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38회) 난로는 겨울 끝에 사야 싸다

凡草 2018. 2. 11. 18:05

    

     2018년, 2월 11일, 일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38회) 난로는 겨울 끝에 사야 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더니 기침 감기로 고생하고 나서

        계피 가루를 사왔다.

        구포 시장에 갔더니 계피가루 600그램에 만 원이다.

        한 봉지 사 와서 유리병에 담아두고 하루에 한 번씩 타서 마셨다.

        꿀과 섞어서 마시면 맛이 아주 좋다.

        한 두 번 마시면 큰 도움이 안 되고 매일 꾸준히 마시면

   감기 예방에 좋다.



     올겨울은 이미 다 지나갔지만 내년 겨울에 대비하여

     돌배 효소도 담았다.

     돌배 10킬로에 5만 원.

     돌배 효소는 기침과 천식에 특효가 있다.

     5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라 이걸 담을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다른 곳에 아껴 쓰더라도 건강을 위한 투자는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돌배를 주문했다.

     그런데 돌배를 사서 효소를 담는 날, 대전에서 봄방학에 내려온 창민이가

     찾아왔다.

     초등학생일 때 방학 때마다 세종시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글나라에 다녔는데 그 추억이 좋았던지 이번에도 찾아왔다.

     창민이는 벌써 중2였다.

     창민이 덕분에 돌배 효소값이 바로 나왔다.

     참 희한하다.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쓰고 나면 다시 채워진다.

     내 빈 주머니를 채워주는 신에게 감사드린다.


   울산에 사는 조희양씨가 <혀 없는 개, 복이> 동화책을 보내주었다.

   조희양씨는 수필을 쓰다가 나한테 동화를 배웠는데 문장력이 참 좋았다.

   개를 1인칭 화자로 썼는데 심리묘사가 뛰어났다.

   나보다 더 잘 쓰는 것 같아서 부러웠다.


       이번에 펴낸 동화책은 희양씨가 직접 키운 개 이야기라 더욱 공감이 갔다.

   나도 한 때 밀양에 전원주택을 갖고 있었고,

   희양씨 어머니가 사는 밀양집을 가본 적이 있어서 내용이 궁금했다.

   책을 펼치자 혀 없는 세퍼트 개가 나왔다.

   아니, 혀가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지?

   개가 참 불쌍했다.

   실제로 이런 개를 길에서 만나 희양씨가 키웠다고 하니

   대단한 동물 사랑이다.


       희양씨는 불쌍한 개를 거두어서 키우려고 애썼지만

       아파트 이웃들이 싫어하니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부분 갖다 버릴 텐데...

       궁리 끝에 밀양에 사는 어머니 집에 데려다 놓았다.

       그러고는 매주 개를 찾아가서 돌보아주었다.

       울산에서 밀양까지 매주 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참, 한 가지가 빠졌다.

        혀 없는 개, 복이를 밀양에 데려 가기 전에

        복이는 아파트 지하에서 강아지를 세 마리나 낳았다.

        혀가 없이 떠돌면서도 새끼를 배어서 무사히 낳은 것이다.

        복이 한 마리를 키워주기도 쉽지 않아서 강아지들을

        다른 곳에 분양해 주었는데,

        복이가 펄펄 뛴다.

        자신이 혀가 없어서 고생하다가 낳은 강아지들이라

        더욱 애착이 갔을 것이다.

        그런 복이 소원을 못 들어주는 희양씨도 마음이 쓰라리고...


        이 그림을 보니 내가 진이를 해운대 아파트에서 키우다가

        밀양 노루실 전원주택으로 싣고 갈 때가 생각났다.

        진이도 그때 멀미를 엄청 했는데, 복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죽지 않고 시골로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희양씨 어머니는 개가 짐이 아니라 친구처럼 여겨져서 반가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사는 분이라 늘 쓸쓸했는데

             복이가 생긴 뒤부터는 말벗이 되어주니 든든했다.

             당신 혼자 먹을 때는 밥도 잘 안 넘어가고 말도 할 일이 없어서 적적했는데  


        복이가 생긴 뒤부터는 말동무가 생겨서 좋았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혀가 없어 많이 답답하제? 내는 이리 혓바닥이 있어도 떠들 동무가 없으니

         니하고 같은 신세대이."

        시골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먼 데 사는 자식들보다 날마다 말동무 해주는 복이가 더 낫다는 할머니!

        실컷 키워 놓으면 다들 바쁘다고 안 오고

        저 살기에 급급해서 연락조차 안 하는 자식들!

        복이는 늘 옆에 있으니 자식보다 어떤 면에서는 낫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서...

        희양씨 역할을 맡은 엄마는 매주 밀양으로 찾아가서 복이를 돌보다가

        할머니한테도 더 잘 해드린다.

        목욕도 같이 가고, 밥도 같이 먹고, 강가로 산책도 가고...

        복이가 없었더라도 효도를 했겠지만 복이가 있으니

        더욱 자연스럽게 효도를 하게 되었다.

        복이가 효도하는 마음을 더 심어준 것이다.


        이렇듯 동물을 키우면 서로 정도 나누고

        가족끼리도 더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나도 범초산장에 진이를 키우니까

        아들과 딸도 개를 보러 더 자주 온다.

        개를 보러 오면 자연히 나도 보게 되니 일석이조다.

        아들 딸이 나만 보러 오기에는 서먹하지만

        개가 중간에 있어서 사랑의 전달자 역할을 해준다.

 

        복이는 8살 정도 살다가 죽었다고 하는데

        할머니가 퍽 슬퍼했을 것 같다.

        다른 강아지라도 키우면 정을 줄 수 있고 좋을 텐데...

        또 다른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희양씨 덕분에 감동적인 책도 읽고

        개에 대해 여러 모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2월 9일에는 외할아버지 제사를 지냈다.

       나는 막내라서 제사가 없지만 일 년에 딱 한 번 이 제사를 지낸다.

       어머니가 아들 없이 딸 혼자로 태어나서 이 제사를 지내다가

       나한테 물려준 것이다. 아내가 힘들다고 하지 않고 늘 지내주어서 감사하다.   



   이 제사 덕분에 큰집 형수와 조카도 오고

    아들 가족도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외할아버지, 저에게 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목 난로를 5년 정도 썼는데

      연기가 많이 나와서 할 수 없이 패릿 난로를 사기로 결정했다.

      연통을 뜯어 보니 목초 수액이 굳어서 동맥경화 현상이 일어났다.

      저러니 연기가 안 들어가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이미 겨울이 다 지나갔지만 들어갈 때 사야 싸기 때문에

      2월에 샀다.

      주물로 만든 난로라 200만 원 정도 하는데

      30만 원 정도는 싸게 샀다.

      무엇이든 성수기에는 비싸고 남이 안 살 때 사야 싸다.

      세상 살이도 남을 따라 하면 빛이 안 나고

      남과 다르게 해야 인정받는다.








     기술자가 와서 난로를 설치하고 불을 때어보니 참 잘 탔다.

     불 피우기도 쉽고 밤에 잘 때도 패릿 연료가 자동 공급되니

     편하게 쓸 수 있다.

     난로 값이 제법 비싸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연기 마시며 돈을 모아보았자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건강을 위해 이 돈을 쓰기로 아내와 의견 일치를 보았다.

 난로가 있으니 춥지 않았고 아내도 범초산장에서 살 수 있겠다고 했다.

 정말 돈이 궁하면 아파트를 팔고 여기로 들어오면 되니 

 마지막 출구가 남아 있는 셈이다.





    새 난로를 설치했다고 하니 아들 부부가 구경하러 왔다.

    은우와 세희를 손수레에 태워주었다.

    너희들도 난로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차가운 사람은 저 혼자 좋아도 남에게는 환영 못 받는다.



추위 속에서도 거북이 걸음처럼 봄이 다가오고 있다.

봄이 오면 심으려고 화분을 정비해 놓았다.

저 화분만 보아도 벌써 봄이 온 듯 포근하다.

찬바람에 묻어 있는 겨울 끝자락이 화분 속으로 달아나고 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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