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캐고 심고.... ( 노루실 일기 189회 )

凡草 2008. 3. 2. 21:22
2008년 3월 1일, 토요일, 맑음


글나라 회원들과 냉이를 캐러 밀양 노루실에 가기로 한 날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춥더니 오늘은 날이 풀려서 다행이었다.
작년에는 2월 25일에 냉이를 캐다가 찬 바람을 쐬어서
기침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그럴 염려가 없었다.
날씨가 부조를 해준 덕분에.

동래 지하철 역에서 정해순씨와 남촌 부부, 나나를 만났다.
정해순씨는 길을 잘 모른다며 나보고 운전을 해달란다.
거절할 수가 없어서 운전석에 앉았는데 오토라서 별 문제는
없지만 코란도라서 승용차하고는 느낌이 달랐다.
코란도를 운전하게 되니 몇 년 전에 록스타를 몰고 다닌
기억이 아슴하게 떠올랐다. 기어가 있는 차를 몰아보려고
그 차를 몰고 다녔는데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내 경차하고는 감각이 달라서 가속기가 묵직하고
잘 밟히지 않았으나 조금 운전하니 나아졌다.
같이 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가며 구서동- 남양산-
신대구 고속도로를 거쳐 남밀양으로 빠져 나가 노루실까지
갔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노루실에서 다른 차로 온 느낌표와 귀여운 딸 세민이,
세울을 만났다. 세민이는 귀엽고 복스럽게 생겨서 어른들만
오던 노루실에 환한 햇살이 내려앉은 듯 했다.
냉이를 캐러 가기 전에 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경수씨는 정자를 만들기 위해 기초 작업을 해놓았다.
저렇게 해 놓고 다음에는 시멘트를 붓는건가? 오늘 만나지
못해서 혼자 짐작만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호미와 비닐 봉지를 하나씩 들고 저수지 부근에 있는
밭으로 갔다.
노루실은 밀양 시내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지만
들어가기만 하면 산골 오지로 바뀌어 버린다.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는 대신에 공기는 맑고 물이 깨끗하다.
그게 노루실의 장점이다.
그 덕분에 냉이나 야생초도 안심하고 뜯어 먹을 수 있다.
냉이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밭에 가서 살펴보니
제법 많았다.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냉이는 보호색처럼 밭흙과 비슷하고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그래서 처음엔 쉽게 찾을 수 없다.

왜 없지 하고 건성으로 지나가 버리면 냉이는 흙속에 숨어서 큭큭 웃을 것이다.

냉이를 캐려면 서서 바라보지 말고 흙 가까이 무릎을 꿇고엎드려야 한다.

그러면 확대경을 댄 듯이 냉이가 수두룩하게나타난다.

조금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냉이가 지천으로 다가온다.

아니 어디서 이 많은 냉이가 나타났지? 깜짝 놀랄 정도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동화를 쓰는 것도 그렇겠지.

처음엔 뭘 써야 하나 고민하고 쓸 게 없어서 시간만 보낸다.

그런 시기를 잘 넘기고 동화와 자꾸 씨름하다 보면

글감이보이고 어설픈 대로 습작 동화를 쓸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동화도 동화의 밭에 엎드려서 혼신의 힘을 쏟아야하고

남이 쓴 동화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제가 뭔대 하고 도도하게 굴면 동화는 보이지 않는다.

겸허하게 내 무능함을 인정하고 차근차근 배워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

왜 이렇게 안 써지지? 하고 고민할 게 아니라

난 아직 멀었어! 하고 자신을 반성하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조금 노력하다가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은

냉이를 조금 찾다가 그냥 가버리는 사람과 같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무릎을 꿇거나 쪼그리고 앉아서 살펴보니

냉이는 쏟아놓은 것처럼 수북하게 모여 있다.

여기서 캐고, 저기서 캐고, 야 심봤다!

야 냉이봤다!내 냉이 뿌리가 더 굵지? 이거보다 더 큰 거 캤어?

뿌리가 아주 긴 것을 캐기라도 하면

남들에게 자랑을 하고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점심을 먹기까지 캐다가 집으로 와서 맛있는 떡국을 먹고

비수리 술도 한 잔씩 하고 다시 냉이를 캐러 갔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엔 저수지를 돌아 다른 밭으로 갔다.

밭은 넓고 캐어야 할 냉이는 많다.

마침 들꽃 전문가가 왔기 때문에,

꽃다지와 씀바귀, 벼룩나물까지 배워서함께 캐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어지간히 캐었을 때 나는 집으로 와서

갖고 간 털머위와 석창포를 집 앞과 계곡에 심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약초 카페에서 미리 얻어 놓은 석창포와 삽주, 적차조기,

독활 씨앗은

밭과 집안 구석에 골고루 뿌렸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많은 씨앗들이 다 나지 않더라도 심고 뿌리는 것은 즐겁다.

그들이 다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내 마음속엔 싹이 다 나오니까.

단 하나도 싹이 트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계속 뿌릴 것이다.

언젠가는 나올 테니까.

여태까지 하나 이상은 반드시 나왔으니까.

 

심으면 거두리라는 말은 진리다.

하지만 심어도 못 거둘 수 있다.

그렇더라도 심어야 한다.

심지 않으면 거둘 수 없으니까.

심어도 못 거두는데 안 심으면 어떻게 거둘 것인가?

심지 않고 거두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짓이다.

일단 심으면 거두리라는 희망은 거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심는다.

누구든지 행복해지려면, 꿈을 심고 글을 심고 사람을 심고

약속을 심고 무엇이든지 자꾸 심어야 한다.

 

 

  냉이를 다 캐고 나서 노루실을 떠났다.

아직도 더 캘 냉이가 많지만 그 정도로 만족했다.

 

돌아오는 길에 부북면 위양리로 가서 위양못을 구경하였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겨울보다 봄에 보니 더 멋이 있다.

나무 가지에 곧 물이 오를 듯하다.

회원들과 한 바퀴 돌았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빼어난 경치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다음에 잎이 나고 꽃이 필 때는 더 좋으리라.

하루 해가 금방 다 지나갔다.

땅거미가 내려오는 것을 보며 부산으로 돌아왔다.

                (*)

 

덤으로 얻은 뽕나무 뿌리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귀엽고 깜찍한 세민이 ( 아홉살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시골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너무 많이 심었나? (191회)  (0) 2008.03.24
익모초 밥과 머위쌈 ( 190회 )  (0) 2008.03.16
향긋한 노루실 냉이 *** 188회  (0) 2008.02.24
봄맞이 준비 ( 186회 )  (0) 2008.02.10
겨울 속에 숨어 있는 봄  (0) 2008.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