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1일, 토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78회) 더울 때는 영화 보기
로알드 달이 지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그림을 그린 <퀸틴 블레이크>의 전시회를 보았다. 상상력이 풍부한 그림들이 많았다. 어떤 아저씨가 마차를 몰고 가는 그림을 보면, 담배 파이프에서 분수가 올라가고 하늘에는 물고기가 날아다닌다. 젖소는 꽃무늬 모양이다. 사람과 동물이 한 마차를 타고 있고.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두더지가 물속에 집을 지을 수도 있고, 박쥐가 땅 속에 들어가서 살 수도 있다. 악어가 땅굴을 파고 들어가 두더지를 만날 수도 있을 거고.
이 그림은 어떤 아저씨가 조각이불을 가운처럼 입고 있다. 조각이불은 작은 천 조각들이 모여서 커다란 이불이 되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여기지 말고 모아야 큰 것을 만들 수 있다. 날마다 책을 몇 페이지씩 읽고 글을 조금씩 써도 계속해 나가면 안 하는 사람과는 엄청난 차이가 벌어진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덥다고 안 하고 춥다고 안 하면 할 시간이 없다.
7월 18일에는 동화교실 해님반 종강식을 했다. 동화책을 읽고 인상 깊은 그림과 글을 썼다. 차영현씨와 강미정씨가 그림을 잘 그렸고 다른 회원들도 열심히 했다.
이어서 선물교환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어떤 선물을 받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추첨을 한다. 기대 이상의 선물을 받기도 하고 기대보다 못한 선물을 받기도 하지만 웃으면서 즐긴다.
다 마치고 나서 2학기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은영씨의 제안으로 중국요리집인 <비연>에 가서 먹었다. 더울 때는 탕수육과 짜장면이 한결 더 맛이 있었다.
7월 19일, 목요일 신세계 백화점 동화교실에 갔더니 다른 때보다 회원들이 많이 온데다 여행 다녀온 회원들이 간식 거리를 푸짐하게 사와서 잘 먹었다.
저녁에는 달님반 종강식. 문진옥씨가 준비해온 가방에 그림 그리기를 했다. 달님반은 저녁을 먹으며 특별한 이벤트를 즐겼다.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그림에도 모두 소질이 있다.
범초산장에 오니 불볕 더위라 식물들이 말라 있었다. 수중 모터를 돌려서 물을 뿌려주었다. 열매를 여는 농작물보다는 장미봉숭아나 사철국화와 같은 꽃들에게 먼저 물을 뿌려주었다. 식물들이 좋아할 생각을 하니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
물을 주고 나서 천년초와 복분자를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 먹었다. 복분자는 몇 년 전에 미스포터가 갖다주었는데 아주 많이 커서 열매가 주렁주렁 잘 열리고 있다.
조선오이를 만 원 어치 사서 오이지를 만들었다. 오이를 씻어서 통에 넣고 설탕, 식초, 소주, 소금을 뿌려두었다.
매실장아찌는 고추장으로 양념해서 먹으니 맛이 더 좋았다.
점심은 콩국수를 만들어 먹고 저녁에는 조기에 고사리를 넣고 생선찌개를 해 먹었다. 조기는 쌀뜨물에 담가두면 비린내가 빠지고 맛이 더 좋아진다. 유여사가 요리를 잘 해서 맛있게 먹었다.
케일 밭이 잡초속에 묻혀 있어서 잡초를 뽑고 물을 뿌려주었다.
천년초를 심은 지 25일이 지났다. 이제 싹이 나오고 있다. 천년초는 아무리 더워도 물을 주지 않아도 되니 아주 편하다. 심고 나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저 혼자 크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시원할 때 밭일을 하고 낮에는 정자에서 영화를 보았다. 더울 때는 영화를 보는 것이 피서로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1테라 짜리 유에스비에 영화를 수십 편 담아 올 수 있어서 좋은 영화를 미리 다운받아두었다가 산장에 와서 본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흥미진진해서 더운 줄도 모른다.
<파밍보이즈>는 권두현, 김하석, 유지황 세 청년이 2년 동안 우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 이야기다. (우퍼- 무급으로 농장일을 도와주고 숙식을 제공받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농사가 힘들다고 기피하지만 다른 나라 젊은이들은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 세 젊은이들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도 하고 다양한 체험하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겠다.
몸으로 여러 가지 농사와 축산 활동을 체험하는 동안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보았는데 <"페이백! -자연에게 돌려주자">는 말이 인상 깊었다.
프랑스에서 만난 질이라는 아저씨는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만드는데, 한국 청년들이 농약을 전혀 안 치고 와인을 만드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느 정도 적정선까지는 농약을 쳐도 괜찮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 선을 넘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약을 안 친다. 나는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속임수를 쓸 줄 모른다. 사기를 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 남을 속이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이 인상 깊었다.
나도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돈을 많이 벌자면 남을 속여야 하고 농작물 수확을 늘이자면 농약을 쳐야 한다. 나는 적게 벌고 옹색하게 살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질 아저씨는 젊을 때는 컴퓨터로 회사에서 일했는데 사무실 안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농사는 주위에 모든 것이 살아 있기 때문에 좋다고 했다. 그렇다. 농사는 생명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들을 키우는 농사는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김하석씨가 우크렐라를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보니 부러웠다. 악기를 하나 정도 연주할 수 있으면 남과 어울려 놀기도 좋을 텐데...
<핼프>는 더 감동적인 영화였다. 독신생활을 고집하며 신문기자로 살고 있는 스키터가 흑인 가정부인 에이블린과 미니를 만나 백인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차별당하는 사례를 듣고 어렵사리 취재를 하여 책으로 펴낸다.
이 영화를 보면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부유층을 만날 수 있다. 자기 자녀를 흑인 가정부들이 엄마 이상으로 잘 키워주는데도 화장실마저 집 밖에 나가서 보라고 야단치는 장면을 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이고, 귀족처럼 흑인을 노예로 막 부려먹네! 저렇게 머리가 안 돌아갈까? 자기 새끼를 안 품는 뻐꾸기보다 더 한 사람들이네. 저렇게 안 키우려면 애는 뭐 하러 낳나? 지 새끼는 업어주고 안아주고 키워줘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안 하면서 흑인과는 손도 안 잡으려 하다니! 정말 이기적이네. 정신적인 수준은 흑인 가정부가 골빈 백인 여자보다 더 나은 것 같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백인들 중에도 스키터나 샐리아처럼 흑인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미국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을 것이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명대사. < 다른 사람이 너를 뭐라고 폄하 하더라도 귀담아 듣지 말거라. 남이 너의 삶을 결정 지어 주는 것은 아니야 너는 분명히 큰일을 할 거야! 두고 보거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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