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회>
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명상 노트
< 2012년 1월 23일, 월요일, 맑음 >
연지동 큰집에 가서 형제들과 차례를 지내고 왔다. 아들 문현이와 정미도 같이 가서 형님과 형수들에게 세배를 했다. 큰집에 가도 큰형님이 없으니 기둥이 빠진 것처럼 허전하다. 점심을 먹고 놀다가 오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토요일에 산장에 갔다가 동주원에 들렀다. 동주원에는 하얀 개가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았다. 강아지들이 귀여워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사람이든 개든 어릴 때는 참 귀엽다. 산장에 살고 있다면 한 마리쯤 얻어서 키우고 싶은데 지금은 키울 처지가 못 되어서 아쉽다.
산장 꽃밭을 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작년에 다 죽은 줄만 알았던 히야신스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나 둘이 아니라 여러 포기가 살아나고 있어서 믿어지지 않았다. 작년 초봄에 히야신스를 심고 나서 잘 크라고 거름을 듬뿍 준 게 잘못이었다. 독한 거름 때문에 모조리 녹아버려서 죽은 줄만 알았는데 한겨울에 땅 위로 싹을 내밀고 있었다. 저 차가운 땅에서 생명의 싹이 돋아나는 걸 보니 몹시 대견스러웠다. 올 봄에는 잘 커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광대나물은 생명력이 정말 대단하다. 한겨울에도 멀쩡하게 살아있다. 날이 좀 풀리면 광대나물을 뜯어서 나물로 먹어봐야겠다.
바위취도 강추위를 이기고 파랗게 살아있다. 돈을 주고 사서 심은 보람이 있다. 처음 심었을 때보다 조금 포기수가 늘어난 것 같다.
백합도 봄이 오기 전에 벌써 싹을 내밀고 있다. 꽃보다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돋아나오는 저 모습이 더 보기 좋다. 꽃밭에서는 벌써 봄맞이가 시작되었다.
소이가 책 2권을 선물로 보내주었다. 그 중에 ‘아티스트 웨이’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이 두툼한 책 내용을 두 낱말로 요약하면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이다. ‘모닝 페이지’는 아침마다 의식의 흐름을 노트에 3페이지 정도 적는 것인데 어떤 내용이든 상관없다. 한 가지 내용을 3페이지 적으려면 힘들기 때문에 이것 저것 아무 거나 적어도 된다. 꿈 이야기, 소원, 넋두리, 하소연, 계획, 걱정거리, 지나간 추억, 낙서, 그림 등....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써도 상관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쓸 기분이 되어야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모닝 페이지는 기분에 좌우될 필요가 없다. 극단적으로 쓸 게 없으면 ‘오늘은 아무 것도 쓸게 없다,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3페이지 적어도 된다. 그런데 왜 이런 무의미한 작업을 매일 해야 하느냐 하면 창조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1-2쪽이 아니라 3쪽으로 정한 것도 창조성이 살아나려면 그 정도 분량을 쓰면서 기다려주어야 한다. 이 방법을 실천해서 놀라운 효과를 본 사람들이 아주 많다. 글쓰는 사람들이 아니라도 효과를 볼 수 있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꼭 실천해 보아야 한다. 특히 글이 잘 안 써지는 사람들에게는 권할 만한 방법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아주 훌륭한 비법이다. 나는 아직 보름도 실천해 보지 않았지만, 벌써 그 효과를 느끼고 있다. 여러 가지 영감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아무리 좋은 비방이라도 직접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올 일년 동안은 꾸준히 실천해볼 생각이다.
나는 이 ‘모닝 페이지’를 조금 변형시키고 더 보완하여 제자들 동화지도에 응용해볼 생각이다. 몇 가지 핵심을 소개한다.
* 모닝페이지는 아침에 적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바쁘면 오후나 저녁에 해도 된다. 그래서 나는 이 노트 이름을 ‘명상 노트’라고 바꿔 부른다. * 명상노트는 일기가 아니다. 한 가지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잡념, 공상, 낙서, 메모 등도 가능하다. * 가능하면 스프링 노트가 좋고, 쓴 뒤에 다시 읽어볼 필요가 없다. 3개월 전에 다시 읽어보면 안 된다. * 되도록 매일 쓰는 것이 좋고, 일기를 쓰면서 병행해도 된다. * 워드로 치는 것보다는 손으로 쓰는 것이 좋고, 필기구는 딱딱한 볼펜보다 글이 술술 잘 써지는 사인펜, 수성펜이 좋다. * 명상 노트는 논리적인 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상념, 떠오르는 아이디어, 명상, 답답한 마음, 자신을 격려하는 말 등을 쓰는 것이다. (*)
줄리아 카메론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아내였던 카메론은 스콜세지의 대표작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으나 스콜세지의 아내로서 취급받았을 뿐이다. 이는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그와 이혼한 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알코올에 의존하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인간의 정체성은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아티스트는 가난하고 괴팍하며, 고통 속에서 창조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예술가를 둘러싼 신화에서 벗어나게 된다. 자유로운 아티스트로 거듭난 것이다. 이런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소규모의 창조성 워크숍은 어느새 전세계 2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게 되었다. 슬럼프에 빠졌거나 창조성이 막혀버린 화가, 작가, 음악가뿐만 아니라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직장인,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가정주부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창조성 프로그램의 교재로 쓰인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다.
목차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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