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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도서관은 책만 보는 곳이야~
-글/저녁노을-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가지를 떨며 숨쉬고 있는 겨울나무
잔뜩 움츠리며 새봄을 준비하는 것처럼
우리아이들도 긴 겨울방학을 한지 제법 세월이 흘렀습니다.
학원 두 개 가는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구는 것을 보니
컴퓨터, TV속에 뻐져 사는 느낌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딸아이에게
"너희들 내일 시립도서관 갈래?"
"추워서 싫어요"
"춥긴 그긴 따뜻해, 난방도 되고..."
"집에서 공부 할게요"
"엄마가 맛나는 김치볶음밥 해 줄게"
"알았어요"
마지못해 따라 나서는 아들이었습니다.
아침일찍 일어나 녀석들이 좋아하는 신김치 송송 썰고
참치를 넣은 볶음밥 맛있게 하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다시물 낸 시원한 어묵국,
평소 잘 먹진 않지만, 후랑크 칼 집 넣어 살짝 볶고,
톡톡 계란 깨어 노릇노릇하게 만든 계란말이,
또, 진하게 끓인 유자차까지 담은 보온병 두 개,
디저트로 귤 몇 개....
겨울 소풍을 떠나는 기분이었나 봅니다.
차에 태워 산자락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향하였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지만,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의 열기로 인해 금방
마음은 따뜻하게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 둘을 내려놓고 돌아 나오면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고 배웠음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하였습니다.
가끔 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리곤 했지만,
하루를 보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말입니다.
늦은 오후에 다시 도서관을 찾아 가
"아들! 공부 많이 했어?"
"아니, 엄마는~ 도서관은 책 보는 곳이야"
"엥?"
"엄마! 민규는 책만 읽었어요. 공분 안 하고"
"그래? 책은 얼마나 읽었는데?"
"음~ 10권 넘게 읽었어요"
"잘 했다"
알고 보니 딸아이는 여자 열람실이 비어 들어갔고,
아들은 남자 열람실이 비질않아 어린이 도서
대여하는 곳에 앉아 책만 열심히 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일은 조금 일찍 와서 열람실에 들어 가~"
"네"
"점심은 맛있게 잘 먹었어?"
"엄마가 만든 김치볶음밥 짱이었어요"
공부에는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즈막히 소근소근 이야기 할 줄도 알고,
책을 잡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니 마음의 양식을 쌓아 주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임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 학교공부도 중요하지만, 책읽는 것도 중요하지....
책 속에는 지혜가 들어있으니 말입니다.
참 행복한 하루를 만든 날이었습니다.
잘 자라다오
나의 사랑하는 딸 아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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