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나의 하늘 정원 *** 312회

凡草 2010. 5. 1. 19:13

 

 나의 하늘 정원


<2010년, 5월 1일, 토요일, 맑음>


 다락방에서 수직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나의 조그만 하늘 정원이 있다.

일반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옥상 정원인데

우리 집은 집 구조가 이상하게 되어 있어서

옥상이 없고 지붕 위에 작은 공간이 있다.

 옥상 물탱크 옆에 있는 빈 공간이 아까워서

여기에 작은 정원을 만들기로 했다.

 누구는 이걸 보고 ‘리디아의 정원’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1층 옆에 있는 미니 화단은 이미 심을 것을 촘촘하게

심어서 더 심을 것이 없는데다 건물 그늘에 가려 있어서

햇빛을 받는 시간이 얼마 안 된다.

 거기에 비해 하늘 정원은 하루 종일 해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수직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게 좀 귀찮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못해낼 것도 없다.

 아내가 쓸 데 없는 짓을 한다고 말리는 게 최대의

걸림돌이지만 살짝 살짝 몰래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트에 혼자 차 몰고 가서 상토를 사오고, 퇴비를

사다 숨겨 놓고, 아무도 안 볼 때 통을 올려놓고,

통에 심을 것들을 밀반입하고…….

 휴, 엄한 세관원 눈길 피하느라 진땀 뺐네!


 아내는 나이가 들수록 자꾸 비우고 버려야 할 텐데

거꾸로 사들이고 모은다고 타박하지만, 내가 만든

하늘 정원은 먼 훗날 이사 갈 때가 되더라도 그냥

놓고 가면 되니까 걱정할 게 없다.

 작은 정원을 만들고 씨를 뿌리고 가꾸고 작은

수확을 맛보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하늘 정원은 1.5평 정도 좁은 공간 밖에 안 되지만

이걸 다 정원으로 만들 수는 없어서 플라스틱 빈통을

갖다 놓고 흙을 채우기로 했다.

 틈나는 대로 플라스틱 통을 사다가 올려놓고 스티로폼

빈 박스가 생기면 그것도 올려놓았다.

 그 다음엔 통에 흙 채우기. 마트에 가서 상토를 사다 넣었다.

흙을 들고 올라가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지만 그런 어려움도

없이 어떻게 내 뜻을 펼치겠는가?

 중간에 그만 둘까 하는 마음도 몇 번 있었지만 눈앞에

파릇파릇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어려운 일도 놀이처럼 즐겁게 생각하는 성향이라

힘든 줄 모르고 해냈다.

 어떤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있어야 하고

귀찮고 힘든 일도 이겨내어야 뜻을 이룰 수 있다.

 가만히 한가하게 앉아 있으면 그 어떤 수확도 거둘 수 없다.

 몸이 편하면 댓가가 적고 몸이 힘들면 댓가가 큰 게 세상

이치다.

 내가 힘들게 고생하고 애를 쓰면 애를 쓴 그만큼 수확이

따라온다.


 하여간 내가 소소한 어려움을 다 이겨낸 덕분에 드디어

작은 정원이 생겼다.

 아침에 눈만 뜨면 하늘 정원에 심어놓은 새싹들이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해서 벌떡 일어난다.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철없는 어린 애 같다.

 하늘 정원에는 네 가지 통이 자리를 잡았는데 모두 다른 것을

심었다.

 하나는 조뱅이를 옮겨 심어 놓았고,

 


두 번째는 사데풀 모음,

 

세 번째는 쿨맘이 준 도라지 뿌리,

 


네 번째는 번행초와 한련초 씨를 뿌려두었다.


 우리 가족들 중엔 아무도 이 경사를 기뻐해줄 사람이 없어서

나 혼자라도 기념 파티를 열어야 할 판이다. 아들도 딸도 해괴한

짓을 한다고 이상한 눈으로 보니까.

 오늘 오후에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고 저녁식사라도 해야겠다.

난 하늘 정원 완공 기념이지만 아내는 전혀 모를 것이다.

 몰라도 좋다. 나만의 기쁨이니까.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체조를 하고 나서 1층으로 내려가 미니

화단을 돌본다.

 이어서 3층 베란다로 나가서 화분을 들여다보고, 그게 끝나면

계단을 타고 올라가 하늘 정원을 돌아본다.

 하늘 정원에는 물 주는 것도 쉽지는 않다.

 수직 계단을 올라야 하니 물통을 손에 쥘 수가 없어서

배낭에 메고 올라가야 한다.

 

 

 며칠 전에 초석잠 화분 2개를 잃어버리고 나서 도마뱀 꼬리를

잘라준 것과 같다고 했는데, 베란다에 도마뱀 꼬리격인 초석잠이

자라고 있다. 요놈은 누가 훔쳐갈 수가 없지. 내 몸 속에 꽁꽁

숨겨 두었으니까.

 

     초석잠 화분

 

  노루실표 박하를 화분에 살려내다

 

  수영 화분

 

 오늘 아침에는 미니화단에서 뜯은 천궁과 곤달비에다 베란다에서

뜯은 박하와 수영으로 쌈을 싸 먹었다.

 화분에 심은 수영을 파내고 초석잠을 심으려다가 잘 크는 게

아까워서 그냥 두었는데 내 성의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어린 싹이

많이 나왔다. 뜯어서 먹어보았더니 새콤한 여린 싹이 먹을 만하다.

 내가 직접 기른 싹으로 아침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천궁, 박하, 수영


  곤달비

 

 사데풀


 야종이 주인인 최영희 선생님이 털 빗기는 빗과 떨어진 털을 수거하는

롤러를 택배로 보내주셨다.

 내가 사겠다고 해도 굳이 보내셨다. 최영희 선생님 애살은 당할 수가

없다. 요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서 마음이 놓인다.

 


 고양이 용품을 보내면서 손수 만든 꽃비누도 보내주셨길래 야종이에게

많은 도움을 준 쿨맘과 글나라에 많은 글을 올리고 있는 남촌과 윈드에게

주었다.

 

 

남촌은 글나라 카페를 위해 많은 자료를 올려주고 있고,

요즘에는 화요일 동화교실에도 나오고 있는데 그림책 자료를

계속 제공해주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남촌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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