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새로운 냉장고 (422회)

凡草 2011. 12. 18. 23:41

<422회>

 

새로운 냉장고

 

< 2011년 12월 18일, 일요일, 맑음 >

 

산장에 가서 물을 틀어보니 호스가 얼었는지 물이 나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계곡에 내려가서 바가지로 물을 퍼 왔다. 계곡에는

맑은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한겨울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계곡이

참 고맙다.

 추운 겨울에도 저렇게 맑은 물처럼 내 영혼도 맑게 깨어 있으면

좋겠다. 물을 바라보며 잠시 내 마음도 씻는다.

 

 

동주가 오랜 만에 와서 아궁이 주변을 깨끗이 정리했다.

나는 그 부근을 늘 보았어도 손을 댈 생각을 못했는데 동주는 아주

깔끔하게 손보았다. 나는 주변이 지저분해도 잘 모른다. 그래서 정리

정돈을 잘 못한다. 그게 내 단점이다.

 

 

동주가 왔을 때 계곡에서 물을 끌어 올리는 모터 펌프도 같이 싸자고

했다. 동주는 주변에 나뒹굴고 있는 스펀지를 잘라서 모터 펌프를 감싸고

비닐로 덮었다. 이렇게 해주지 않으면 한겨울에 펌프가 얼어 터져

버린다.

 

 

뽕나무가 겨울잠을 자고 있을 때 가지 치기를 해주었다.

이발사가 이발을 해주듯이 지저분한 가지를 잘라서 보기 좋게 해놓았다.

내년 봄에 새로운 뽕잎을 돋아나면 뜯어먹기 좋게 높은 가지를 잘라서

나무 높이를 낮게 해놓았다.

뽕나무가 겨울잠을 자고 깨어나면 잘 크라고 거름도 듬뿍 부어 놓았다.

과일 껍질이나 먹고 남은 음식 찌꺼기가 나오면 항상 계곡 옆에 있는

뽕나무 밑에 갖다 버린다. 내가 늘 따 먹는 뽕잎 대신 이런 거라도 주어야

보상이 될까 싶어서다.

도시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싫어하겠지만 산장에 와보면 겨울도 나름대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없다면 저 나무들이 어떻게 마음 놓고

쉬겠는가? 잎이 일년내내 무성하다면 다 따 먹어 버려서 벌거숭이가 될지도

모른다. 겨울이 와서 잎이 다 떨어지고 텅빈 가지만 있기에 더 이상 따 먹지

못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다.

뽕나무야, 겨우내 푹 쉬고 봄에 다시 잎을 따 먹게 해다오.

뽕나무가 있기에 봄을 손꼽아 기다린다. 새 잎이 돋아날 봄을.

전정 가위로 가지치기를 열심히 했다. 어설픈 솜씨지만 그런 대로

보기 좋게 되었다.

 

 

잘라낸 가지는 주전자에 물에 붓고 끓이면 뽕나무 차가 된다.

뽕잎만큼 좋은 차는 아니라도 그런 대로 마실만한 뽕나무 차가

우러나온다.

 

 

가지치기를 하고 나서 하우스 안에 들어와 104.3 EBS 라디오를

들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영화 음악과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즐겁게 듣는다. 이 프로가 있는 줄

몰랐는데 등산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 자주 듣고 있다.

내 생애 최고의 영화, 주제가 있는 영화 음악 등... 들을 만한 내용이

많다.

 

영화 음악을 다 듣고 책을 보는데 동주가 와서 냉장고를 실어오자고 했다.

자기가 아는 선생님이 새 냉장고를 사면서 쓰던 냉장고를 거저 주겠단다.

동주가 아는 사람한테 짐차를 빌려왔다. 나중에 짐차 주인에게는 기저귀

두 박스를 사용료 대신 사주었다. 그 집에 아기가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는 거제리 대우 아파트에 가서 실어왔다. 지금 산장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냉장고인데 운반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래도 동주가 있어서

결국 해내었다.

산장 안에 들여 놓고 보니 훨씬 크고 깨끗했다. 냉장고와 함께 등나무

소파도 가져다 놓았다. 사진기를 차에 두고 와서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사진은 다음 주에 올릴 예정이다.

 냉장고 안에 여러 가지 것을 들여 놓기 전에 걸레로 미리 내부 청소를 했다.

생전 처음으로 냉장고 안을 청소해보았는데 쉽지 않았다.

 아내가 평소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겨울에도 싱싱하게 살아 있는 광대 나물

 

스포츠 댄스는 꾸준히 배우고 있다.

지금 5개월째 배우고 있는데 이젠 순서를 다 외워서 초보 신세는

면했다. 결석을 해서 순서를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가르쳐주기도 한다.

나는 좀처럼 결석을 하지 않는데 16일과 21일은 모임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해서 아쉽다.

 지난 주 수요일에는 자이브 동작 '치킨 워크'까지 배웠다.

 동작이 복잡하지만 재밌는 내용이었다.

 여태 열심히 배운 덕분에 몇 번 연습하고 나서 금방 익혔다.

 김지혜 강사 선생님은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상대방이 순서를 모른다고 나무라면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됩니다.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기가 순서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스포츠 댄스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 반드시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상대가 틀리더라도 원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부 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방이 틀리거나 잘못하더라도 비웃거나

빈정거려서는 안 된다.

 자기 스스로 잘못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잘못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옳다고 야단쳐봐야 상대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싸움만 커질 뿐이다.

스포츠 댄스를 배우면서 여러가지 지혜도 깨닫는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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