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草텃밭 이야기 669회) 2015년 10월 31일, 토요일, 맑음
<고마운 가을 햇살>
겨울에는 땅이 얼어서 무엇을 심기에는 적당하지 않고 여름 햇볕은 너무 뜨거워서 모종을 심었다가는 죽이기 십상이다. 모종은 봄과 가을에 심어야 한다. 모종은 봄보다 가을에 심는 것이 더 좋다. 늦가을에는 식물이 월동에 들어가기 때문에 잠자는 동안에 살짝 심어 놓으면 봄에 깨어나서 새순을 내민다. 봄에 심어도 되지만 자칫하면 새순이 나오는 시기를 못 맞추어서 지장을 줄 수 있다. 피라칸사 열매
나는 모종이나 나무를 주로 가을에 심는다. 잎을 다 떨어뜨리고 겨울잠에 들어갈 때 심으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해가 점점 짧아져 가는 가을. 햇살도 그리 따갑지 않아서 좋다. 모종을 심으라고 머리 위에서 저만큼 비껴난 가을 햇살이 고맙다. 사랑도 그럴 것이다. 자녀든 연인이든 너무 많은 사랑을 쏟아부으면 오히려 해롭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랑을 주어야 부담이 없다. 그러고 보면 가을 해는 지혜롭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적당해서 좋다. 가을이 있으니 모종을 심을 수 있지 무더운 여름만 있다면 모종 심을 일도 없다.
오늘은 한국종자나눔 카페에서 산 모종을 들고 범초산장으로 갔다. 금어초 15포기와 접시꽃 7포기를 샀다. 내가 심는 꽃들은 대개 먹을 수 있는 꽃들이다. 그리고 다년초가 많다. 일년초는 해마다 씨를 뿌려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년초를 심는다. 매발톱이나 디기탈리스 같은 꽃은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어서 꽃이 이뻐도 심지 않는다. 금어초는 꽃이 이쁘고 다년초인데다 꽃밥 재료로 쓸 수 있어서 샀다. 보내준 분이 포장을 아주 꼼꼼하게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풀었다. 마치 퍼즐을 푸는 기분이다. 포트에 담긴 흙이 쏟아지지 않도록 비닐로 감아 놓은 것을 보고 감탄했다. 모든 것이 선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상자도 나에게는 큰 선물이다. 돈에 비해 몇 배 더 큰 선물이다. 모종을 심고 나서 물을 충분히 뿌려주었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양파 모종 심기. 남부 지방에서는 10월이나 11월초에 심어야 적합하다. 너무 일찍 심으면 웃자라서 안 좋다고 한다. 새로 만들어 놓은 밭에 보라색 양파 모종 100포기를 심었다. 실험 삼아 한 쪽은 비닐로 멀칭을 하고 다른 밭은 그냥 심었다. 어느 쪽이 잘 자라는지 살펴볼 작정이다. 아내는 요즘 피곤해서 쉬라고 하고 나 혼자 다 심었다. 나는 등산으로 체력을 다져 놓았기 때문에 꽃 모종과 양파 모종을 다 심고 물까지 떠다 주었지만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피곤하기는커녕 놀이를 하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
마늘은 지난 주 일요일에 심었다. 새로 만들어 놓은 밭에 비닐로 멀칭을 하고 구멍 속에 심었다. 오늘 보니 아직 싹이 나지 않았다. 언제 싹이 날지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꼬마리가 씨를 많이 맺었기에 한 봉투 따서 후라이팬에 볶았다. 도꼬마리 열매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기 때문에 볶거나 끓여서 먹어야 한다. 볶은 도꼬마리에 물을 붓고 끓여 마시면 도꼬마리 차가 된다. 도꼬마리는 항알러지 성분을 지니고 있어서 축농증과 비염에 좋고, 강력한 해독기능도 있어서 술독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 도꼬마리는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성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몸살, 감기에도 좋다. 또 진통 효과가 있어서 치통, 관절염과 같은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항암 성분이 있어서 암 치료에도 쓸 수 있다. 특히 갑상선암에 효과적이다. 갑상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도꼬마리에 함유된 요오드가 제 기능을 하도록 도와준다. 도꼬마리에 포함된 요오드 때문에 나병, 관절염, 종양 등에 두루 쓸 수 있다. 최근에 도꼬마리가 재조명 되면서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항산화 효능이다. 노화방지에 좋다는 것이다. 보통 농부들은 도꼬마리를 잡초라고 다 뽑아내지만 내 밭에는 도꼬마리가 가득하다. 내 밭을 보고 이웃 농부들이 비웃는 걸 보았는데 그들이 이런 약성을 안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나는 봄부터 도꼬마리 잎을 데쳐서 쌈으로 계속 먹었는데 조금은 노화를 늦추었을 것 같다.
밭을 일구다가 큰돌을 캐냈다. 땅속에 박혀 안 나오려는 녀석을 겨우 꺼냈다. 마치 보물을 캐어낸 느낌이다. 이 녀석이 차지하고 있으면 식물의 뿌리가 자유롭지 못하다. 요 녀석을 파내고 나면 식물이 얼마나 좋아할까? 그 생각을 하면 돌을 파낸 일이 아주 속 시원하다. 낚시꾼으로 말하자면 월척을 한 기분이다.
석산리 범초텃밭에 심은 마늘은 벌써 싹이 나왔다. 파릇파릇한 싹을 보니 기분이 좋다. 범초산장에 자라고 있는 배추는 오늘 반 정도 묶어 주었다. 아직 묶어 주지 못한 배추들은 다음 주에 묶어줄 것이다. 배추들이 헤어밴드를 한 것 같다. 음악을 들으면 저 배추들이 해드뱅잉을 할까? 내가 일하면서 팝송을 많이 들었는데 배추들이 나 몰래 머리를 흔들지 않았을까? 올해 김장을 하고 김치를 먹을 때는 팝송 멜로디가 귓가에 환청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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