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포늪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일억 만 년이라는 시간의 무게에 눌려
잔뜩 주눅이 든 상태로 첫 대면을 했지요.
어라!
시간을 무기로 날 꼼짝 못하게 만들 것 같았던 우포늪은
전혀 ‘척’을 하지 않더군요.
그저 자기 자리에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에게
자기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지요.
좁은 마음으로 우포늪을 찾았던 저에게
넓은 마음의 우포늪은 알려 주더군요.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것!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
무엇에든 흔들리지 않고 자기 일을 한다는 것!
그렇네요.
우리들이 우포늪을 찾는 이유는
가시연의 신비함과 자운영의 어우러짐을
보기 위함도 있지만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켜나가는
우포늪의 마음을
배우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맡은 일을 책임지고 변함없이 하다 보면
어찌 우포늪 같은 향기가 나지 않겠습니까?
9월입니다.
우포늪이 일억 만 년의 향기를 뿜어내듯
9월이 일 년에 한 번씩 향기를 뿜어내듯
우리들도 우리 자리의 향기를 뿜어야겠지요.
우리 자리의 향기는
책임과 약속과 묵묵함이 아닐까 합니다.
내가 맡은 일을 과묵히 해 나가는
그런 9월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 9월의 코스모스 한 다발을 글나라 님들께 윤슬이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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