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5일, 수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14회) 제 14회 황금펜 아동문학상 시상식에 가서..
2017년 10월 21일 오후 4시 안양 블루몬테 유스호스텔에서 열리는 제 14회 황금펜 아동문학상 시상식에 가기 위해 10월 21일 12시쯤 부산역으로 갔다. 이자경씨는 어제 미리 서울로 갔고, 김문홍 형과 만나서 기차를 탔다. 점심은 도시락을 사서 기차 안에서 먹었다. 시상식에 가는 것이 아니라 흡사 소풍가는 기분이다. 내 생애에 이런 시상식 참석이 몇 번이나 될까? 일 년에 한 번이니 많아야 열 번 남짓이 아닐는지.... 건강할 때 빼먹지 말고 부지런히 가기로 마음먹었다. 올해 수상자는 대구에 살고 있는 김규학씨가 동시 부문 서울에 살고 있는 전은숙씨가 동화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꽃 모자를 쓴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김규학씨는 몇 번 응모한 끝에 당선이 되었다고 하는데, 다른 해에는 떨어진 것이 아니라 뽑히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보내서 떨어지더라도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될 때까지 응모하면 언젠가는 되겠지. 식당을 하면서도 집념을 갖고 동시를 써온 규학씨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딸이 아주 이뻐서 아빠 상받는 날이 더 빛났다. 다른 모임에서는 기타를 아주 잘 치던 규학씨가 이번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라 점잖게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대구에서 따라 온 문근영씨도 반가웠다. 동시 잘 쓰는 분이니 언젠가는 상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동화를 써서 상을 받은 전은숙씨는 상당한 내공을 지닌 분이었다.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인데다 어느 해에는 책을 500권이나 읽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태 단편동화를 60편 정도 썼고, 앞으로 100편이 목표라니 상을 받을 만한 노력파다. 저렇게 열심히 하니 상을 받지... 읽은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이,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안톤 체홉의 <애수>, 최상희의 <델문도>, 라헐 판 코에이의 <바로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김태호의 <네모돼지> 등이고, 희곡에서는 <리투아니아>란다. 좋아하는 작가는 위화, 다자이 오사무, 차오원쉬엔, 마르셀 에매 등이라고 했다. 풍부한 독서가 글 쓰는 일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책도 많이 안 읽은 사람들이 입으로는 더 떠든다.
전년도 수상자인 김진희씨와 신난희씨가 벌인 축하공연도 재미있었다. 계몽아동문학회와 황금펜을 소재로 랩을 불러서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안산에 사는 제자 순복이가 나를 보러 찾아왔다. 오래는 머물지 않고 잠시 얼굴만 보고 갔는데 멀리서 찾아와 준 성의가 고마웠다.
문학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날이 상을 받을 때다. 그동안 한 눈 안 팔고 글에만 집중했기에 이런 상을 받는 것이다. 남들이 놀 때 책상 앞에 앉아서 열심히 썼다고 주는 인증서다. 그래서 수상자 옆에 서면 나도 가슴이 뛰고 더 젊어지는 기분이다. 남의 잔치라도 자주 가면 좋은 기를 받아서 내 글도 더 잘 써진다. 잔칫날에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우렁 쌈밥도 먹고 옥돌 삼겹살도 먹었다. 계몽아동문학회 모임에 가면 먹는 재미도 한몫 한다. 다른 지방의 별미를 맛볼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겁다. 이런 자리는 돈만 내면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니 당당하게 앉아서 먹는다. 글 잘 쓰는 문우들이 옆에 있으니 자랑스럽기만 하다. 저녁을 먹고 노는 시간에 새로 상을 받은 두 사람의 노래를 들었다. 전은숙씨는 못 한다고 하더니 잘만 했다.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며 밤늦게까지 놀았다. 10월 22일 일요일 오전에는 안양에 있는 김중업 건축박물관을 보러 갔다. 나는 이런 분이 있는 줄 몰랐는데 우리 나라 근대 건축의 선구자였다. 파리에 유학을 다녀와서 건축을 새롭게 한 분인데 와우 아파트가 무너진 것을 너무 비판해서 미운 털이 박히는 바람에 외국으로 쫓겨나서 고생했단다.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면 눈총을 받기 마련이다. 이번 모임에 아픈 몸으로도 참석한 회원이 있었고, 집안 행사를 마치고 부랴부랴 참석한 회원도 있었다. 외국에 나가 있거나 가족이 아파서 못 온 회원들이 있어서 아쉬웠다. 나는 평소에 사진을 잘 찍지 않는데 정다운 문우들과 어울리기 위해 많이 찍었다.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건강 관리 잘 해서 다음에 또 갈 것이다. 윤미경씨가 사진을 많이 찍어서 여러 장 빌려왔다. 창녕에서는 미경씨 춤을 많이 보았는데 밤늦게 노래방에 갈 때는 따라 가지 않아서 못 보았다. 다들 체력도 좋다. 12시 넘어서 가더니 새벽 5시에 돌아왔다. 완전히 본전을 뺀 사람들이다. 계몽아동문학 회원들은 정이 많아서 국내 어느 시상식보다 더 진하게 축하를 해준다. 평생에 이런 상 한 번 못 받으면 태어난 보람이 없다. 죽기 전에는 한 번 받아볼 일이다. 예전에는 진짜 황금으로 황금펜 모양을 만들어서 주었는데, 금값이 하도 비싸서 요즘에는 현금으로 200만 원을 주고 상패를 대신 준다. 그래도 1박2일 시상식은 황금펜 답다. 창녕에서 열렸던 한국아동문학세미나에 가서 1박2일, 안양에서 열린 황금펜 아동문학상 시상식 1박2일, 두 행사에 모두 참석하느라 범초산장에는 못 갔다. 그건 좀 아쉽지만 문우들을 만나서 기뻤다. 이제 남은 것은 28일의 부산아동문학인협회 청도 여행, 그날은 하루라 큰 부담이 없다. 시월을 문학 행사와 함께 즐겁게 보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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