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草텃밭 이야기 655회)
2015년 8월 9일, 일요일, 맑음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8월 6일 신세계 동화교실 수업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울진으로 갔다. 태관이가 소개해준 금강소나무 숲길을 걷기 위해서 였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은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만 걸을 수 있다. 나도 1구간을 신청해 놓았는데 8월 7일 오전 9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민박 집에서 하루 자고 걷기로 일정을 잡았다. 오후 4시 지나서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 도착했다. 산림청에서 정해준 민박 집을 찾아갔더니 뜻밖에도 평범한 민박집이 아니라 가정집이었는데 고급 펜션 못지 않았다. 첫눈에 보자 마자 마음에 들었다.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우리를 맞아 주었는데 집 안팎을 구경하고 할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도 들었다. 낯선 민박 집이 아니라 마치 친척 집에 들른 것 같았다. 이 집은 범초산장처럼 계곡 옆에 있어서 경치가 좋았다. 나는 집 주위를 샅샅이 둘러보며 구조를 살펴보았다. 할머니가 얼마나 집을 잘 가꾸었는지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할머니가 저녁을 차려 주셨는데 반찬이 깔끔해서 맛있게 먹었다. 민박 방값은 두 사람에 2만 원, 밥은 한 사람당 한끼에 6천원으로 정해져 있어서 부담이 되지 않았다. 주민과 여행객에게 서로 도움이 되는 제도다. 저녁을 먹고 쉬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조용한 마을이었다.
원래는 9시에 출발하는데 한여름이라 30분 앞당겨 출발한다고 해서 출발 장소로 나갔다. 조금 있으니 숲 해설사가 와서 일행을 안내했다. 산림청에서 만든 숲길 1호인데 입장료는 없다. 명품 숲길로 만들려고 산림청과 울진군이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매주 화요일은 쉬고, 수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금강소나무 숲길은 11월부터 3월까지는 산불 예방 차원에서 탐방객을 받지 않는단다. 금강소나무 숲길 1구간은 보부상들이 넘어가던 열두 고개 중에서 네 개의 고개를 넘는 코스다. 총 13.5킬로미터. 옛날에 보부상들이 김, 미역, 소금 등을 지고 이 고개를 넘어갔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 약 50킬로나 지고 갔다니 얼마나 무거웠을까? 낭아초 고삼 꽃 가는 장구채
영아자
고려엉겅퀴 (곤드레) 숲길이라도 땀이 줄줄 흘렀다. 일행 중에는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다. 학생들도 보이고 나이든 분도 있었다. 여자 혼자 오기도 했고. 금강소나무 숲길은 개인이 마음대로 아무 데나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숲 해설사가 안내하는 대로 정해진 길만 걸어야 한다. 그 이유는 산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침 때문이란다.
숲해설사는 나무 이름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금강소나무에 대한 설명도 해주었다. 금강소나무가 특별히 따로 있는 수종이 아니라 여느 소나무와 같은데, 다른 지역보다 경북 울진 지역에서만 곧게 잘 자라고 붉은 빛깔을 띠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시험 삼아 울진에 있는 소나무 묘목을 다른 지역에 갖다 심었더니 여기만큼 잘 자라지 않았단다.
누리장 나무 멸가치 꽃 소나무와 야생화를 보면서 걸었는데 임도가 나타났다. 불볕 더위 속에 임도를 걸으니까 숨이 턱턱 막혔다. 아무래도 이 숲길은 봄과 가을에 와야지 여름에는 무리다. 난 한여름에도 등산을 많이 해서 별 문제는 없었지만 등산은 아니라고 해도 600미터 정도까지는 올라가니까 산을 안 탄 사람들에겐 힘들었지 싶다. 나는 아내와 함께 줄곧 선두에 서서 걸었다. 해설사 바로 뒤에서 걸어야 해설도 듣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어서 좋다.
임도를 지나고 나니까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은 밥차가 배달을 해주어서 편했다. 점심도 한 사람당 6천 원이다. 오늘 메뉴는 비빔밥이다. 많이 걷고 난 뒤라 비빔밥을 꿀맛같이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방울 토마토를 간식으로 주었다. 찬물내기 쉼터에서 조금 쉬다가 다시 걸었다.
이제부터는 숲속이라 그리 덥지 않았다. 그래도 두 번이나 계곡 물에 발을 담글 시간을 주어서 발이 한결 가벼웠다. 해설사는 모두 세 번이나 바뀌었다. 매일 해설사가 긴 구간을 걸을 수 없기 때문에 교대로 근무한단다. 산림청에서 지원해주는 해설사가 안내해주기 때문에 안심하고 걸을 수 있다.
한참 걷다가 마타리가 가득 있는 군락지를 보았다. 마타리는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들꽃이다. 아직 범초산장에는 마타리가 없는데 앞으로 마타리를 구해서 심어야겠다. 이윽고 소광리 마을이 보였다. 13.5 킬로를 무사히 다 걸었다. 땀을 많이 흘리긴 했지만 운동 한 번 잘 했다. 원시림 같은 숲을 지나온 것도 마음에 들었다. 미리 예약한 민박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쉬다가 저녁을 먹었다. 이 집은 평범한 시골집이었는데 집은 어제보다 못했는데 밥상은 더 나았다. 한 가지가 좋으면 한 가지가 나쁘고 다 좋을 수 없는 게 세상 이치다.
원래 계획은 소광리 민박 집에서 자고 3구간을 마저 걸을 생각이었는데 너무 더워서 아내와 가까운 곳에 있는 덕구 온천으로 갔다. 덕구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양산으로 돌아왔다. 양산에서 가깝기만 하면 자주 가서 걸어보고 싶은 소나무 숲길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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