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28회) 하찮은 일이라도 시작해라!

凡草 2017. 12. 30. 18:34

 

 

      2017년, 12월 30일, 토요일, 구름

 

    (범초산장 이야기 828회) 하찮은 일이라도 시작해라!

 

     

     범어사 지하철 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범초산장으로 들어왔다.

     영락공원 앞을 지날 때는 언제나 마음이 경건해진다.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할 테니 살아 있을 때

     이런 저런 일로 고민하지 말고 즐겁게 살아야겠다.

     한 번 뿐인 인생이니 후회없이 살아야 한다.

    

     부산외곽순환 고속도로가 2017년 12월 28일에 부분적으로 개통되었다.

     금정 나들목이 두구동에 있어서 범초산장과 가깝다.

     기장이나 김해 쪽으로 갈 때는 교통이 편리해졌다.

 

       김영주씨가 글나라 인터넷 동화교재를 333호까지 하고 그만하게 되었다.

       글나라에 직접 동화 배우러 다닌 사람은 10년 넘은 경우가 많지만

       인터넷으로 영주씨처럼 오래 공부한 사람은 없다.

       무척 성실하게 공부한 영주씨를 칭찬하고 싶다.

 

     글나라에 8년 정도 다닌 김은영씨가 문학동네 공모전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한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결실을 거두게 된다.

     당선 소식을 애타게 기다릴 때는 연락이 없더니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소식이 왔단다.

 

     글 쓰는 과정은 식초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식초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갓 안쳐 놓았을 때는

     항아리 속에서 뽀골뽀골 하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점점 잦아지다가 나중에는 고요해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숙성이 된 것이다.

 

     아직 글이 여물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글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한다.

     어떤 사람은 신춘문예에 당선 소감을 미리 써놓고 기다리기도 한단다.

     그런 사람이 당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응모할 때가 되어야 상당한 경지에 오른 거다.

     좋은 동화를 쓸 수 있는 자신감이 들면

     굳이 이번 기회가 아니라도 언제든지 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초조해 하지 않는다.

     글이 여물지도 않았으면서 열매부터 탐내는 사람은 공짜를 바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은 누구보다 더 치열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온몸에 힘이 다 빠져 앉아 있을 기력조차 없을 때 수상 소식이 귓가에 전해진다.

     슬슬 놀아가며 글 써서 응모한 사람은 한참 멀었다.

 

 

     달님반 종강식 날 박정화씨한테 배운 미니 털모자를 

     글나라 초등학교 어린이들한테도 해보게 했더니 좋아하였다.

     한동안 초등학교 학생들이 새로 들어오지 않아 쉬는 날이 늘었는데

     1월부터 몇 명이 더 오겠다고 하니 초등부도 부활할 조짐이 보인다.

 

          지난 주에는 범초산장 계곡에 물이 가득 찼는데

       이번 주에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 동안 밑으로 스며든 모양이다.

  그래도 얼음을 깨고 종이컵으로 조금씩 떠낼 때보다는 부자가 되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참고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때가 온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2018년 새해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큰 목표를 세우고 소원을 빈다.

  그러나 며칠 지나면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용두사미처럼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가 한 달도 안 되어 흐지부지해진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현실의 벽이 너무 높기도 하지만 실천력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하고는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아서 슬슬 미루다가 시간만 보내게 된다.

  나 역시 동화를 쓰고는 싶은데 당장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지 않고

  조금만 더 머리를 식히고 써야지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시간만 보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적이 많다.

  20년 이상이나 동화를 열심히 쓴 유은실씨도 어떤 때는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고 하니 누구나 비슷하다.

 

  좋은 생각 1월호를 보니 정정화 기자가 쓴 <나는 왜 미룰까?>라는 글이

  마음에 들었다.

  심리학자 로버트 마우어는 실행을 자꾸 미루는 사람들에게

 '하찮아서 코웃음이 날 정도로 조금만 해봐라'고 권한단다.

  멋진 글을 쓰기는 어려워도 시시한 글이라도 한 줄 두 줄 쓰다 보면

  어느 순간에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고 몰입하게 된다는 것!

 

  사람들은 잘 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영원히 시작할 수 없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좋다.

  낙서라도 하다보면 조금씩 이어가게 된다.

  좋은 글을 쓰려 하지 말고 아무 글이나 끄적거려라!

 

  쓰다가 막히고 더 진도가 안 나갈 때는 그만 두고 다른 글을 쓰는 것도 요령이다.

  무엇이든 머리로 고민만 하지 말고 손과 발을 움직여서 실행해야 한다.

  머리 좋은 사람보다 손발 부지런한 사람이 더 낫다.

 

    나도 먹고 진이에게 주려고 구포 시장에서 가오리를 사 왔다.

    쪄서 반찬으로 먹고 남은 것은 진이에게 주었다.

    가오리는 칼슘이 많아서 성장기의 진이에게 좋다.

    나이 든 사람도 가오리, 아귀, 멸치, 돼지 족발, 닭발 등을 자주 먹어야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가오리를 주었더니 좋아라 하며 먹었다.

     진이야, 그거 먹고 다리 좀 튼튼해져라.

     내가 너를 돌봐주기 위해서라도 건강 관리 잘해야겠다.

     여태까지도 건강을 제 1순위로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해 애썼지만

     진이를 키우게 되니 더 책임감이 느껴진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진이를 키우면서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전기난로는 전기가 들지만 나무 난로는 땔감이 공짜다.

    산에서 죽은 나무를 주워오면 되니까.

    너무 굵은 나무는 잘라야 하는데 작은 도끼로는 쪼개기가 힘들었다.

    연갑씨가 와서 도와주었지만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서

    영풍 원예자재점에 가서 23000원 주고 큰 도끼를 사왔다.

    예전에 나무로 된 손잡이는 금방 부러져서 못 쓰게 되었는데

    쇠로 된 손잡이라 튼튼했다.

 

    높이 치켜 들었다가 힘껏 휘둘렀더니 큰 나무가 한 방에 쪼개졌다.

    "우와, 참 잘 하네요!"

    구경꾼들의 칭찬을 들으니 더 힘이 났다.

    연이은 도끼질!

    한 방에 안 되는 것은 두 번 세 번 휘둘러 조각을 냈다.

    이야, 나도 자연인이다.

    운동하고 땔감 얻으니 일석이조다.

    가끔 지루할 때 도끼질하며 체력을 길러야겠다.

 

 

    전기난로는 부분적으로 조금 따뜻하지만

    하우스 안에 나무 난로를 피우면 전체가 훈훈하다.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책을 읽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아, 고마운 난로!

    추운 겨울도 몇 달은 필요하다.

    이렇게 소소한 행복을 겨울이 아니면 어떻게 누리랴!

    한여름에 난로를 피울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까지 뽕나무, 보리수, 목련, 매화나무, 살구나무, 감나무 가지를

        보기 좋게 다 잘랐고,

        저수지 옆에 심은 꾸지뽕은 잘라주지 않았는데

        오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잘랐다.

        꾸지뽕은 가시가 많아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정 가위로 먼저 가시를 제거하고 가지치기에 나섰다.

        앞쪽에 있는 가지는 치기 쉬운데 저 뒤쪽에 있는 가지는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저수지로 굴러 떨어지기 쉽다.

        고난이도의 작업이었지만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써서 해결했다.

        작년에 못 자르고 놓아둔 가지까지 다 쳐냈다.

        후유, 후련하다. 

 

        덤으로 얻은 가지를 전정 가위로 잘게 잘랐다.

        이건 물 끓일 때 넣으면 고혈압, 당뇨 예방이 된다.

        공짜로 약재까지 얻었다.

        전정가위를 힘들게 자르다 보면 손아귀 힘도 강해진다.

        아파트에서 리모컨을 힘주어 누를 일은 없어도

        산장에 오면 모두 힘을 써야 할 일들이다.

        수고하는 것을 놀이라고 생각하면 즐겁다.

        내가 건강한 것은 범초산장 덕분이다.

 

        주위에 보니 전원 생활을 꿈꾸는 남자들이 많다.

        하지만 전원주택을 살 돈이 없어서 꿈만 꿀 뿐이다.

        나도 시골집만 고집하느라 전원 생활이 늦어졌다.

        비싼 대지를 살 게 아니라 산 쪽에 붙은 밭을 사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요즘에는 농지에도 6평짜리 농막을 합법적으로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히 전원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내가 이걸 진작 알았더라면 30대 초반에 벌써 전원 생활을 시작했을 거다.

        그때도 시골집을 사러 다니느라 없는 돈으로 고생을 했다.

        누가 이런 정보를 알려주었더라면 멀리 안 가고 부산 근교에 자리잡았을 텐데...

        산 쪽이라 무서우면 진돗개 잡종을 한 마리 키우면 된다.

        잡종 강아지는 값도 싸고 병치레도 잘 안 한다.

        도시 생활에 지쳐 전원 생활을 꿈꾸는 분들은

        큰 돈 안 들이고도 얼마든지 꿈을 이룰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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