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회> < 2011년, 7월 24일, 일요일, 흐림 > 너무 많이 뿌렸구나! 동그라미 부부 계원들이 산장에 1박 2일을 하러 왔을 때 일이다. 하동 칠성봉 산장에서 어린 뽕나무를 뽑아주었던 희승이 아버지가 산장에 뿌리를 내린 뽕나무를 보고 놀랐다. "아니 그 어린 뽕나무가 저렇게 컸습니까?“ 희승이 아버지가 하동에서 뽕나무를 구해준 덕분에 잘 들고와서 심었고 그게 대부분 살아서 제법 큰 나무가 되었다. 뽕나무를 구해준 희승이 아버지한테도 뽕잎밥을 해주었다. 뽕나무만 보면 희승이 아버지가 생각난다.
이젠 뽕잎차나 뽕잎밥을 해먹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거름을 듬뿍 주었더니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고 있다. 똑같이 심은 뽕나무라도 계곡 옆 척박한 곳에 심은 뽕나무는 비실비실 잘 자라지 않는데 밭 주위에 심은 뽕나무는 쑥쑥 잘 자라고 있다. 역시 환경이 좋아야 잘 큰다. 희승이 아버지는 하루 자고 난 다음날 분재용 소나무를 산에 가서 파오더니 초대형 질경이를 보았다며 캐러 가자고 했다. 따라가 보았더니 길가에 엄청 큰 질경이가 있었다. “이거 캐다가 심으세요. 사람들에게 뭐냐고 물어보면 재미있는 대답이 나올 겁니다.“ 아마 이렇게 큰 질경이를 본 적이 없을 테니 설마 질경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라는 말이었다.
질경이야 여기저기서 많이 캐와서 심고 씨를 뿌리기도 해서 많이 번식시켜 놓았지만 희승이 아버지 말이 재미있어서 캐다가 심었다. 길가에서 아무렇게나 자라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질경이지만 약초 못지않게 효능이 아주 좋다. 지저분한 곳에서 자라는 것을 캐먹기보다는 내가 직접 키운 질경이가 더 깨끗하고 좋을 것이다.
(위에 좋은 3대 약초중의 하나, 예덕나무)
그동안 여러 가지 야생초를 틈나는 대로 산장에 옮겨 심었는데 이젠 어지간한 병은 산장에서 자가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나는 앞으로 암에 걸린다고 해도 병원 신세는 지지 않을 생각이다. 주위에서 암에 걸린 사람들을 보니 항암제를 먹고 방사선 치료를 받는 과정이 아주 힘들었다. 거의 죽음 수준이었다. 항암제를 먹으면 구토증이 심해서 밥을 제대로 못 먹으니 이중삼중의 고통을 당한다. 차라리 산장에 들어와서 약초나 캐어먹고 자연식을 하며 암을 다스릴 생각이다. 운이 좋으면 나을 거고 못 낫는다고 해도 자연의 섭리에 따르고 싶다. 몸에 칼을 대고 생명을 더 연장하기 위해 약에 의존하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지금 내 나이 정도 되어서 일찍 돌아가셨으니 나는 이제부터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의학이 인류에게 공헌한 점이 많지만 아직 암만은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환자를 여러 가지로 힘들게 한다. 병에 걸린 뒤에 병원에 가면 그때는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미리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자기 몸에 신경 써야 한다.
국화가 벌써 피었다
내가 주말마다 산장에 오는 것도 나름대로 건강을 위한 나만의 실천 방법이다. 자신이 불규칙적으로 생활하거나 몸을 혹사해놓고 무작정 낫게 해달라고 의사에게 매달려본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까? 건강은 건강할 때부터 신경을 써야 하고 가능하면 자연과 벗하면서 자연에 맞는 식사를 해야 한다. 항생제를 먹어가며 키운 고기를 자주 먹는 것보다는 생선이나 식물성 단백질을 먹는 게 좋을 것이다. 아내는 너무 풀만 먹어도 건강을 해친다고 염려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생선과 여러 가지 쌈을 먹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산장을 돌아보니 아기땅빈대도 눈에 많이 띠었다. 작년 가을에 보는 대로 씨를 구해 와서 퍼뜨렸는데 애쓴 보람이 있었다.
왕고들빼기는 너무 많이 번져서 이젠 보는 족족 뽑아내어야 할 판이다. 욕심도 적당히 부려야지 너무 많이 부렸더니 내가 힘들게 되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안 한 것만 못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발에 밟히는 게 왕고들빼기다. 곳곳에서 머리를 들고 일어난다. 야, 정말 너무 많이 뿌렸구나! 이젠 구석에 몇 그루만 살려두고 다 뽑아 버려야겠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은 코다리찌개와 야생초 쌈으로 식사를 했다. 아내가 모임이 있어서 안 따라왔기 때문에 내가 직접 찌개를 만들었다. 다 만들고 나서 먹어보니 간이 안 맞았지만 싱거우면 싱거운 대로 맛있게 먹었다. 아마 아내가 있었더라면 도라지집 개나 주라고 했을 거 같다. 그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나는 혼자 쿡쿡 웃어가며 개나 먹을 생선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밥은 언제나 그렇듯이 율무를 넣은 뽕잎밥이고, 반찬은 코다리찌개에 차조기, 삼백초, 왕고들빼기 쌈에 고추를 막장에 찍어 먹었다.
밥을 먹고 나면 물은 마시지 않는다. 찌개도 국물은 거의 먹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찌개는 국물이 있는 찌개가 아니라 조림 수준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내에게 국을 끓여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국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으니까. 밥을 먹고 나서 한 시간 정도 지난 뒤부터 밥먹기 한 시간 전까지 물을 많이 마신다. 요즘에 밥 따로 물 따로 음양조절 식사법이 유행인데 나는 이런 식사법을 오래 전부터 실천해 왔다.
돼지쑥
밥을 먹고 일하다가 목이 마르면 내가 만든 차를 마신다. 오늘은 아기땅빈대와 차조기, 쇠비름, 돼지쑥을 넣고 차를 만들었다. 차라고 하지만 만드는 방법이 아주 간단하다. 주전자에 산장에서 구할 수 있는 생수를 붓고 재료를 넣고 끓이다가 김이 나면 불을 끄고 한참 그대로 두었다가 마시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생잎을 구할 수가 없으니 말려두었다가 끓이지만 산장에서는 발에 닿는 게 약초라 생잎을 바로 쓴다. 돼지쑥은 군포에서 시집 와 잘 자라고 있는데 끓여보니 영락없는 쑥차 맛이었다. 아주 역할 정도로 쓰지는 않고 쌉쏘름한 것이 먹을 만 했다.
댑싸리도 차로 끓여 마셔보았는데 아주 담백하고 좋았다! 소이 감사해! 댑싸리 구해줘서... 꽃밭에서 에키네시아가 잘 크고 있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씨를 많이 구해서 심었는데 몇 포기밖에 살아나지 않았다. 꽃도 이쁘고 약성이 좋다니까 잘 크면 좋겠다.
백일홍 꽃이 많이 피었다. 백일홍 씨도 엄청 많이 구해서 뿌렸는데 애쓴 만큼 곳곳에서 돋아나고 있다.
배롱나무도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어제는 메나리 한정기와 남편 박종규씨가 놀러와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산장 밑에 내려가서 국수를 사주어서 맛있게 잘 먹었다. 메나리가 쓴 장편 동화 ‘플루토 비밀결사대’가 7월26일부터 세 번 EBS에서 방송을 타게 되는데, 7월 말에는 플루토 비밀결사대 4편이 나올 예정이라고 해서 대박나라고 산장에서 딴 초대형 오이 한 개를 주었다. 여태 딴 거중에서 제일 큰 오이였다. 제자들을 길러두니 가끔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 8월 중순에 박윤규가 부산에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참석하러 오면 몇 명 산장에 불러서 놀기로 했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동주 친형인 영갑씨와 임기에 영지 버섯을 따러 갔다. 나는 여태 영지버섯을 따본 일이 없어서 체험도 할겸 따라갔다. 버섯을 따기 위해서는 남이 안 다니는 곳을 누벼야만 한다. 늘 산에 가도 등산로만 따라 다니다가 길이 없는 곳을 누벼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덕분에 영지 버섯을 제법 땄다. 영갑씨가 영지버섯을 잘 찾아서 많이 땄고 우리는 초보라 몇 개만 땄다. 글쓰는 사람은 다양한 체험을 해보아야 한다. 영지 버섯 따러 갔던 일도 좋은 경험이었다. 길을 안내해준 영갑씨가 고마웠다.
|
'시골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세 번째 심은 배추 모종 ( 408회) (0) | 2011.09.11 |
---|---|
[스크랩] 황소 개구리가 부는 트럼펫 (402회) (0) | 2011.07.31 |
[스크랩] 보기만 해도 푸근한 항아리 (400회) (0) | 2011.07.17 |
[스크랩] 반갑다, 모시풀! ( 399회 ) (0) | 2011.07.11 |
[스크랩] 땅이 부리는 마술 (398회) (0) | 2011.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