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74회) 텃밭에서 보물찾기 놀이

凡草 2018. 7. 3. 21:07


  

    2018, 73, 화요일, 태풍이 불고 비

 

   (범초산장 이야기 874) 텃밭에서 보물찾기 놀이

 

 630일 토요일

범초산장에 있는데 밤에 비가 엄청 왔다.

하우스가 계곡 바로 옆이라 물소리가 시끄러웠다.

몇 년 전에 집중호우로 다리가 떠내려 간 적이 있어서

비가 많이 오면 걱정이 되었다.

유여사는 저수지 둑에 주차해둔 자동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저수지는 물이 옆으로 빠지게 되어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걱정을 사서 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서 잠을 설쳤다.

 

  71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계곡으로 가보았더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계곡물이 많이 불어나지 않았다.

다리가 멀쩡했고 저수지 둑도 이상이 없어서 안심이 되었다.

그동안 다리도 시멘트로 단단하게 보강해 놓았기 때문에

범초산장에 피해가 있으려면 하루에 400밀리미터 이상은 내려야 한다.

계곡 옆에 있으니 큰비가 오면 걱정할 일도 생기지만

비가 안 오는 날이 더 많으니 이 정도 걱정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살구를 따서 맛있게 먹었는데 오래 보관할 수 없는 게 아쉽다.

말려두지 않는 한 며칠 못 가서 상해 버리기 때문에

일요일에 동그라미 계원들이 왔을 때 맛보여 주었고

딸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일부는 잼으로도 만들었다.


   딸한테 살구를 갖다 주러 갔더니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해서

전복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딸은 음식 솜씨가 좋아서 일류 식당 음식 못지 않았다.



  동그라미 계원들이 범초산장에서 7월 월례회를 1일에 했는데

우리가 맛있게 먹은 닭개장을 해 먹었다.

 계원들도 맛있다고 하였다.


  살구를 먹고 나서 씨를 모아 펜치와 망치로 씨를 빼냈다.

살구씨는 암환자에게도 좋은 약인데

기침과 기관지에 생긴 병을 낫게 해주며

동맥경화, 피부미용,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

나는 기관지가 약하기 때문에 살구씨를 약으로 쓰려고

귀찮지만 일일이 망치로 두드려서 씨를 빼냈다.

 

 



  씨를 다 빼낸 다음에 올리브 기름을 조금 붓고 후라이팬에 볶았다.

다 볶고 나서 분쇄기로 가루를 만들어 꿀에 재어놓았다.

이걸 하루에 한 숟가락씩 먹고 있다.

 

  이걸 다 하고 나서 이번에는 매실장아찌를 만들기로 했다.

몇 년 전에 조미형씨한테 배운 대로 만들었다.

 먼저 매실을 씻어서 소금을 뿌려 4시간 정도 재워두었다가

물로 씻어낸 다음에 칼로 4등분 칼집을 내고

나무방망이로 두드리면 살과 씨가 분리된다.

잘 안 빠지면 칼로 씨를 도려내었다.


 발라낸 매실살을 병에 놓고 설탕을 부어 놓으면

보름 뒤부터 먹을 수 있다.

이대로 먹어도 되고 고추장에 버무려 먹어도 된다.

유여사 힘을 안 빌리고 나 혼자 살구씨 작업과 매실장아찌까지

다 했으니 초보 주부 정도는 된 것 같다.

 

   72일 월요일

석산리 범초텃밭에 아로니아를 따러 갔다.

범초산장에는 아로니아가 얼마 안 열렸는데

여기는 아주 많이 열렸다.

 원래는 범초산장에 아로니아를 많이 심어놓았는데

한 때 후배가 그 땅을 안 판다고 해서

심어 놓았던 아로니아를 석산 텃밭으로 다 옮겨버렸다.

 그러고 나서 우려곡절 끝에 범초산장을 내가 인수하게 되자

다시 어린 아로니아를 사다 심었기 때문에 열매가 적다.

 

   석산리 범초텃밭에 갔더니 다 익은 아로니아가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검은 보석들이다.

어디 숨었니?”

여기 숨었지롱. 잘 찾아봐요.”

, 찾았다. 여기 있네.”

어떤 것은 가지 밑에 꽁꽁 숨어서 찾기가 힘든다.

마치 텃밭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것만 같다.

아무리 숨어봐라. 내가 못 찾아내나. 다 찾아낼 거다.”

가지를 들추고 허리를 숙이고 요리 조리 탐정처럼 살펴보고

나홀로 2시간 작업 끝에 거의 다 땄다.

 

  아로니아는 블루베리보다 떫어서 그대로 먹기에는 곤란하다.

생으로 갈아서 요구르트에 타 먹는 방법이 좋은데

냉동실에 보관해 놓았다가 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나는 분말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먼저 초록색 열매와 가지는 따로 떼어내고

잘 익은 것만 골라내었다.

이것도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유여사가 이 일은 도와주어서 한결 나았다.

둘이 끈기 있게 작업해서 결국 다 따냈다.

요걸 건조기에 35도로 말려서 분쇄기로 갈아낼 참이다.


  아로니아는 40도 이상 고열을 가하면 영양분이 파괴되니까

저온으로 말려야 한다.

분말로 만들면 요구르트에 타서 마실 수도 있고

요리할 때 넣어도 되고 한 숟가락을 물로 마셔도 된다.

아로니아가 노화방지와 몸에 좋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역효과니 주의해야 한다.

  살구씨도 그렇고 매실이나 아로니아도 적당량을 먹어야 한다.

나는 담은 술도 한 잔, 살구씨나 아로니아 역시 한 숟가락을

적당량으로 생각한다.



  72일 월요일

아로니아를 건조기에 넣어두고

유여사와 성지곡 수원지 둘레길을 걸으러 갔다.

숲이 좋아 유여사가 좋아하는 곳이다.

입구에서 호수를 거쳐 선암사 방향으로 올라가서 경동아파트 입구로

내려왔다.

유여사가 무리하지 않도록 2-3시간만 걸었다.

 

    (낭아초 - 잎은 아카시보다 작고 꽃이 탑처럼 일어서서 핀다.)


  오늘은 나 혼자 오봉산 둘레길을 걸었다.

태풍이 불어도 걱정하지는 않았다.

도시 거리가 더 위험하지 숲속은 오히려 평화롭다.

사람이 절개한 곳에서나 산사태가 나지 멀쩡한 숲은 괜찮다.

비 오는 날 산에 종종 갔기 때문에 이런 날도 나에겐 일상이다.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텐데

오늘은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 산을 전세 내어 통째로 썼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라디오에서 들리는 음악과 사연이

맑은 날보다 더 정겹다.

비를 좋아하니까 이런 날은 큰 횡재를 한 느낌이다.


  숲속을 걸어가면 머리가 맑아진다.

복잡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로지 걸으면서 숨을 들이쉬면 그뿐이다.

 

정자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면 커피향이 아주 진하게 느껴진다.

견과류와 함께 마시면서 잠시 다리를 쉰다.

다시 일어나 정안사 삼거리에서 팔각정 삼거리까지

3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걸어간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반드시 정자가 있는 곳을 선택한다.

그래야 쉴 수 있고 밥도 먹을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맑은 날에는 다른 사람들이 정자를 차지하고

나는 숲에 의자가 있으면 거기 앉아 밥을 먹고 없으면

아무 데나 자리를 깔고 앉아 식사를 하는데

비 오는 날은 내 독차지다.

혼자라도 맛있게 먹었다.



  산에 가더라도 컵라면으로 얼렁뚱땅 넘기지 않는다.

명아주 나물, 차조기잎, 달걀이나 참치 통조림, 고추, 양파 등을

싸 갖고 가서 알차게 먹는다.

 오늘 못 먹은 것은 영원히 먹을 수 없으니 제대로 먹어야 한다.

그 대신 고기를 많이 먹거나 과식은 안 한다.

늘 정해진 양을 꼬박꼬박 먹는다.

 비오는 날이라도 세 시간 이상 걷고 나니  알뜰하게 보낸 기분이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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