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와 방가지똥 < 2010년, 5월 16일, 일요일, 맑음> 아침에 아들과 오봉산에 운동하러 갔다. 아들이 컴퓨터만 하고 있길래 바람도 쐴겸 산에 가자고 했다. 아들이 선선히 따라간다고 하였다. 다른 때 같으면 안 간다고 할 텐데 오늘은 마음이 내켰나 보다. 나는 가자고 한 번 권했다가 안 간다고 하면 더 이상 강요하지는 않는다. 억지로 강요해서 데리고 가봐야 운동은 될지 모르지만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자기 행동은 자기가 원해야만 시킬 수가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피교육자가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강요해서 시켜본들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공부든 뭐든 자기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이 우러나올 때 가장 큰 효과가 있다.
예덕나무에 새순이 나오고 있다
늘 집에 갇혀 지내는 하늬도 데리고 갔다. 하늬도 모처럼 밖에 나가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방방 뛰었다. 차에서 내려 산으로 올라가니 숲길이 참 좋았다. 나무들이 쭉쭉 뻗어있는 길을 걸어가니 정신이 맑아졌다. 고즈넉한 숲길을 걸어가며 뽕나무가 있나 주위를 살펴보았다. 겨우 한 두 그루 발견하긴 했는데 키가 워낙 작아서 잎을 한 줌도 못 뜯었다.
잎이 고추잎을 닮은 고추나무 아침 운동을 하고 와서 수내로 차를 몰고 갔다. 동주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세울이 낸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를 한 권 사 갔더니 퍽 좋아하였다. 역시 좋은 책은 누가 봐도 알아준다. 요즘 같은 계절에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나물은 얼마든지 뜯을 수 있을 것이다.
수내 범초산장 밭에는 상추가 딱 먹기 좋게 자라 있었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상추였다. 오늘은 점심 먹기 전에 동주원으로 가서 동주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다른 반찬도 있었지만 상추가 어찌나 맛있는지 쌈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장구채가 아주 많이 돋아났다
상추를 따면서 보니 밭 가장자리에 방가지똥이 엄청나게 많이 돋아나 있었다. 키가 멀대같이 커서 상추가 애기라면 방가지똥은 대학생이었다. 상추는 우리가 심었지만 저 녀석은 심지도 않았는데 왜 저렇게 잘 자랐을까? 개망초도 엄청나게 번져 있었다. 내가 심고 가꾸지도 않았는데 잘 자란 방가지똥을 뽑아오자니 조금은 황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방가지똥을 공짜로 나누어주는 밭을 보니 나도 남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마음도 안 갖고 방가지똥을 뽑아온다면 방가지똥의 가시가 나를 콕콕 찌를 것이다.
여기 저기 서 있는 방가지똥을 뽑고 나니 밭도 깨끗해졌다. 방가지똥을 한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방가지똥 효소는 한 번도 담은 적이 없는데 올해는 이걸로 효소를 담아봐야겠다.
범초산장에 늦게 핀 철쭉
그전에 심은 꾸지뽕 나무가 손톱만한 싹을 내밀고 있다.
창녕 배동 집 근처에서 뽑아온 구기자도 죽지 않고 살아났다!
동주가 심은 열무를 얻어왔다
두루미 한 마리가 범초산장 옆에서 서성이고 있다
동주원에는 채소밭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고추도 심어 놓고 쑥갓도 잘 올라왔고 상추에 머위에 부추 등 없는 것이 없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그득했다. 수련
둥굴레
하늘매발톱
나는 동주원에 가면 그저 구경꾼일 뿐이지만 꼭 내 밭을 둘러보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했다. 주인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꼭 내 밭이 아니면 어떠랴!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반은 주인이 아니던가! 나는 한 주일의 피로를 등산과 수내 밭에서 푼다. 등산은 체력을 단련시켜주는 헬스이고, 수내 밭은 정서를 안정시켜주는 마음의 피로회복제다.
화살나무에 꽃이 피었다.
매실 열매도 벌써 굵어 가고
토요일에는 신불산으로 혼자 등산을 갔는데 여러 가지 야생초를 보았다. 가까운 산에서는 보기 드문 야생초들이 있어서 반가웠다.
민백미꽃
반디지치
고광나무
아무리 보아도 잘 모르는 것은 세울에게 메일로 물어보았다.
회잎나무
헛개나무
디카로 찍어와서 물어볼 수 있으니 야생초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세울 덕분에 나도 야생초 지식이 하나 둘 늘어간다. 참 감사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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