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凡草텃밭 이야기 660회) 가을바람에 신불산 배가 익어가네

凡草 2015. 9. 7. 23:15



 

(凡草텃밭 이야기 660)

 

201597, 월요일, 맑음

 

< 가을바람에 신불산 배가 익어가네 >

 

범초산장과 석산리에 있는 범초텃밭을 오가며 일하다 보니 모기에 물리기도 하고

벌레에 쏘이기도 해서 여기저기가 부어 올랐다.

토시를 끼고 일하지만 목이나 발을 가시 덩굴에 긁히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다쳐서 상처가 나기도 했다.

이런 경험만 보면 시골 생활이 형편 없고 다시는 갈 곳이 못된다고 여기겠지만

실상은 전혀 반대다.

나는 여전히 시골 예찬론자다.



모기나 벌레에 한두 번 물려야 큰일이 났다고 호들갑을 떨지 나처럼 자주

물리다 보면 면역이 생겨서 아무렇지 않게 된다.

 허벅지에 종기가 생긴 것처럼 큼직하게 붓기도 했지만  약을 바르지 않아도

 며칠 지나면 깨끗하게 아물었다.


 가시덩굴 중에 제일 지독한 환삼덩굴도 그렇다.

몇 년 전에는 환상덩굴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옻이 오른 것처럼 심하게 부었는데

이젠 장갑을 안 끼고 맨손으로 당기다가 상처가 나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만큼 내가 시골 생활에 적응이 된 것이다.



 옻도 그러리라고 짐작한다. 피부과 의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옻을 조금씩 먹으면 차차 적응이 되지 않을까요?”

절대로 면역이 안 생깁니다. 아예 안 먹는 것이 좋아요.”

물론 체질에 따라서는 안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면역이 안 될 까닭이 없다.

내가 내 몸을 관찰하고 시험해보니 피부가 약한 편인데도 다 적응이 되고 있다.

그러니 벌레나 풀독이 기승을 부려도 아무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벌레나 풀독은 길게 잡아야 6월부터 8월까지 석달 동안이 문제지

9월부터 5월까지는 별로 힘을 못 쓴다.

 


 일주일만에 범초산장에 갔더니 배추와 무가 두 배로 자랐다.

 흙이 마술을 부려 놓은 듯 하다.

 활발한 생명력을 자주 보게 되면 마음이 기쁘고 힘이 생긴다.

 이런 기쁨 때문에 흙을 벗어날 수 없다.


             

                이번 주 무잎

            

               지난 주에는 무순이었는데...

    

 

토요일 밤에 산장에서 자는데 천장에서 하늘 교향악단의 우렁찬 연주가 울렸다.

무더운 여름에는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더니 가을에 많은 비가 내렸다.

그래도 비가 오니 좋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계곡에 가보니 물이 폭포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시원한 물줄기를 보니 마음까지 상큼해진다.

 

비가 오고 나니 마당에 풀이 부쩍 자랐다.

예초기를 돌려서 풀을 조금 베고 나니 팔이 저렸다.

그전에 홈쇼핑에서 선전하는 붕붕이를 달고 바닥에 대고 밀면서 작업할 때는

힘은 적게 들어서 얼마 안 가서 플라스틱 날이 망가져 버렸다.

그렇다고 자주 살 수도 없고....

다시 일자날을 달았더니 작업하기에 위험하고 팔이 저려서 골칫거리였다.



     국산이 나쁘다는 뜻은 아님.. 사진을 못 찍어서 빌려오다보니 이렇게 되었음  ㅠㅠ

 

 내가 우두커니 쉬고 있는데 영갑씨가 원형 톱날을 들고 왔다. 예초기에 달면

힘이 덜 들고 작업하기가 쉽단다.

처음 보기에는 더 위험해보이고 무게도 만만치 않아 보였는데 막상

달고 작업해 보니 훨씬 가볍고 작업하기도 쉬웠다.

값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15000원이라고 해서 2만 원을 주었다.

영갑씨가 우리 산장에서 화장실을 만들었을 때나 정자를 지어주었을 때도

부른 값보다 더 쳐주었더니 우리한테는 잘해준다.

한 번은 연통 값을 시중 가격보다 더 많이 부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깎거나 따지지 않고 그냥 주었다.

한 번 속였다고 따지거나 쌀쌀맞게 대하면 결국 우리가 불편해진다.

산장에 있으면 모터나 수레, 하우스 등, 여러 가지 고칠 것이 많은데

기술자를 잘 대해놓아야 자문을 구하기에 편리하다.

그 덕분에 영갑씨는 방충망이 떨어진 것도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고쳐주고

도움을 많이 준다.


원형 톱날을 달고 나니 일이 아주 쉬워졌다. 이젠 팔이 저릴 일도 없고

더 안전해서 산장 관리가 편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톱날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영갑씨가 구해주어서 고마웠다. 영갑씨가 갑자기 하느님처럼 보였다.

    


 

 얼마 전에 금곡에서 양산까지 걸어온 적이 있는데 호포 부근에서 메꽃 군락지를

보았다. 남의 밭에 있으면 파올 수가 없는데 한창 짓고 있는 상가 건물

앞에 있었다. 분명히 상가를 다 짓고 나면 앞에 보도블럭을 깔거나 시멘트를

발라 메꽃을 죽일 것이다. 어차피 못 쓰게 될 메꽃이니 내가 파오기로 했다.

어떤 분이 방송에 출연해서 약초의 효능을 발표했는데, 흔히 구할 수 있는

잡초 중에 약효가 으뜸인 것이 질경이고, 2등은 메꽃, 3등은 제비꽃이라고 했다.

산장에 다 있는데 메꽃이 없어서 어디 가서 구하려고 해도 구하기가 어렵더니

드디어 보물을 발견했다.



조심조심 캐와서 산장에 골고루 심었다.

구하라, 그러면 구하리라는 말이 맞다.

애써서 찾으면 반드시 눈에 들어온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못 찾는 것은

다만 안 찾을 따름이다.

    


 

샤프란 씨앗을 3만원어치 사서 산장에 심었다.

꽃이 곱다니 기대가 된다.

내가 정성들여 가꾸면 꽃도 그만한 보답을 해준다.

보답을 안 받아도 좋다. 나는 단지 심으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내 머릿속에는 벌써 샤프란 꽃이 활짝 피었다.

    


 

아내와 산장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약수터에 가서 물을 떠왔다.

비가 온 뒤나 아주 가물 때나 물이 나오는 양은 일정하다.

그걸 보면 좋은 약수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능하면 끓인 물보다 생수가 몸에 더 좋다.

산장에서 주말을 보내는 것만도 행복한데 덤으로 좋은 약수터까지 있어서

더욱 감사하다.

    


 

일요일에 동그라미 계원들이 산장에 왔다.

이승환씨는 고기를 굽고 이홍식씨는 나무를 해오고 나는 의자를 운반하고

서로 도와가며 일한 끝에 점심과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동그라미 계원들이 오는 날은  푸짐한 생일상을 받는 것과 같다.

 




 기껏해야 7만 원 정도를 써서 6명이 점심과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남은 것은 또 싸 가지고 돌아와서 먹었으니 완전히 횡재한 기분이다.

 

 


범초텃밭에 까마중이 익었다.

나는 까마중을 잡초라고 뽑아내지 않고 여러 포기를 키우고 있다.

9월에 접어 들면서 보라색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했다.

이 까마중 열매만 따 먹어도 밭을 산 보람이 있다.

나에게 보라색 열매를 주는 까마중이 참 고맙다.

남들은 잡초를 키운다고 흉보지만 나는 까마중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양동댁 할머니가 사탕을 자주 사다 준다고 노각오이를 주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내가 만든 우메보시와 매실장아찌.

그리고 즐겨 먹는 반찬들이다.




 

도꼬마리 잎과 민들레 잎을 데쳐서 무친 것.

번행초 잎.

이 세가지는 위와 대장에 아주 좋다.




 

뽕잎을 가루로 만들어서 먹자니 목에 걸려 불편했다.

그래서 꿀에 재어서 한 숟가락씩 먹으니 먹기에 편했다.


 내가 즐겨 먹는 뽕잎밥, 뽕잎나물에 뽕잎차.

완전히 3종 세트다.

 내가 건강을 유지하는  건강 밥상이다.

 병이 들어오려고 하다가 이 3종 세트를 보고 놀라서 달아나 버렸다.    

 





 

  오늘은 모처럼 가을이라 신불산에 갔다.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올 때는 높은 산에 가야 제맛이 난다.

 가천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불승사까지 1.5킬로미터를 걸어갔고,

신불산 공룡능선을 타고  1159미터 신불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며칠 전에 신체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

골밀도 검사를 48000원 주고 처음 해보았는데 역시 정상이었다.

산에 꾸준히 다닌 보람이 있다.

정상에서 넓은 평원을 내려다보며 즐겁게 걸었다.

옹졸하고 좁은 마음이 확 트인다.

 


                   산오이풀


신불산 배도 익어가고 밤도 익어가고 탱자도 익어가고 있었다.

어느 집 앞에 잘 가꾸어 놓은 맨드라미도 관심있게 보았다.

내년 봄에는 나도 맨드라미를 저렇게 많이 심어보아야겠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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