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이 만든 걸작품 가파도키아 >
1월 10일 화요일
이번 여행은 비교적 저가지만 옵션이 거의 없었는데
딱 한 가지 옵션이 있었다. 오늘 가파도키아를 둘러보기 전에 산에 올라가
<열기구>를 타고 싶은 사람은 따로 14만 원을 더 내어야 한단다.
33명 중에서 딱 세 사람이 신청을 했는데 '가시 고기 아빠'와
두 아들이었다.
우리가 별명을 그렇게 붙인 건 부인이 일 때문에 못오고 아빠가 혼자
두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아이들에게 여간 자상한 아빠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가시고기 아빠는 차 안에서도 3, 4학년쯤 되어 보이는 연년생 두 아들에게
유럽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무엇을 꼬치꼬치 물어도
싫은 표정 짓지 않고 다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그런 교육적인 아빠도 보기
드물었다.
가시고기 아빠는 돈이 다소 들더라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킨다는
차원에서 해외 여행을 왔다고 했다.
그 아빠를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우리 애가 어릴 때 저런 생각을 해보았던가? 여유가 없어서 해외
여행은 감히 생각해 보지 못했고 그 대신에 국내 여행은 많이 했지만
저 아빠는 나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신문을 보면 전세로 살던 집값을 빼내어 전 가족이 해외 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동키호테 같은 사람을 보고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평생을 통해 얻을 수 없는 귀한 체험을 심어줄 수 있다면
무얼 못하겠는가? 돈이나 재산은 갖고 있어봐야 그냥 돈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의 지혜와 경험은 키워줄수록 고무풍선처럼 늘어나는 법이다.
특히 어릴 때 좋은 경험을 시켜주면 평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길러줄 수
있다.
나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자녀들에게 해외 여행의 경험을 시켜주었다.
이번에는 막내딸 봉현이를 데리고 왔지만 그 전에는 지금 미국에 가서
살고 있는 큰딸 정현이와 아들 문현이를 유럽 여행을 보낸 적이 있다.
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입양아들을 데리고 프랑스까지 갔는데 두 애는
입양아를 안고 가면서 상당히 고생을 했다. 그러나 그게 도리어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했다. 자식을 함부로 낳으면 안 된다는 것, 부모가 애를
낳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그 덕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둘러본 것
등....
아들은 이번에 개도 돌볼겸 중고차를 사는데 드는 비용을 대기 위해
안 따라 왔지만 유럽에 한 번 가보았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고 했다.
봉현이는 이번에 터키를 같이 따라다니더니 돌아와서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여기 저기 둘러보니까 한국에 와서 케밥 전문점을 차리던지
터키의 전통차인 '차이'를 팔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뭐 그런다고 녀석이 진짜로 그런 가게를 차리지야 않겠지만 외국에 나가
보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나름대로
방법을 터득하게 되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가시고기 아빠가 애들을 데리고 열기구를 타고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8시 50분에 버스를 타러 갔다.
이번 여행에서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전체 일행이 33명이나 되고
초등학생, 중학생, 할머니 등... 여러 세대가 골고루 섞여 있는데도
도무지 집합 시간에 늦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어디를 가보면 꼭 늦게 오는 사람이 있어서 모두가 기다리며 투덜거릴
때가 많은데 이번 우리 일행은 꼭 시계 같은 사람들만 모였다.
인솔자도 이런 팀들은 처음 본다고 추켜주었다.
7시까지 모인다고 하면 모두들 6시 50분에는 다 모여 있으니까 55분에
오는 사람이 지각인 줄 알고 미안해 할 정도였다.
나는 평소에 꾸물대는 버릇이 있는데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아내
때문에 날마다 서둘러야만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게 많은데 남을 위해 시간을 잘 지켜야 하는
것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일행이 버스를 타고 기다리니까 가시고기 아빠가 급히 아침을 먹고
애들을 데리고 차에 올라왔다.
기다리던 일행은 일행을 대표해서 열기구를 타고 온 가시고기 아빠
가족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이제는 기대하던 가파도키아를 보러간다.
30분 정도 달리니 눈앞에 가파도키아의 신기한 자연 경관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 정말 웃기네!"
"뭐 저런 바위가 있어?"
"꼭 버섯을 닮았잖아."
<버섯을 닮은 버섯 바위>



가파도키아에 저런 이상한 바위들이 생겨난 것은 이곳만의 특이한
지질 때문이란다.
이곳은 응회암이 발달한 지형인데 화산 폭발로 현무암이 응회암 위에
떨어졌단다.
그 뒤로 강물과 빗물 등 침식, 풍화 작용으로 응회암의 약한 부분은
떨어져 나가고 강한 현무암만 남아서 저런 희한한 모양이 되었단다.
스머프를 그린 네델란드의 만화가는 이곳을 방문한 뒤에 영감을 얻어
스머프의 버섯 마을을 구상하게 되었단다.
누구나 와서 보지만 작가는 거기서 영감을 얻어 작품 세계로 펼쳐내는
것이 다르다.
<낙타를 닮은 낙타 바위>

< 버섯 바위 모양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 바위 >


신기한 바위 군상들을 돌아보고 나서 우치 히싸르를 보러 갔다.
'우치 히싸르'란 우리 말로 '비둘기의 성'인데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이슬람교 교도들의 박해를 피해 바위 꼭대기 위에 집을 짓고 살던
곳이란다.
바위 투성이라 짐승을 기를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비둘기를 키워서
고기와 알을 얻고 물감을 들이는 염료도 얻었으며 비둘기 똥으로는
농작물을 기르는 비료로 이용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물도 안 나오고 도저히 살기 힘든 열악한
곳에서 사람이 살았는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종교의 위대한 힘'으로 설명될 수 있단다.
< 비둘기의 성 >



이어서 응회암 지하에 미로를 만들어 놓고 살던 지하 동굴을 보았다.
개미굴처럼 복잡하게 뚫려 있는 지하 동굴은 최근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데, 몇 년 전에 어떤 소년이 달아나는 닭을 뒤쫓다가 이 동굴을
발견하게 되었단다.
소년은 닭이 바위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그 닭을 잡기 위해
구멍을 파고 따라 들어갔는데 결국 닭은 못 찾고 동굴 마을만 찾았다는
것이다.
동굴 안에는 거실, 안방, 곡식 창고, 부엌, 공기와 오물을 밖으로 빼내는
환기구, 교회 등이 있었다.
가파도키아의 비경을 구경하고 나서 비단 제품을 파는 가게를 보러 갔다.
누에고치에서 비단실을 뽑아 비단을 짜는 과정을 전시해 놓아서 학생들에겐
좋은 교육 자료가 될 것 같았다.
< 누에고치가 비단 옷감이 되기까지 >






오늘 관광을 다 하고 나서 터키의 수도 앙카라로 5시간 이동을 하였다.
버스를 5시간 탄다고 하니 일행들이 모두 웃었다.
"10시간 이동도 하였는데 그까짓 5시간 쯤이야."
이젠 모두 버스 타는데 이골이 난 모양이다.
처음엔 10시간 여행이 퍽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형근 가이드가 우스개 소리를 해주었다.
"제가 그전에 가파도키아에 와서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일행을 안내하고 사진을 찍게 했는데 갑자기 일본 관광객 같은
아가씨가 와서 영어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습니다. 카메라를 가리키며
"헤이, 디스, 푸쉬!"
어쩌고 하면서 설명을 하대요.
그래서
"오, 예스!"
하고 대답한 뒤에 카메라를 들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원, 투, 쓰리! 이렇게 말하면서 찍어줘야지."
그런데 사진을 찍으려고 한 순간, 제가 뭐라고 했겠습니까?
아, 글쎄, 그만 이렇게 말해버렸지 뭡니까?
"자, 찍습니다!"
그러자 그 일본 관광객인 줄 알았던 아가씨가 킬킬거리며
이렇게 말하대요.
"아, 당신도 한국 사람이군요!"
그 말에 서로 웃고 말았지요.
우스개도 듣고 휴게소에 내려 간식도 사 먹어 가며 터키 내륙을 깊숙히
달려간다.
점점 터키의 수도 앙카라가 다가온다.
(*)


< 앙카라로 이동하다가 본 현대 자동차 터키 현지 공장 >
* 감사합니다 === 퇴새키르 에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