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凡草산장 이야기 757회) 군고구마 번개

凡草 2017. 1. 22. 18:46



2017년, 1월 22일, 일요일, 맑음

 

(凡草산장 이야기 757회)  군고구마 번개



 글나라 동화교실 해님반 회원들이 방학을 했는데도

 화요일마다 모여서 동화 공부를 하고 있다.

 나도 한 번 참석했는데 공부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보다도

 서로 마음이 맞아 모이는 그 자체가 대견스럽다.

 


 그날 모였을 때 이런 말이 나왔다.

 겨울이니까 범초산장에서 군고구마 번개를 하면 어떨까?

 나는 당연히 찬성이다.

 나야 늘 가지만 모처럼 회원들과 함께 즐겁게 놀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날짜를 맞춘 끝에

 1월 21일 점심 때 모이기로 했다.


 그날 나는 조금 일찍 가서 난로를 피워놓고 기다렸다.

 최순기씨가 김밥 재료를 준비해서 제일 먼저 왔고

 이어서 다른 회원들이 차례로 도착했다.

 난로에 구운 고구마를 먹어보더니 아주 맛이 있다고 좋아했다.

 군고구마는 물에 삶거나 찐 고구마보다 훨씬 더 맛있다.

 



 순기씨가 요리를 아주 잘 해서

 즉석에서 경주 교리 김밥을 선보였다.

 나는 처음 들어본 김밥인데 달걀 지단을 많이 넣어서 만든단다.

 경주 교리 양반들이 사는 마을에서 가마꾼들이 기다리는 동안에

 이런 김밥을 만들어서 먹었다고.

 만들다가 하나는 옆구리가 터졌는데

 수리도 척척! 마법의 손이다.

 다 만들고 나서 하나를 맛보니 여태 맛본 김밥 중 최고의 맛이다!

 크기도 초대형, 맛도 대왕감!

 몇 개만 먹어도 배가 불끈 솟아 올랐다.

 


 군고구마에 김밥까지 먹으니

 엄청 배가 불렀다.

 혼자 먹으면 그리 많이 안 먹는데

 평소 양보다 많이 먹었다.




 겨울에는 범초산장에 꽃이 하나도 없지만

 그 대신 사람꽃이 가득 피었다.

 꽃보다 몇 배 더 이쁜....

  



 수연씨는 놀러와서도 뜨개질에 열중했다.

 나를 위해 라디오집을 만들어주고

 순기씨에게는 앙증맞은 코사지 모자를 떠주었다.

 아이고, 이뻐라!



  해님반에 새로 오게 될 랄라도

  처음 산장에 놀러와서 좋았고,

 

 

 회원들이 설날 선물로 내 옷을 사왔다.

 입어보니 딱 맞아서 좋긴 하지만, 

 이럴 줄 알았다면 설 전에 모이지 않았을 텐데...

 공연히 돈을 쓰게 해서 미안했다.


 다음에는 부담없이 놀러 오면 좋겠다.

 봄에는 나물이 많이 나오니 그때 또 놀러와요!             

 뽕잎밥과 나물 반찬으로 빚을 갚을게요.

 


 회원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하며 실컷 웃었다.

 젊은 회원들이 있어서 코믹한 사진도 찍었다.

 하하하-.


범초산장에 벌써 풍년화가 피었다.

한겨울인데도 꽃이 피다니 신기하다.

석창포는 얼음물 속에 갇혀 있는데

풍년화는 용감하게 꽃을 피웠으니 그 기개가 대단하다.

회원들도 풍년화처럼 겨울 잘 보내고

건강한 얼굴로 봄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옆산에 옮겨 심은 오죽이 거의 다 살아났다.

오죽차가 당뇨병에 특효약이라고 하니

잘 가꾸어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겠다.



 오늘 아침에 눈이 내리길래

 석남사에 가면 눈구경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아침을 먹고 출발했는데

 가다 보니 해가 쨍쨍 나왔다.

 양산에서는 눈 보기가 정말 어렵다.



 할 수 없이 석남사까지 안 가고

 통도사에 들러 백련암까지 올라갔다가 돌아왔다.

 백련암에는 몇 백년 된 은행나무와 무환자 나무가 있어서 볼 거리가 있다.

 오늘도 못 본 눈은 벼르다 보면 언젠가는 실컷 볼 수 있겠지.

 절대로 그냥 물러서지 않을 거다.


                 


  요즘 식초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메리골드 식초를 만들어 놓았고

  탱자 발효액으로 천연 식초를 만들고 있다.

  효소 발효액과 막걸리만으로도 식초를 만들 수 있지만

  나는 오래 묵은 식초 종균이 있어서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병 안에 고깃덩어리처럼 둥둥 떠 있는 게 식초 종균이다.

  저 식초 종균은 아무리 오래 되어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

  천연 식초를 만들 때 막걸리를 넣어 주는 까닭은

  종균의 먹이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식초 종균도 먹이가 있어야 불어날 수 있다.

  

  여러 가지 식초를 시험 삼아 만들어서 마셔볼 생각이다.

  식품 중에서 부패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것이 술과 식초다.

  식초는 너무 많이 마셔도 안 되지만

  식후에 조금씩 마시면 아주 훌륭한 건강 음료다.  (*)


* 2017년 1월 21일(금)  부산일보에 발표한 글이다.

  참고 자료로 여기에 덧붙인다.


<상상이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으면?>

                                                                    김재원 (동화작가

 추천한 책;  꿈의 궁전을 만든 우체부 슈발

  지은이; 오카야 코지 / 진선출판사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파김치가 되도록 공부하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마음껏 놀고 상상하는 시간이다.

상상과 공상은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에게 꼭 필요한 삶의 에너지요, 희망이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페르디낭 슈발이라는 우체부가 있었다.

슈발은 매일 먼 거리를 걸어 다녀야 했기 때문에 지루함을 잊으려고

공상을 자주 했다.

 학교도 많이 못 다녔고 글도 쓸 줄 몰랐지만 공상하는 데는 아무 조건이 필요 없었다.

슈발은 잡지 그림을 보며 정원, 궁전, 탑 등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43세가 되던 어느 날,

 슈발은 길을 걷다가 신기한 돌을 발견하고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자연도 조각을 하는데 나라고 못하라는 법이 있나?’

그때부터 날마다 돌을 수백 개씩 주워 모아 공터에 궁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건축에 대한 기술이 전혀 없었는데도 오직 해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밀고 나갔다.

 남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혼자 33년이나 고생한 끝에

 마침내 꿈의 궁전을 완성했다.

 이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화다.

  외우고 문제 푸는 교육은 성적은 올릴 수 있어도 삶까지 바꿀 수는 없다.

 진정한 교육은 상상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심심하게 만들어야 창의력이 살아나고, 책을 읽거나 노는 동안에 상상력이 뻗어간다.

  현실이 팍팍하더라도 책을 읽고 상상하면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 (*)

                                   

 

 1977년 소년중앙 동시 최우수상,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이주홍문학상 수상,

 <천개줄 아저씨>외 동화집 8권을 펴냈고

 현재 글나라 동화창작교실(cafe.daum.net/qwer3)에서 후진을 가르치고 있다.

 



출처 : 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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