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붓꽃 선물 (531회)

凡草 2013. 9. 8. 23:44

 

 

<531회>

 

붓꽃 선물

 

< 2013년 9월 8일, 일요일, 맑음 >

 

마리에 토르하우게가 지은 <로베르토의 소원 나무>라는 그림책을 보면

로베르토는 할머니한테 소원 나무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보통 아이라면

할머니 말을 우습게 여기겠지만 로베르토는 그런 나무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소원을 빌러 나무 위에 올라갔는데 자기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꼬였던 일이 풀린다.

로베르토는 브라질에서 아일랜드로 이민 간 아이다. 아일랜드 아이들이

자기와 놀아주지 않아서 친해지고 싶은 소원을 가졌는데, 고양이를 찾아준

덕분에 아일랜드 아이들과 친해지게 된다.

나무가 직접 소원을 들어준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 말을 믿었기에 결국은

소원이 이루어졌다.

 

 

우리는 이루고 싶은 소원을 품고 살아간다.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신이 바란 대로 다 이루어지지는 않아도 적잖은 결실을 거두게 된다.

그러니 터무니없는 소원이라도 마음 속에 품고 이루어질 때까지 애써 볼 일이다.

 

 

1979년에 부산 성지초등학교에서 6학년을 맡아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성지초등학교 6학년2반 밴드를 만들고 나를 초대했다.

들어가 보니 옛날 제자들이 한 두명씩 모여들고 있었다.

전락영, 류충오, 조상욱, 임채덕, 장수진, 김병주, 전모노 등,  

몇몇 학생들과 댓글로 소식을 주고 받았는데 34년 전이 일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추억은 잊혀지지 않고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다.

 

 

산장에 가면 뒷산 약수터에 꼭 물을 뜨러 간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나오는 작은 옹달샘이다.

한여름에도 그냥 마실 수 있어서 좋다.

산장에서 옹달샘까지 왕복 50분 정도 걸린다.

패트 병을 여러 개 들고 가면 물을 금방 다 받을 수 없어서 한참 기다려야 한다.

물을 한 병 떠내고 고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떠낸다.

물이 고이기를 기다리는 것도 지루한 것이 아니라 여유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무슨 일이든 성급하게 굴면 제대로 할 수 없다.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해야 잘 할 수 있다.

우리가 물을 다 뜨고 간 뒤에는 저 물이 어떻게 될까?

옹달샘이 넘쳐서 흐르는 게 아니라 어느 틈으로 새어 버리는 모양이다.

물을 뜨러 가보면 항상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물을 뜨기 전에는 물이

조금 흐려져 있다.

우리는 물을 다 퍼내고 새물이 차기를 기다렸다가 뜬다.

 

 

우리 머릿속도 그러하리라. 무엇이든 자꾸 써내야 더 좋은 생각이 차오를 것이다.

글로 써 내지 않고 그냥 두면 머릿속이 흐려질 것이다.

맑은 생각을 글로 쓰기 위해서는 고였던 생각을 종이에 다 퍼내야 한다.

쓰지 않고 궁리만 하는 사람은 머릿속이 맑지 않고 복잡하다.

 

 

 

오늘 산장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들꽃이야기님 부부다.

장유에서 부산 두구동까지 나들이를 하셨다.

마침 동그라미 계원들이 모이는 날이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들꽃이야기님이 붓꽃 모종을 선물로 들고 와서 냇가 둑길 옆에 심었다.

참 고마운 선물이다.

심고 나서 물을 듬뿍 주었는데 잘 살아나면 좋겠다.

다음에 모종이 살아서 붓꽃이 피면 들꽃이야기님을 생각할 것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모이는 동화교실 달님반도 가을 학기 개강을 했다.

이향은 선생님이 새로 공부하러 왔다.

남정미 선생님 노래도 듣고 동화 공부를 즐겁게 했다.

공부하러 오는 분들이 좋은 동화를 많이 쓰면 좋겠다.

 

 

신세계 동화교실 김현정씨가 그전에 만냥금 모종을 갖다주었다.

여태 화명동 동화교실에서 키우다가 산장으로 가져왔다.

몇 포기는 나누어 주고 4포기가 잘 크고 있다.

 

 

 

어제 배추 모종 50포기를 범초산장 밭에 심었다.

조금 늦게 심었는데 잘 클지 모르겠다.

 

 

쥐방울 덩굴이 범초산장에서 두 포기 잘 크고 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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