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草텃밭 이야기 664회)
2015년 9월 29일, 화요일, 맑음
<증산역 개통>
물금읍 범어리에 살다가 증산역 부근으로 이사온 지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동화창작 교실이 있는 화명동까지 출퇴근하려면 부산대양산캠퍼스역을 이용했는데 며칠 전에 집에서 조금 더 가까운 증산역이 개통했다. 증산역 부근은 아직 한창 개발중이라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서 지하철이 서지 않았는데, 최근에 대방노블랜드 2차, 3차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지하철 역이 문을 열게 되었다.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오가려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증산역이 개통되어서 시간도 적게 걸리고 직선도로라 교통사고 위험도 적어졌다.
나는 증산역이 빨리 개통되기를 기다렸는데 내가 아무리 기다려도 주변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가을이 되어야 감이 익듯이 지하철 주변에 상가나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야 지하철도 개통되는 것이다.
결국 강태공이 강물에 낚시를 담가놓고 세월을 낚듯이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 무엇인가 이루어진다. 간절한 소망도 기도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큰딸이 미국에서 귀국하였기 때문에 딸과 증산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 보았다. 딸은 4년 전에 본 모습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 그동안 의학 공부를 하느라 애써서 그런지 세월이 비껴간 듯 하다.
큰딸이 오던 날 김해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는데 아들이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를 알려주어서 멋진 풍경을 감상했다. 밤이라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는데 낮에는 바로 머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기 때문에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 같았다. 은우가 퍽 좋아한다고 하는데 초등학교 아이들이 와서 보면 아주 좋아할 성 싶다. 부산에서 가까운 분은 구경삼아 한 번 가보길 권한다. 밤에 한 번 가봐서 정확한 주소는 모르겠는데 지도를 검색해보니 대략 강서구 대저2동 3141번지 주변이다.
배추는 잘 크고 있는데 달팽이가 잎을 많이 뜯어 먹었다. 배추잎을 요리 조리 들추어 가며 달팽이를 잡았다. 달팽이를 스무 마리 넘게 잡았다. 배추를 한 번 심었다고 잘 크는 게 아니다. 달팽이, 메뚜기, 배추벌레 등 온갖 벌레를 막아주어야 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물도 뿌려 주어야 한다. 배추 한 포기가 그냥 거저 크는 게 아니다.
지난 번 660회(2016년 9월 7일) 일기에서 메꽃 뿌리를 파다 심었다고 했는데 그 메꽃 뿌리에 붙어 있는 잎이 옮겨 심고 나서 말라죽어버렸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새 잎이 나오고 있었다. 이런 걸 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 잎이 다 말라죽었는데도 뿌리가 살아 있으면 다시 잎이 돋아 나오기 때문이다.
무 뿌리가 조금씩 굵어지고 있다. 이제 엄지손톱만 하게 뿌리가 굵어졌는데 차차 더 굵어질 것이다.
단풍나무 밑에 낡은 탁자가 놓여져 있었고, 그 밑에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두어서 지저분했다. 겨울에 나무를 쌓아두는 창고를 그 자리에 만들기 위해서 지저분한 것을 싹 정리했다. 깨끗해진 장소를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지난주에 이승민씨가 자기 밭에 잠시 들러달라고 해서 집으로 가는 길에 들렀더니 고추와 도라지를 주어서 감사히 받았다. 승민씨는 정이 많아서 종종 먹을 것을 갖다준다. 승민씨 밭을 보니 깔끔하고 여러 가지 작물을 잘 키워 놓아서 보기 좋았다.
석산리 범초텃밭에 때늦은 아피오스 꽃이 피었다. 범초산장에서는 6월에 피었는데 늦게 싹이 나왔는지 이제야 꽃을 피웠다. 늦게 핀 꽃이 더 보기 좋다.
부추는 정말 생명력이 강하다. 비닐로 몇 달을 뒤집어 씌워 놓아도 죽지 않고 살아나고 칼로 싹둑 베어서 잘라먹어도 또 다시 자라난다. 흡사 사람 머리카락 자라듯이 잘 큰다. 저렇게 생명력이 강한 것들은 사람 몸에 다 좋다. 민들레, 쑥, 뽕나무, 질경이, 메꽃, 제비꽃, 박주가리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범초텃밭에 새로 심은 감나무에서 감 두 개가 열렸더니 한 개는 떨어지고 한 개가 남아 있다. 아직은 겨우 한 개뿐이지만 차차 더 늘어갈 것이다. 무슨 일이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조금씩 경력을 쌓아가면 결실이 차츰 더 늘어간다. 큰 감나무에는 최고로 2만 개까지 열린다고 하니 한 개부터 시작해서 무한대로 뻗어간다고 볼 수 있다. 왕초보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셈이다.
범초산장 위에 있는 약수터 물은 추석 연휴에도 변함없이 쉬지 않고 나온다. 우리는 이 물을 떠다가 밥을 하고 국도 끓이고 차를 끓여 마신다. 물맛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물과 공기와 음식물이다. 건강은 큰돈이 없어도 지킬 수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약수터가 있어도 찾아가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매주 찾아가는 약수터도 나와 아랫마을 어떤 아저씨 두 사람만 이용하고 있다. 황금 같은 약수가 산속에 숨어 있어도 찾는 이가 드물다. 건강은 돈을 주고 사 먹는 것이 아니라 두 발로 걸어서 찾아야 한다. 유머 식으로 말하면 건강은 다리 밑에 숨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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