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3일, 화요일, 맑음
(凡草산장 이야기 753회) 겨울에 텃밭에는 뭐하려고 와요? 어제 오늘 양산 지방 낮 최고 기온이 12도까지 올라갔다. 아침에 사무실로 바로 출근하려다가 석산리 텃밭에 가기로 했다. 겨울답지 않게 날씨가 포근하니까 냉이를 캐서 점심 반찬으로 하고 싶었다. 요 며칠 포근했으니까 땅이 얼지는 않았으리라. 집에서 석산리 텃밭까지는 약 4킬로미터. 자전거를 타고 가면 왕복 40-50분 정도 걸린다. 운동 삼아 패달을 힘껏 밟았다. 평지는 별로 운동이 되지 않지만 오봉대교를 올라갈 때는 오르막이라 제법 운동이 된다. 숨을 헐떡거리며 겨우 고개를 넘고... 밭으로 가기 전에 양동댁 할머니 집에 들렀다. 새해 들었으니 인사라도 하려고. 과자를 한 봉지 사 갖고 갔더니 양동댁 할머니가 하는 말, "겨울에 추운데 뭐하려고 텃밭에 가요? 아무 할 것도 없는데." 나는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호박죽 끓이고 있으니 나중에 먹으러 오라고 했지만 바빠서 그냥 가야겠다고 말한 뒤에 밭으로 올라갔다. 쑤욱 웃자란 뽕나무 가지를 잘라주고 냉이를 캤다. 달맞이꽃 어린 싹도 캤다. 박하도 새파랗게 살아 있어서 차로 끓여 마시려고 한 줌 뜯었고... 마늘과 양파 밭에는 큰개불알풀과 광대나물이 세력을 넓혀 가고 있어서 호미로 조금 뽑아내었다. 겨울에 텃밭으로 오면 아무 할일이 없을 것 같아도 찾아보면 할 일이 널려 있다. 오늘 텃밭에 간 덕분에 박하, 냉이, 달맞이꽃을 뜯었고 잡초도 뽑았으며 자전거로 운동까지 했다. 건강을 위해 운동장에서 트랙을 몇 바퀴씩 달리는 사람에 비하면 나는 뭔가를 수확하려 달려갔으니 보다 더 생산적이다. 다 시들어 있는 겨울 텃밭에도 찾아보면 먹을 것이 많다. 남들이 없다고 해도 나는 찾아낼 수 있으니 남의 말을 다 들을 필요가 없다. 남은 없다고 해도 내가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고, 남은 못 보고 넘어가도 나는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굳이 남의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자녀 교육만 해도 그렇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내 철학대로 키우면 된다. 남들이야 좋은 영어학원, 수학학원, 학습지 등을 철저하게 시키더라도 내 아이만은 많이 놀게 하고 학습에 염증을 느끼지 않게 키우면 나중에 미안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그때 가서도 안 하는 아이는 시켜봤자 더 부작용만 클 뿐이고. 동화 배우는 제자가 아기 키우는 경험을 메일로 보내왔기에 소개한다 < 오늘 아기가 어설프게 뒤집기를 했습니다. 하고 나서 자기 딴에 얼마나 용을 썼던지 얼굴도 벌겋고 목놓아 우는 모습을 보니.. 귀여우면서도 맘이 짠했습니다.. 안아주면서 한마디 해줬습니다. 급하게 뒤집기 하지 않아도 된다고. 천천히 조금씩 하면 된다고. 장하다고..^^ 빨리 가지 않고 옆에서 기다려 주려고요..^^ 지금은 똥 한 번 누는 것도 잘했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자꾸 욕심이 생길까 봐 솔직히 겁이 납니다. 저도 대한민국 엄마잖아요. 유별나지 않고 싶은데.. 지금은 자고 있는 모습만 봐도 맘이 설레는데.. 지금 이 맘을 잘 기억하고 잘 키워가야겠어요. > 아기가 어릴 때 지녔던 마음을 평생 안고 간다면 자녀 교육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커갈수록 성적을 따지고 더 잘하라고 채찍질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제자가 뷔페 식사권을 선물로 주어서 아내와 딸, 셋이 해운대 어느 뷔페로 갔다. 현장에 가보고서야 1인당 45,000원 하는 최고급 식사권인 줄 알았다. 내 간으로는 돈 내고 사 먹지 못할 것 같다. 식사 양도 그리 많지 않으니. 고급 뷔페라서 그런지 먹을 것이 엄청 많았다. 맛있는 것도 참 많았고.......... 배보다 눈이 호강했다. 도시 한복판에 내놓은 촌닭처럼 어리둥절했다. 우와~ 많다. 많아! 뭐부터 먹지? 이것 저것 다 먹으려다가는 배 터질 판이다. 이럴 때는 내가 꼭 먹고 싶은 것부터 몇 가지 먹고 나머지는 조금씩 맛만 봐야 한다. 다 먹으려고 욕심부리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간다. 아무리 많아도 절제하는 지혜가 뷔페에서도 필요하다.
나와 아내는 먹을 만큼만 적당히 먹었는데, 딸은 몇 번이나 들락날락하며 양껏 먹었다. 아빠 덕분에 잘 먹었다며 보름달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두드렸다. 나도 좋아하는 참치회와 게를 많이 먹어서 간 보람이 있었다. 새해부터 먹을 복이 터져서 감사하다.
쉬는 날에 아내와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천사의 사랑> 2009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다. 여주인공 사사키노조미와 남자 주인공 타니하라 쇼스케가 나왔다. 리오는 온갖 나쁜 일을 하다가 역사 교수인 코와키를 만나면서 확 변하게 된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노력하였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것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사람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많은 것을 좋게 변화시킨다. 이 영화는 원조교제, 동성애, 이지메, 시한부 인생 등..... 무거운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나는 그 많은 문제들도 사랑 앞에서는 아무 것도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형처럼 이쁜 리오를 보는 것도 좋았고 결말도 생각보다 잘 풀려서 마음이 개운했다. 끝이 칙칙하지 않아서 좋았다. 영화의 제목이 <천사의 사랑>인 것은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천사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팍팍한 인생길에서 등을 밝혀주는 것은 역시 '사랑'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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