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97편 ** * 고풍스런 산타페

凡草 2005. 8. 19. 22:57

    < 2005년  8월 5일 금요일 맑음 >
 로스 알라모스에는 비오는 날을 보기가 어렵다.
 어쩌다 소나기가 내릴 뿐 우리 나라처럼 추적추적
비가 오는 것은 보기 힘든다고 한다.
 늘 건조한 날씨! 강렬한 햇빛! 그래서일까. 미국에는 주근깨 투성이인 사람들이
많았다. 밖에 나갈 때는 선글라스를 끼고 나가야 눈이 부시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니 참 희한한 기후다.


오늘은 첫 처남과 둘째 처남이랑 네 사람이 뉴멕시코의 북부 지방을 둘러 보았다. 산이 많은 곳이었는데 우리 나라처럼 높은 산이 아니라 고원같은 곳이라 사람들이 산 위에 많이 살고 있었다. 큰 처남이 교육위원들과 친분이 있는 탓에 초등학교에도 들어가 보았다. 시설이나 분위기는 요즘 우리 나라 학교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chimayo에 '기적의 성당'을 찾아 갔다. '기적의 성당'에는 눈에서 피를 흘린 예수님 상이 있고, 이 성당 안에서 여러 가지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래서 해마다 부활절이 되면 몇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먼 곳에서 이 성당까지 성지순례를 오기도 한단다.

성당은 아주 오랜 된 듯 낡은 모습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성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아서 나도 모르게 성수를 찍어 바르며 기도를 드렸다. 내가 성당에 안 나가니까 예수님이 나를 끌어들인 것일까? 성당 안에는 기적이 일어난 흙을 퍼가라고 흙과 모종삽이 놓여져 있었고 여러 가지 기념품도 팔았다. 그런데 성당을 나올 무렵, 누가 걸어 놓고 갔는지 담벼락 철조망에 십자가가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내 약한 신앙심을 북돋우기 위해 그 십자가를 기념으로 가져 왔다. "하느님! 주인 없는 물건이니 용서해주세요. 이걸 보면서 앞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할게요." 나는 십자가를 손에 쥐고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어서 knyon road를 구경하러 갔다. 산타페에서 가장 번화하고 화려한 길이었는데, 많은 화랑과 가게,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림들은 추상화가 많았는데 처남 말로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전시회를 여기서 갖는다고 했다. 그림을 잘 모르는 내가 보아도 좋은 그림들이 많았다.

pink bar는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20대 bar의 하나라고 하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멋진 장식과 고풍스런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집에서 술을 마시면 훨씬 더 분위기가 있을 텐데 구경만 하고 나왔다.

그 외 미국 건축학사에 유명한 건축물로 손꼽힌다는 폰다 백화점도 보았고 아주 오래된 성당과 교회도 구경했다. 모두 전통적인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고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면서 우리 역사에 비하면 새발에 피인데도 짧은 역사일망정 잘 간직하고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미국 사람들의 태도가 부러웠다.

산타페에서는 옛날 모습의 집을 보존하기 위해 집을 헐고 짓더라도 바깥 모습은 그대로 유지해야만 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인디언들이 짓고 살았다는 흙집 모양의 집 구조가 오늘날에도 버젓이 살아 있었다. 이런 건물 모양은 미국 어디를 가도 보기 힘들기 때문에 산타페가 독특한 곳으로 오래 기억에 남았다. 옛날 집의 모습을 잘 보존하기 애쓰는 산타페가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둘째 처남은 나보고 음악을 하고 있는 막내딸 봉현이를 방학 동안에 산타페로 보내라고 했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그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만 보아도 배우는 게 많을 거라고 했다. 나도 기회가 되면 봉현이를 방학 동안만이라도 보내서 견문을 넓혀주고 싶다. 비행기 값은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벌 수 있다니 크게 무리가 가진 않을 것 같다. ( 둘째 처남이 운영하고 있는 일본 식당 == 고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