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회>
소나기에 나오는 꽃
<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맑음 >
중부 지방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데 남부지방에는 비는 안 오고 무더위가 계속 되고 있다. 밤에도 열대야라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어야만 잠을 이룬다. 우리 집은 주택이라 더 덥다. 해운대 살 때가 참 좋았다. 그때는 선풍기도 며칠 안 틀고 지났는데. 올해는 어찌나 더운지 해운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덥다고 했다.
날씨가 더웠지만 어제도 산에 갔다. 바람은 시원했지만 걸으면 더워서 땀이 줄줄 흘렀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이렇게 땀 흘릴 일도 없을 테니 모처럼 땀을 뺄 좋은 기회가 아닌가! 덥다고 집에만 있으면 더 약해질 뿐이지. 땀을 흘리는 대신에 물은 계속 마셨다. 돌이 많은 길을 지나갔다. 인생은 가시밭길과 같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인생은 돌밭길일 수도 있겠다. 우리네 인생길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돌처럼 많이 깔려 있다. 근심, 고민, 질병, 사고와 온갖 불행이 우리를 돌처럼 무겁게 짓누른다.
돌을 밟고 길을 지나가듯이 우리도 사는 동안 온갖 장애를 넘어야 한다. 아무리 큰 돌도 넘어갈 수 있듯이 우리가 못 넘을 장애는 없다. 돌밭길을 지나면서 나를 가로막는 어떤 장애도 잘 헤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범어사 매표소를 지나고 얼마쯤 올라가니 등나무 군락지가 있었다. 100여년 된 등나무들이 즐비하단다. 한 바퀴 도는 코스가 30분 정도라 등산로에서 잠시 벗어나 등나무 군락지를 돌아보았다. 원시림처럼 멋진 풍경이었다.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도 있었다. 이런 멋진 풍경이 있는 줄 몰랐는데 스마트폰으로 알려준 ‘월간 산’의 정보를 보고 알았다.
산봉우리를 몇 개 넘고 나서 임도를 걸어가는데 노란꽃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마타리였다. 그것도 한 포기가 아니라 여러 포기가 있어서 반가웠다.
마타리는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꽃이다. 소나기에는 소년과 소녀가 꽃을 꺾는 장면이 있다.
<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 옴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
나는 소나기를 중학생 때 교과서에서 읽고 다른 꽃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마타리는 유독 오래 기억에 남았다. 소녀가 마타리를 양산처럼 머리 위에 쓴다는 표현을 읽고 도대체 어떤 꽃일까 무척 궁금했다. 양산같이 생긴 꽃일까? 어른이 된 다음에 야생화 공부를 하면서 마타리를 알게 되었는데 사실은 양산하고는 이미지가 맞지 않는 꽃이었다. 차라리 우산나물을 머리 위에 쓴다면 더 어울리겠지만 마타리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소나기라는 작품 때문에 마타리가 어떤 꽃인지 궁금했고 오래 기억할 수 있었다. 사실 알고 보면 마타리는 화려한 꽃도 아니다. 들에 가보면 그 정도 꽃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오히려 잔대나 모싯대, 칡꽃이 더 볼만하다. 하지만 소나기에 마타리가 나왔기에 유명해졌다. 문학 작품은 그만큼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마타리 잎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꽃이 피지 않았을 때도 알아볼 수 있기 위해서였다.
마침 싸리꽃이 많이 피었기에 꽃차를 해 마시려고 꽃을 따 모았다. 싸리꽃은 아주 작아서 한참 모아도 얼마 되지 않았다. 여간한 인내심이 아니면 모으기가 힘들었다. 무슨 일이든 참고 기다리지 않으면 수확이 없다. 싸리꽃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꽃을 모아야만 한다. 누가 나를 위해 꽃을 따줄 리가 없으니 내가 따 모을 수 밖에 없다.
8월 19일에 범초산장에서 달님반 번개를 했다. 소산을 비롯한 여러 회원들이 모였다.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점심으로 국수를 먹고 계곡 물에 들어가서 놀았다.
미스포터가 복분자를 한 포기 가져왔다. 산딸기하고는 모양이 달랐다. 대추나무 옆에 심고 물을 듬뿍 주었다.
산장을 나오다가 밭에 무성하게 자란 쇠비름이 보여서 한 봉투 뜯었다. 집으로 가져와서 끓는 물에 데쳐서 된장으로 무쳤더니 먹을만 했다. 보기에는 억세고 맛이 없을 것 같았는데 데쳐서 무치니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다.
쇠비름에는 오메가 3가 아주 많다고 하니 앞으로도 종종 무쳐서 먹어야겠다.
고광나무
수까치깨 (*) |
'들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제주 올레길 야생화 공부 (507회) (0) | 2013.04.22 |
---|---|
[스크랩] 산길을 걸으며 나물도 뜯고 (505회) (0) | 2013.04.09 |
[스크랩] 얼음땅을 뚫고 올라온 봄나물 (432회) (0) | 2012.02.26 |
수도산 단지봉 야생화 탐사 (0) | 2011.05.12 |
[스크랩] 내가 마시는 건강차 0=0=0= 335회 (0) | 2010.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