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초산장 일기; 575회>
자연 화장실 4년 만에 완성하다!
<2014년 5월 6일, 화요일, 맑음>
범초산장에 화장실이 있긴 있지만 돌담만 반쯤 쌓아 놓은 상태여서 미완성인 채로 4년을 지냈다. 문이 없어서 앞이 확 터져 있으니 손님들은 볼일을 볼 때 불안했을 것이다. 여자 손님들은 우산으로 앞을 가려야만 했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크게 불편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냥 그렇게 지냈는데 영갑씨가 보다 못해 화장실을 완성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재료를 사 모으고 준비 작업을 한 끝에 2014년 5월 3일부터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영갑씨가 중심이 되고 나는 옆에서 거들었다. 영갑씨가 각목으로 기둥을 세우는 동안에 나는 시멘트로 돌담을 더 높이 쌓았다.
영갑씨가 인테리어 전문이라 진도가 척척 나갔다. 5월 3일에 반 이상 작업을 해 놓고 일이 끝났는데, 5월 4일은 아내와 청도로 여행을 다녀왔고, 5월 5일에 다시 가서 남은 부분을 마무리 했다.
영갑씨는 문을 달고 판자를 박고, 나와 아내는 시멘트 작업을 했다. 화장실 하나 완성하는데 이틀이 꼬빡 걸렸다. 무엇이든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하기 싫은 마음, 미루고 싶은 마음, 돈 안 들이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만 있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 도전적인 자세,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는 마음,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태도가 있어야 무엇을 이룬다.
5월 5일에는 세 사람이 힘을 모은 끝에 화장실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볼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재래식 화장실이긴 하지만 나와 아내가 힘을 보태어 만든 곳이라 애착이 간다. 솜씨 좋은 영갑씨 덕분에 숙제 하나를 해치워서 기분이 좋았다. 저 화장실에 오래 머물러 있고 싶으면 어떡하지?
회향 다년생이라 해마다 스스로 알아서 나오고 있다. 쌈 싸 먹을 때 같이 먹어도 되고 셀러드에 넣어도 된다.
뽕잎이 나오기 시작해서 뽕잎밥을 해먹고 있다. 뽕잎을 많이 넣고 쑥, 천궁, 민들레도 조금 넣었다. 밥맛이 구수해서 좋다. 내 건강의 반은 뽕잎이 책임지고 있다.
매실이 익어가고 있다
잔대
감나무
지느러미 엉겅퀴
연잎이 손톱만 하더니 차츰 굵어지고 있다.
대추가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지금부터 바쁘다. 나무 중에 제일 늦게 잎이 나오지만 한 번 나오기 시작하면 아주 부지런히 자라서 열매를 많이 매단다. 대추에게는 늦은 것은 늦은 것이 아니다. 늦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무엇이든 늦게 시작한 사람은 대추를 본받아야 한다.
호박이 잘 크고 있다.
새로 심은 느릅나무도 싹이 나왔다. 아주 어리지만 매일 매일 쉬지 않고 자라서 나중에는 잎과 가지가 몰라보게 자란다.
신불산으로 등산 가서 영축산까지 6시간 걸었는데 여러 가지 꽃을 보았다. 산에 갈 때마다 새로운 꽃을 하나 이상은 꼭 본다. 그전에는 부지런히 걷기만 하느라 들꽃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요즘은 주위를 유심히 살피면서 가니 여러 가지 꽃들이 보인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혼자 찾으니 더욱 기분이 좋다. 꼭 보물을 찾은 것처럼. 자연이 공짜로 주는 선물이다.
해당화
처녀치마
설앵초
덩굴 꽃마리
연달래
나비나물
금난초
은난초
애기똥풀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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