기일에 맞춰 묘소 참배를 했지만

   많은 회원이 모이기에는 1월이 너무 추워서

   날씨가 따뜻한 3월 넷째 토요일로 바꾸어서 계속 전통처럼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40여 명이 모였다.




  * 박 일 선생님이 월간 <아동문예> 1987년 2월호에 발표한 추모시


   이주홍 할아버지 별을 묻고

                                               박  일


   별 하나

   뚝

   떨어졌다


   방금

   글 깨친 여섯 살 아이들에게는

   동화를 주어서 별이 되셨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는

   소설을 주어서 별이 되셨고,

   젊은이들에게는

   말씀을 주어서 별이 되신


   이주홍

   우리들 할아버지


   그 떨어진 별을 모시고

   경상남도 양산군

   백운 공원

   수많은 무덤 곁에 묻어 두고

 

   돌아올 때

   별이 떨어진 만큼

   아픈 하늘도

   내 마음처럼

   가만가만

   울어 주었다.


   저 세상 가는 곳

   알 수 없지만

   별님은

   옆 얼굴로도 분명히 보셨을 것이다


   촛불 타고

   향불 오르던

   부산 수산대학 운동장

   영결식장

   사람 대신 국화 꽃바구니 줄을 서고

   수백 명 시민이 앉고

   수백 명 시민이 운동장이 좁도록 둘러 서서

   아버지의 죽음만큼

   슬퍼하는 모습을.......

 

   이제는

   잔잔하게 웃어주시던 별님 모습

   볼 순 없지만

   별빛으로 영원하게

   찬란하게 살아계실

 

   이주홍

   우리들 할아버지

   저 세상에서도

   손 얼지 않고 지내시길

   눈 감고 빌었다.


   향파 이주홍 선생님을 우리 회원들이 추모하게 된 계기는

   파벌 다툼을 끝내면서부터였다.

   부산아동문학 단체는

   1970년대 후반부터 몇년 동안 부산아동회와 부산아동문학가협회로 갈라져서

   팽팽하게 대립했는데,

   회장들은 여전히 합칠 마음이 없었지만

   두 단체의 공재동, 김문홍, 최영희, 김재원 등이 합치기로 의견을 모은 뒤에

   상징적인 회장으로 향파 선생님을 추대하고

   향파 선생님을 찾아갔는데,

   세속적인 회장에 관심이 없었던 향파 선생님이 후배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통합 회장을 맡겠다고 하셔서 비로소 통합이 가능하였다.

   그래서 두 단체가 통합을 하고 첫 회장을 향파 선생님이 맡았기 때문에

   향파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부터 추모하는 행사를 갖게 된 것이다.


   백운공원에서 묘소 참배를 마친 뒤에

   정관 병산리에 있는 <황토마루>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해산물이 반찬으로 나왔다.

   구옥순 회장님의 건배 제의로 건배를 한 다음에 즐겁게 먹었다.

   선배와 후배가 한 자리에서 정답게 어울렸다.



  점심을 먹고 나서 큰 방으로 들어가 세미나를 했다.

  발표자는 두 사람이었는데,

  남극과 북극을 다녀온 한정기씨가 체험한 일을 생생하게 들려주었고,

  동시 부문의 이상문씨는 <발상과 서술>에 대해서 익스크레임과 익스프레인 기법을

  예로 들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세미나를 듣고 나서 선물 뽑기 추첨이 있었는데

 사무국장을 맡은 이자경씨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갖가지 재미난 문구를 써와서

 모두 웃어가며 선물을 뽑았다.

 나이든 선배와 젊은 회원들이 허물없이 어울리는 부산아동문학인협회 모임은

 다른 어느 행사보다도 제일 먼저 가고 싶은 모임이다.

 

  헤어지기 전에 몇 사람씩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정다운 문우들과 사진을 찍다 보니

  너무 근엄하게 찍지 않으려고 모자를 삐딱하게 돌려 쓰고 

  개구쟁이처럼 찍기도 했다.

  아침에는 비가 올 듯 했는데 비가 몇 방울 떨어지다가 말아서

  행사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이번 행사가 부산아동문학인협회 2017년 첫 공식 모임인데

  회장님과 사무국장, 그리고 여러 간사들이 수고해준 덕분에

  알차게 잘 마쳤다.



 행사를 다 마친 뒤에

 나는 윤자명씨 차를 얻어 타고 범초산장으로 들어왔다.

 집도 좋지만 범초산장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다.

 아내에게 미리 허락을 구한 뒤에

 하룻밤 자러 범초산장으로 들어온 것이다.

  

 약초차를 끓여서 마시고 조금 쉬다가 머위잎을 뜯었다.

 저녁 반찬으로 먹기 위해서였다.

 지난 주보다 훨씬 더 많이 올라와서 기뻤다.


 

  햇쑥국을 끓여 먹기 위해 쑥을 캐었다.

  찬바람 속에서도 쑥이 많이 자랐다.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뒤에 제일 먼저 올라오는 것이 쑥과 어성초라고 하는데

  그만큼 쑥은 생명력이 강하니 봄에는 자주 캐서 먹는 것이 좋겠다.



   광주에 살고 있는 정복현씨가 책 2권과 수제약과를 선물로 보냈다.

   정복현씨는 나에게 인터넷으로 동화를 배운 분인데

   1년 정도 배우다가 건강이 안 좋아서 그만 두었는데,

   어느새 동화작가 되어서 책을 2권이나 내었다.

   한 번 배웠다고 해도 대개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를 잊지않고 책까지 보내준 정복현씨가 참 고마웠다.

    

  

  지난 주에는 밤에 기온이 내려가서 춥더니

  1주일이 지났다고 그리 춥지 않았다.

  지난 주에는 난로를 피워도 7도까지 내려가더니 오늘은 11도를 유지했다.

  확실히 춘분을 지난 뒤부터는 덜 춥다.

 

  아침에 일어나 오일플링과 발목펌프 운동에 이어 맨손체조를 하고 나서

  나물 거리를 뜯으러 밖으로 나갔다.

  소쿠리만 들고 나가면 나물 천지다.

  이런 생생 마트가 있으니 어느 재벌 부럽지 않다.

  오늘 아침에 뜯어서 나물로 무친 것은

  민들레, 금강초, 큰뱀무, 파드득나물, 짚신나물, 기린초, 부지깽이나물, 초롱꽃 등이다.

  나물 거리를 골고루 뜯어서 데친 다음에 된장과 참기름으로 무쳤더니

  맛이 아주 좋았다.




 나물 무침과 매화 꽃밥으로

 아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쌉싸름하고 달콤한 나물 맛이 그저 그만이다.

 먹어보지 않고는 짐작하기 어려운 맛이다.


   

  점심 때는 아내가 와서 도다리쑥국을 해 먹었다.

  아내와 나는 해마다 봄에는 행사처럼 도다리쑥국을 해 먹는다.

  쑥은 산장에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도다리만 회센터에서 사오면 된다.

 

   내가 일하는 사이에 아내가 도다리쑥국을 끓여 놓았다.

   다 익어서 먹어보니 고소한 도다리에다 쑥 향이 끝내준다.

   도다리와 쑥이 정말 잘 어울린다.

   맛있게 만들어준 아내에게 감사하면서 잘 먹었다.

  


   석창포를 심어 놓은 대형 물통에 올챙이 알을 넣어 놓았더니 드디어 부화가 되었다.

   올챙이들이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고 있다.

   올챙이들 먹으라고 멸치를 부숴서 몇 마리 넣어주었다.

   올챙이들이 좋아라 뜯어 먹고 있다.

   이 물통만 들여다 보고 있어도 하루 해가 다 갈 것 같다.


  여태 잠잠하던 원추리 싹이 올라오고 있다.

  재작년에 사서 심은 원추리싹이다.

  한 번 심어 놓으니 봄이 되면 어김없이 올라오고 있다.

  몇 포기나 올라왔을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하나씩 짚어가며 세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 심었다면 모르되, 한 번 심어 놓으면 해마다 그 자리에서 올라온다.

  나는 이런 싹을 들여다보면서 봄이 온 것을 실감한다.

  다른 사람들이 봄이 왔다고 아무리 떠들어대어도 믿어지지 않는다.

  내가 심은 것들이 싹을 힘차게 내밀어야만 진정한 봄이다.

  이제 반 이상은 인사를 받았고,

  아직도 안 나온 싹들이 많아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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