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스크랩] 으름-그 하이얀 속살 이야기

凡草 2005. 9. 23. 07:56


으름은 머루 다래와 함께 우리나라의 야생과일 중에 하나로 예전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의외로 시골에 사는 사람들 조차도 이 으름을 아는 사람이 적었다.

으름을 따서 함께 이 산골에 사는 이웃들에게 가져다 드렸더니 말로만 들었지 처음 본다고 하여

오늘은 으름의 자세한 소개를 하려고 한다.


요즘 깊은 산속에 가면 한창 이 으름이 매달려서 보기에도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

배고플 때는 요기도 되는 이 으름을 어린 시절에는 도시락 가득 따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가져다 드리면

얼마나 좋아 하시는지....

다 먹고 싶었지만 좋아 하시는 그 모습이 더 좋아서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서 말이다.

으름은 다른말로 연복자(燕覆子)라고도 한다.


이것은 봄에 피었던 으름의 모습이다.

줄기로 되어 있어서 높은 곳에서 꽃이 핀다.

그런데 으름은 숫꽃과 암꽃이 전혀 다르게 생겼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친절한 금자씨<내 본명이 백금자임>가 상세하게 설명을 해 드려야지....

<으름의 암꽃>

<으름의 숫꽃>

그리고 위에 있는 것은 으름의 잎인 것이다.

잎을 세어 보면 일곱잎이지만 충북 보은에는 여덟잎짜리 으름덩굴도 있다고 한다.

 

이 으름이 피었을 때 골짜기에 들어서면 으름꽃향이 얼마나 좋은지

우리가 콩을 심을 즈음에 이 꽃이 피어 났는데 하루종일 일을 해도 피곤하지를 않았다.

정말 세상의 어느 향수로도 표현할 수가 없는 으름꽃향....

그러더니 어느새 열매를 탐스럽게 드리워서 두개 혹은 세개 그리고 네개까지 ....

하이얀 속살을 드러낸 여인같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林下夫人 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나보다.

으름의 맛은 솜사탕 같기도 하고 꼭 어디다가 표현 하자고 한다면 잘 익은 바나나 같다고 할까

아무리 잘 익은 바나나라도 그 맛을 따라 갈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생긴 모양이 어름처럼 차고 빛깔도 얼음 같다고 해서 어름덩굴이라고 했다가 으름으로 변하였다는데

음~ 침넘어 간다.


으름의 씨앗은 까만색인데 씨를 씹으면 쓴맛이 난다.

그래서 먹을 때는 씨를 씹지 말고 그대로 삼켜야 한다.

어릴 때 할머니는 으름의 씨를 말려 두었다가 엄마나 고모들이 아이를 출산하고 부어 있으면 이 씨를 달여

드시게 했었다. 으름이 이뇨제로 쓰이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할머니는 그 당시에 어떻게 그걸 아셨을까


깊은 산에 주렁 주렁 달린 이 으름들


하지만 대부분 높은 곳에 달려 있어서 이렇게 남편이 긴 장대를 가지고 따 주었는데.....


맨날 그 모델이 그 모델이라 쬐금 미안하지만 모델로 사진 한장 찍어 주어야지



새들이 다 쪼아 먹고 떨어진 으름이 시냇물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옆에서 아무렴과 나는 아담과 하와가 되어

으름으로 점심을 때우고 머루도 따고 다래도 따서 겨울 준비를 하는데


동생은 벌써 으름주에 으름 효소를 만들어 카페에 올려 놓았다.



나도 효소를 만들어서 장이 안좋아 고통 받는 친구에게 선물 해야지

아무렴은 아무렴 줘야지 강장제라는디~


돌아 오는길

안개가 산허리를 감고 하늘로 올라가고 아무렴과 나의 산골하루도 저물고 있다.

출처 : 오지게 사는 촌놈
글쓴이 : 그렇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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