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대신 닭이라도...
< 2009년 5월 24일, 일요일, 맑음 >
지난 목요일에는 신세계 백화점 동화교실 회원들과 노루실에 다녀왔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지만 노루실 범초산장의 분위기는 더 좋았다. 안현자씨와 현정란, 양경화 세 사람이 차를 가져 갔다. 모두 12명이 들어갔는데 뽕잎 밥을 해서 신선초, 상추, 회향, 박하, 번행초, 페파민트, 사상자, 민들레, 왕고들빼기, 천궁 등의 야생초 쌈과 같이 먹었다. 밥을 먹고 보단 최경희씨의 가곡을 들었다. 보단이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불러서 비오는 대숲 속의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는 바람에 사진을 거의 못 찍고 지느러미 엉겅퀴와 단정화만 찍었다. 지느러미 엉겅퀴는 영월에서 가져온 것인데 꽃이 핀 걸 보니 뿌리를 잘 내린 모양이다. 금자씨 동네에서 가져온 엉컹퀴라 꽃을 피워서 반가웠다. 봄이 깊어가도록 메마른 가지로 있던 단정화가 드디어 파란 잎을 달았다. 오랜 침묵을 깨고 살아난 단정화! 혹시 죽었을까봐 걱정했는데 살아 있어서 이제 마음을 놓았다. 꽃은 늦게 피워도 좋으니 파란 잎만 달고 있어도 좋겠다. 앙징맞은 꽃을 피워내는 단정화. 노루실에 와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두 번째 맞이하고 있다. 올 봄에도 살아났으니 이제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렸으리라. 범초산장 마당에 단정하게 자리잡은 단정화. 이 작은 나무 하나만으로도 노루실 앞마당이 찬란하다.
지느러미 엉겅퀴

단정화

매실나무

범초산장 터밭

어제 토요일에는 윈드와 함께 김해 신어산에 다녀왔다. 윈드는 자기가 아는 사람을 8명이나 불러서 모두 9명이 신어산에 갔다.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 대리석 공장 사장 등.. 윈드의 인맥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한달에 만나는 모임이 20개가 넘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마당발이다.
그 바쁜 와중에 베란다 정원까지 잘 가꾸어 놓아서 애살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윈드 집에 있는 아파트 베란다 정원

장척 계곡에 차를 대어 놓고 슬슬 걸어 올라갔다. 여러 가지 야생초를 보면서 올라가니 신어산 정상이 눈앞에 보였다. 정상 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내려오면서 노각나무 군락을 보았다. 노각나무는 우리 나라에 잘 자라는 나무인데, 간염이나 간경화증, 지방간과 같은 여러 종류의 간질환과 손발마비, 관절염 등에 뛰어난 치료 효과가 있는 약나무다.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도 탁월하고 알코올 중독, 농약 중독, 중금속 중독을 풀어주는 작용도 뛰어나다. 산에서 넘어져 발을 삐었거나 다쳤을 때 노각나무 껍질을 짓찧어 붙인 다음 노각나무 껍질이나 잔가지를 달여서 먹으면 오래 지나지 않아 통증이 없어지고 부은 것이 내린다고 한다. 어떤 약초 캐시는 분은 노각나무에다 인동덩굴, 오가피, 만삼, 옻나무, 마가목과 같은 몇 가지 약초를 보태어 달여서 황달이나 간경화증, 위장병, 신경통 등을 말끔하게 고쳤다고 한다. 그 분은 늘 노각나무를 달인 물을 병에 담아 갖고 다니면서 음료수처럼 마시곤 했는데, 그 물을 마시면 뼈가 튼튼해져서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뼈를 다치지 않고,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으며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나는 법이 없다고 했다. 나는 일행에게 노각나무의 효능을 알려주고 차로 끓여서 마시려고 잎을 한 봉지 뜯었다.
노각나무

신어산을 내려와 '흙이 좋은 사람들' 찻집에 갔다. 원래는 뜰보리수 열매를 따려고 했는데 아직 안 익어서 구경만 하고 오디 익은 것은 조금 얻어 먹었다.
아직 덜 익은 뜰보리수 열매

그 다음에는 양산 소토에 있는 야생화 전시장을 찾아갔다. 거기도 윈드가 아는 집이었다. 온갖 화초가 즐비한 곳이어서 이것 저것 구경하였다. 내가 모르는 꽃들도 많았다. 나는 이름을 익히려고 애를 썼다.
솔잎 도라지

매화말발도리

청하국

백화등

바위취

어제 세 시간 정도 걸어서 등산을 충분히 못했기 때문에 오늘 다시 장산에 올랐다. 호수 공원을 지나 옥녀봉으로 올라갔다. 장산으로 오르는 길이 잘 정비되어 볼게 많아졌다. 패랭이, 매발톱 등... 여러 가지 들꽃들을 많이 심어 놓아서 공원처럼 변했다.
사철쑥

춘천천도 자연 생태 하천으로 가꾸어 놓아서 예전처럼 삭막하지 않다. 옥녀봉을 지나 중봉을 넘어 숲속 오솔길을 지나 억새밭으로 갔다. 장산에 올라서면 바다가 보인다. 가까이 있으니까 별로 좋은 줄을 모르지만 알고 보면 장산은 멋진 산이다.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가 있다. 장산 마을을 거쳐 폭포사로 내려왔다. 오늘은 4시간 정도 걸었다. 이 정도 걸으니까 운동을 조금 한 것 같다. 내일도 시간만 있다면 등산을 즐기고 싶다. 아내가 탁구 연습 때문에 시간이 안 나서 나도 노루실에 가지 않았다. 산길을 걸어도 가끔 노루실 풍경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꿩대신 닭이라고 시골에 못 간 대신 등산을 했다. 도시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산에 가는 일이 그나마 낫다. 다음 주에는 꼭 시골에 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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