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96편** 코코펠리와 문화를 사랑하는 산타페 시민들

凡草 2005. 8. 17. 21:15

2005년 8월 4일 목요일
오늘은 미국에 온 지 5일째가 된다.
어제밤은 둘째 처남 집에서 자고 아침 식사는 미국 정통 양식집에 가서 먹었다.
둘째 처남은 부산대학을 졸업했는데 중국어, 영어, 일어... 이렇게 3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내가 담임을 맡아 혼난 적도 많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서 나와 똑같은 어른이 되다니.
참 세월이 빠르다.


처남은 황금나무 박윤규하고도 같은 반에서 공부했는데 아침을 먹으면서윤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형! 윤규 참 대단한 녀석이죠?"

"그래. 자신의 꿈을 이루었지. 야, 윤규가 너한테 안부 전해달라더라."

"윤규는 자형의 작품이나 다름없어요."

" 무슨 그런 소릴? 내가 뭐 잘 가르친 게 있어야지."

둘째 처남은 초등학교 때 일을 계속 들먹거렸다.

"임마! 네가 윤규만큼 강한 집념을 가지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노벨상도 문제없이 받겠다."

"자형 그렇죠? 저는 끈기가 없어요."

내 말에 처남도 싱긋 웃었다.나는 윤규에게 전해줄 메일 주소를 적고 유미, 처남댁과 함께

 ojo caliete온천으로 향했다.



처남은 나에게 인디언이 망한 이유를 들려주었다. 인디언이 백인에게 망한 이유는 무기도 딸렸지만 여러 부족이 흩어져서 강한 중앙집권적인 지도체제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백인들을 이겨낼 수가 없었단다. 그리고 인디언의 성격 자체가 평화를 사랑하였기 때문에 백인들처럼 거칠게싸우지를 못했단다. 만약에 여러 부족의 인디언들이 힌데 뭉쳤더라면 역사가 또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이런 역사를 돌아보면 어느 집단이든지 서로 화합하고 힘을 한데 모을 때 큰 힘을 발휘하게 되고, 이 편 저 편으로 흩어지게 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구려의 남건, 남생이 그랬고, 후백제의 견훤 아들들이 그랬지 않은가! 그리고 처남은 kokopelli(코코펠리)에 대해서도 들려주었다. '코코펠리'는 자유로운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인디언 가운데 이 집단 저 집단에도 속하지 않고 혼자서 이 마을 저 마을을 자유롭게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단다. 그 사람들은 우리의 대금과 비슷한 피리를 불며 돌아다니다가 밥을 주면 얻어먹고 없으면 굶고 자유롭게 살았단다. 그들에게는 전쟁이 필요없었고권력이나 돈도 뜬구름처럼 여겼단다. 그게 인디언의 혼이라는 것이다. 지금 뉴멕시코의 산타페를 지탱하는 정신이 바로 이 코코펠리 정신인데미국의 다른 지역과 달리 이곳에서는 인종 차별이 거의 없단다. 산타페는 백인, 스페인계, 인디언- 이렇게 세 민족이 한데 어우러져 도시를 만들었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마음이 강하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산타페가 참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OJO 온천은 1시간 정도 가니까 보였는데 시설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별로 좋지 않았지만 탄산 온천방, 스팀사우나방 등... 여러 방이 있어서 목욕하기에는 좋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료로 머드를 칠하고 다시 씻을 수 있는 머드 체험방이었다. 나도 처음으로 머드팩을 해보았다. 온몸에 머드를 칠하고 약 15분 정도 지난 뒤에 물로 씻으니 피부가 보들보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 와서 노천온천, 일본식 온천인 만파, 그리고 여기 ojo 온천- 이렇게 온천을 세 군데나 돌아보게 될 줄이야! 미국 사람들은 온천을 즐기지 않는 줄 알았는데 제법 많은 사람이 찾는것으로 보아 온천도 이젠 국제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녁에는 큰 처남이 운영하는 규모가 큰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처남은 우리가 사양하는데도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맛보라고 이것 저것 하도 많이 시켜서 배가 거북할 정도였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더니 이번 여행은 아내 덕을 톡톡이 보는 것 같다.밤에는 동서 에릭이 한 달 전에 예약해둔 산타페 오페라를 보러 갔다. 오페라 하우스가 해발 2000미터 정도의 고지에 있었는데 배처럼 생긴 건물에 객석이 약 3천 석이라 규모가 아주 컸다. 주차장에 대어 놓은 차를 보니입장료가 비싼데도 빽빽하게 들어와 있어서 놀랐다. 에릭이 미리 예약을 했는데도 입석 표 밖에 못 구해서 우리는 1막만 보다가 날씨가 가을처럼 추워서 집으로 돌아왔다. 난 오페라에 문외한이라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성악가들의 성량이 풍부했고 무대가 화려하였다. 관객들은 중간 중간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일년 중에 여름에 두 달만 오페라가 열리는데도 산타페 시민들은 이 때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가 정장을 하고 와서 즐겁게 감상한다는 것이다. 나는 문화를 사랑하는 산타페 시민들이 문화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하였다. 평소에는 거리에서 옷을 잘 입은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다. 대개 티셔츠나 런닝 셔츠 바람으로 돌아다녔다. 그들이 옷을 잘 입는 경우는 이런 문화 행사나 일요일에 교회로 갈 때라고 했다. 형식을 싫어하면서도 꼭 갖추어야 할 때는 갖추는 예의있는 사람들. 이게 바로강약과 음양의 조화가 아닐는지.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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