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796회) 성화처럼 빛나는 배롱나무 꽃

凡草 2017. 7. 29. 07:19

 

 

2017년, 7월 28일, 금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796회)  성화처럼 빛나는 배롱나무 꽃

 

 

화요일부터 4일을 일하고

범초산장으로 들어왔다.

소풍 갈 날을 기다리듯 이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매주 오는데도 왜 이렇게 기다려질까?

다른 것들은 쉽게 싫증이 나는데

산과 산장은 싫증나지 않는다.

  

마을 버스를 타고 수반 입구에서 내려

농촌 풍경을 바라보며 걸었다.

10분만 걸으면 범초산장이다.

 

비가 오지 않아서

계곡이 바짝 말랐다.

그 어느 해보다 올해는 비가 적다.

중부 지방에는 비가 많이 왔다던데

여기는 물이 부족하다.

 

 날이 더워서 정자에서 쉬었다.

 그래도 더우면 물통에 물을 받아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갔다.

 이렇게 하면 지리산 계곡 부럽지 않다.

 

 아이고, 시원하다.

 비싼 돈 내고 워터파크 갈 필요도 없고

 이 물통 하나면 충분하다.

 물 속에 몸을 푹 담그고 목만 내밀고 있으면

 더위가 싹 가신다.

 진작 이렇게 할 것을.

 햐, 제일 좋은 피서다.

 신선 부럽지 않다.

 으, 시원해!

 

 

 배가 출출하면 감자를 삶아서 먹었다.

 고소하고 달달해서 간식으로 딱이다.

 저수지 바람을 쐬며 감자를 먹고 있으니 시골에 온 느낌이다.

 째애앵-

 메미가 날개를 날카롭게 다듬고 있다.

 감자 먹으며 책을 읽었다.

 이만한 피서도 없을 것이다.

 

 

 7월 23일 일요일에는 동그라미 계원들과 나사리 해수욕장으로 놀러갔다.

 바닷가라 시원했다.

 바둑을 두며 놀았는데

 이홍식씨가 막걸리를 자꾸 권해서 평소보다 많이 마셨다.

 나중에는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일요일부터 5일 동안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좋은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자주 운동하기, 많이 먹지 않기, 술 매일 마시지 않기,

 담배 안 피우기, 책 매일 읽기, 글 몇 줄이라도 쓰기, 저금하기 등.....

 

 반면에 나쁜 습관은 몸에 붙이지 않아야 한다.

 아무 생각없이 나쁜 습관을 몸에 붙여 놓으면

 몇 년 뒤에는 아주 큰 댓가를 치러야 한다.

 내 아버지는 만년에 알코올 중독이 되어 환갑 정도 나이에 돌아가셨다.

 나는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젊을 때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는데

 나도 나이가 드니 막걸리를 좋아하게 되어

 요즘에는 매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능하면 하루 이틀 걸러서 마시려고 한다.

 나쁜 습관을 몸에 붙여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월요일에는 승학산으로 등산을 갔다.

 아무리 더워도 산을 빼먹을 수는 없다.

 좋은 습관은 계속 살려 나가야 한다.

 늘 동아대학교 쪽에서 올라갔는데

 새로운 코스를 검색하여

 엄궁동 삼거리에서 올라갔다.

 안 가본 길로 갔더니 새로운 맛이 났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더웠어도

 억새밭에 올라가니 바람이 불어서 시원했다.

 

 

  가을에 오면 억새가 만발할 길을 걷고 있는데

  플래시댄스 영화 주제가 What a feeling이 흘러 나왔다.

  아이린 카라가 부른 노래다.

  오래 전에 많이 들었는데 다시 들으니 참 좋았다.

  집에 와서 가사를 검색해보니

  열정을 갖고 살아가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First when there's nothing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

But a slow glowing dream

조금씩 커지는 꿈 이외에는 말이지

That your fear seems to hide

두려움에 가려

Deep inside your mind

마음 깊이 숨겨두었지.

All alone, I have cried

혼자서, 나는 울었어.

Silent tears full of pride

자존심을 가득 품은 조용한 눈물.

In a world made of steel

강철 같은 세상

Made of stone

단단한 돌로 만들어진 듯한 세상

Well, I hear the music

음악이 들려.

Close my eyes, feel the rhythm

눈을 감으면 느껴지는 리듬은

Wrap around, take a hold of my heart

나를 감싸 안고,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어.

What a feeling

얼마나 좋은가

Being's believing

실행하는 것은 믿는 거야.

I can have it all

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어.

Now I'm dancing for my life

이제 나의 인생을 위해 춤을 출거야.

Take your passion

너의 열정을 담아

And make it happen

현실로 만들어.

.............

..........

 

 무궁화 꽃이 피었다.

 아직 더 필 수 있는 꽃봉오리가 있어서

 지금 핀 꽃들은 따서 꽃차를 만들었다.

 달콤한 무궁화 꽃차다.

 우리 나라 국화라 꽃차를 만들기가 좀 그렇지만

 이 차를 마시면 애국자가 되는 기분이다.

 

 

 

 뽕잎을 따서 뽕잎차를 만들었다.

 뽕나무를 가꾼 사람이 마실 수 있는 특권이다.

 뽕잎차만큼 건강에 좋은 차도 드물다.

 날씨가 더워서 후라이팬에 덖으려니 땀이 나왔다.

 그래서 많은 양을 덖지는 못했다.

 

 

 나 없는 사이에 능소화가 피었다.

 능소화를 심은 지 몇년 되니까 이제는 꽃이 핀다.

 뭐든 심고 가꾸면 많든 적든 반드시 결실이 있다.

 저 한 송이 꽃은 수많은 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토마토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니 산장에 오는 것이 즐거울 수밖에.

 모종은 사서 심었지만 매주 열매가 몇 개씩이라도 달리니

 흡사 공짜로 따 먹는 기분이다.

 

 

 범초산장의 자랑거리인 배롱나무가 화사한 꽃을 피워냈다.

 해마다 보지만 올해 처음으로 본 듯 기분이 좋다.

 하우스 안에서 보면 마치 커다란 성화를 켜 놓은 듯

 마당에서 활활 타고 있다.

 산장이 나에게 바치는 커다란 꽃다발이다.

 

 

 

저 배롱나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게도 커다란 열정이 옮겨 붙는 것 같다.

 여름을 통째로 빨아들여 꽃으로 피워낸 저 열정!

 나도 닮고 싶어라!

 보통 꽃들은 일주일을 못 버티고 지는데

 배롱나무는 자그마치 백일을 견디니

 백일홍나무라고도 한다.

 

윤자명씨가 역사 동화책 <하늘을 품은 소년>을 펴냈다.

 쓰느라고 고생했는데 오늘 만나서 뒷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밥을 사주려고 했는데 커피까지 얻어 마셔서 미안했다.

 초고를 쓰기 전에 시놉시스를 아주 자세하게 짜 놓아서 놀랐다.

 역사 동화작가로 자리를 굳혀가는 윤자명씨가 믿음직스러웠다.

 

 

 

 

 

현정란씨가 첫 동화책을 출판했다.

 며칠 전에 출판기념회를 했는데 초등학생들 수업하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정란씨가 고맙게도 집으로 책을 보내주었다.

 판타지 동화라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

 

 혼자 저녁을 해먹고 일기를 쓰는 중이다.

 밖에서는 풀벌레들이 요란하게 울고 있다.

 며칠 전보다는 많이 시원해졌다.

 무더위도 며칠이 고비일 것 같다.

 

 

 

  가물어도 상추가 많이 자랐다.

  이제 조금씩은 뜯어 먹을 수 있겠다.

  그런데 우습게도 상추 바로 옆에 쇠비름이 많이 돋아났다.

  아니, 이건 심지 않았는데 왜 났지?

  쇠비름은 밭을 일구거나 뒤집어 놓으면 더 잘 나온다.

  상추 옆에 쇠비름이 나와서 귀찮은 게 아니라 더 좋았다.

  상추에다 쇠비름까지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밭을 마련해 놓기만 하면 쇠비름이 돋아나니 축복이다.

  저녁 반찬으로 쇠비름을 가위로 잘라서 데쳐 먹었다.

  냠냠, 쇠비름 나물은 부드럽고 맛이 있다.

 

 

 

  깻잎도 그렇다.

  밭 한 쪽에 깻잎 모종을 모아서 30포기 정도 심어 놓았는데

  거기 말고 아무 데서나 깻잎이 마구 돋아나왔다.

  밀양 노루실에 시골집을 갖고 있을 때도 마당 여기 저기서 

  들깨 잎이 돋아나서 잘 뜯어먹은 적이 있는데

  범초산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장독대 옆에 깻잎이 수북하게 번져서 손만 대면 뜯어 먹을 수 있다.

  풀밭에서도 돋아나오는 걸 보니 생명력이 강하다.

  오늘 저녁에는 쇠비름 나물과 들깻 잎 덕분에 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들이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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