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3일, 토요일, 흐린 후 개임
(범초산장 이야기 871회) 좋은 것은 따라 하기
6월 18일 기장 월내에 있는 은진사를 둘러보았다. 들꽃을 많이 심어 놓은 절이라 가볼 만 했다. 절 안에 있는 연당에서 연밥을 팔았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
절을 둘러보다가 이상한 나무를 발견했다. 허브 비슷하게 생겼는데 큰 나무라서 인터넷에 올려 물어보니 <섬머라일락>이라고 했다. 기침약으로도 쓸 수는 있지만 독이 있으니 적은 양을 써야 한다.
6월 19일. 오봉산을 등산하다가 바위채송화가 핀 것을 보았다. 누가 가꾸지 않았는데도 저 혼자 참 곱게 피었다.
6월 22일. 아버지 제삿날이라 유여사는 점심 때 큰집으로 먼저 갔고 나는 석산리에 있는 텃밭을 돌보러 갔다. 이웃 밭을 지나가다가 선인장이 있는 것을 보았다. 제법 많이 큰 것을 보니 오래 전부터 심어 놓은 모양이다.
선인장은 물이 없어도 키우기가 쉽고 면역력 증진과 혈관 건강에 좋은 식물이다. 그 밭을 보면서 내 밭에도 선인장을 키워 보기로 했다. 석산리에 있는 밭은 물이 귀한 곳이라 선인장이 딱이다. 고구마나 콩을 심어보았자 고라니나 까치한테 먹힐 거고 선인장은 가시가 있어서 피해를 볼 일도 없다. 좋은 것은 당장 따라하기로 했다. 쇠뿔도 단김에 뽑아야지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인터넷으로 선인장 모종 5킬로그램을 35000원 주고 샀다. 유여사가 차를 갖고 가버려서 난감했지만 차가 없다고 못할 내가 아니다. 우리 아파트에서 버스를 타고 텃밭까지 갔다. 한 손에는 선인장 모종, 다른 손에는 검정 비닐 한 롤. 꽤 무거웠지만 몇 번이나 쉬어 가면서 기어코 들고 갔다. 못한다고 생각해야 못하는 것이지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못해낼 일이 없다. 나는 항상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석산리 텃밭은 자주 가지 않기 때문에 반은 풀밭이다. 그걸 곡괭이와 삽으로 파헤쳐서 선인장 심을 곳을 마련했다. 진땀을 흘려가며 겨우 다 심고 나니 시간이 제법 많이 지났다. 집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큰집으로 갔다.
6월 23일. 유여사와 양산농수산센터에 가서 장을 보고 범초산장으로 들어왔다.
5월 21일에 고추와 가지, 토마토, 오이 등을 심었는데 한 달 만에 드디어 첫 수확을 했다. 심고 가꾸면 반드시 거둔다. 고추와 오이를 따 먹을 수 있으니 심고 가꾼 보람이 있다.
유여사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차조기를 한 데 모아 심자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차조기가 보기 좋게 잘 크고 있다. 한 곳에 모아 놓으니 관리하기도 쉽고 잎을 따 먹기에도 편하다.
석류꽃이 피어나고 있고 치자꽃도 첫선을 보인다.
지난주에 심었던 맨드라미는 누워 있다가 한 주 만에 모두 꼿꼿이 일어났다. 모두들 고맙다! 내가 옮겨 심고 난 뒤에 비가 조금 내렸는데 도움이 된 모양이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하늘도 적당하게 비를 내려주며 도와준다. 나중에 더 옮겨 심은 것까지 포함해서 세어보니 모두 35포기로 늘어났다. 올해는 맨드라미꽃을 많이 볼 수 있겠다.
지나다니는 길옆에 청화쑥부쟁이를 심어서 번식시키려고 보령에 있는 빅마마님한테 14000원에 40포기를 샀다. 오늘 유여사와 호미를 들고 풀과 쑥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청화쑥부쟁이를 심었다.
우연히 <장미봉숭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봉숭아인데 꽃은 장미처럼 생겼다. 한종나 카페에 이걸 구한다고 올렸더니 경주에 살고 있는 환타파인님이 택배비만 받고 보내준다고 해서 미안한 마음에 만 원을 보내드렸더니 장미봉숭아에다 겹과꽃 모종까지 보내주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이처럼 친절을 베풀다니! 모종 상자를 열어보고 정말 감동했다. 그 분 덕분에 오늘 잘 심고 물을 주었다. 비가 오려면 2일은 더 지나야 하는데 잘 살아날지 모르겠다.
유여사와 잡초를 뽑아내고 꽃밭을 만들고 있는데 장수하늘소가 기어나왔다. 은우에게 주면 좋겠다고 하며 웃었다.
살구가 익었다. 여태 한 번도 못 따먹은 살구가 올해는 많이 열렸다. 꽃이 보기 좋아서 심었는데 이제는 열매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진이를 데리고 약수터에 갔다. 진이는 더운지 물 속에 들어가서 놀았다. 이번에는 5일 만에 산장으로 들어왔는데 진이가 심심했을 것 같다. 산에 갔을 때라도 마음껏 뛰어다녀라.
범초산장 앞에 저수지가 있어서 종종 낚시꾼들이 찾아온다. 밤을 새워 낚시질하는 사람도 있다. 난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해보려고 마음먹지도 않는다.
낚시꾼이 낚시질 하는 것을 보니 동화 쓰는 것과 비슷하다. 고기를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안 잡히는 때가 있다. 실력이 좋아도 안 되는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속절없이 기다려야 한다. 무료하더라도 그냥 음악을 들으며 즐기면 된다. 그러다 보면 잡히는 때가 오겠지. 너무 안달하고 목표만을 위주로 생각한다면 실패할 때가 많지만 고기가 안 잡혀도 낚시 자체를 즐긴다면 늘 기분 좋은 사람이다.
다음 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난 비를 좋아하니까 지금부터 기다리고 있다. 범초산장에 있는 식물들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거고. 사람도 누군가에게 비와 같은 존재가 되면 좋을 것이다.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어딜 가나 환영받을 거다. 나는 동화를 쓰고 지도하면서 그런 말을 가끔 들었다.
비가 되려면 햇볕이 뜨거워도 참고 견뎌야 한다. 물이 수증기로 증발하려면 고통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마냥 편하려고 하면 아무 것도 될 수 없다. 수증기로 증발하기 위해서는 더운 것을 참아야 하고 다음에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두려움도 떨쳐내야 한다. 사람으로 말하면 고소공포증이거나 무대공포증까지 뿌리쳐야 한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구름이 되지만 구름이라고 해서 다 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는 날나리 구름들이 많다. 구름이 마음속에 에너지를 가득 모아야 비를 내릴 수 있다. 힘을 기르고 기다려야 구름이 마침내 비를 내릴 수 있듯이 사람도 힘을 기르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보통 사람들처럼 편하게 놀기만 하면 그냥 그렇게 떠돌다 갈 뿐이다. 뭉게구름은 그냥 놀러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구름이고 힘을 가진 먹구름이 몰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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