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61회) 구멍난 다리를 고치며...

凡草 2018. 5. 13. 19:33

 

  

    2018년, 5월 13일, 일요일, 흐린 뒤에 개임

 

   (범초산장 이야기 861회) 구멍난 다리를 고치며...

    

  범초산장으로 들어가는 작은 다리가 오래 전에 폭우로 무너져서

시멘트로 다 때웠는데,

며칠 전에 보니 작은 구멍이 났다.

내딴에는 완벽하게 보수했는데도 안에 빈틈이 있었던 모양이다.

저 구멍을 그대로 두면 다리가 점점 더 허물어지게 된다.

    

  시멘트 한 포를 사다 다시 때우기로 했다.

다행히 모래와 자갈은 범초산장 옆에 무수히 널려 있다.

공짜로 주워다가 시멘트와 섞어 구멍을 메웠다.

예상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놀이하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

내가 심심할까 봐 일거리를 주었으니 이것도 감사한 일이다.

모래와 돌을 수레로 나르느라 힘을 썼으니 공짜 헬스클럽을 이용했다.

 이번에 완벽하게 때우지는 못한 듯 하다.

언젠가 다시 구멍이 나면 그때 가서 또 때우리라.

    

  사람이 살다 보면 구멍 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마음이 공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힐 때가 있고,

돈을 잃어 살림에 구멍이 나는가 하면,

건강에 구멍이 나서 아파서 드러눕기도 한다.

 

 미리 미리 발견하여 구멍이 커지기 전에 때워야 하지만

구멍이 커진 뒤에 알게 되면 애를 먹게 된다.

무엇이 잘못되건 구멍이 일단 났을 때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난 구멍을 후회하고 가슴을 쳐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

밋밋한 인생에 변화가 일어났으니 때우는 과정을 즐기면 된다.

    

  오이 모종을 9포기 심어놓았는데

요새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몇 포기가 죽었다.

다시 6포기를 사다가 심었다.

이것도 구멍난 것을 때운 셈이다.

 살다 보면 이런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불평하지 말고 즐기면 이 또한 놀이다.

    

  5월 8일에는 동부산대학 뒤에 있는 운봉산과 개좌산을 올랐다.

원래 계획은 운봉산에 오른 다음 개좌산을 타고

이어서 회동동 아홉산까지 가려고 했는데,

골짜기가 깊어서 아홉산 능선을 놓치고

나도 모르게 개좌산으로 돌아와 버렸다.

  허망한 일이었지만 그 정도로 만족하고 동부산대학역으로 내려왔다.

 그래도 4시간 이상은 걸었다.

    

  5월 9일 수요일, 글나라 동화교실 수업을 마치고

다채 음식점으로 갔다.

  남촌이 <달의 알리바이> 시집 발간을 축하해주어서 고맙다고

모두에게 점심을 샀다.

  제육볶음 정식을 맛있게 먹고 팥빙수까지 잘 먹었다.

공짜 좋아하면 안 되는데 다른 날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

 

  

  5월 11일 금요일에는 오후 수업을 마치고 광안초등학교에 갔다.

부산어린이 글잔치 심사와 부산아동문학상 심사를 했다.

 어린이 글잔치에는 수많은 작품이 몰려와서

여러 회원들이 오전부터 시작해서 오후 늦게까지 심사를 하느라 수고를 했다.

나와 김문홍 박사, 한정기씨가 산문부 결심을 맡았다.

 

 부산아동문학상은 책을 낸 회원들이 많았고 작품 수준이 비슷해서

수상자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후보자 대부분이 제자들이라 다 상을 주고 싶은데

 한 사람만 뽑으라니 참으로 난감했다.

다음에는 심사위원을 맡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 부문 심사위원 세 사람이 고심 끝에

책을 여러 권 내어 내공을 보여주었고

부산아동문학인협회 단합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한

최미혜씨를 뽑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동시, 동화 수상자가 성만 다르고 이름이 같아서

두 미혜가 상을 받게 되었다며 회원들이 웃었다.

  이번에 상을 못 받은 회원들은 실망하지 말고 더 노력하여

다음 기회에 꼭 받기 바란다.

    

 

  오늘 범초산장으로 들어오니 작약이 꽃을 피워 나를 반겼다.

철따라 여러 가지 꽃들이 피고 지니 보기에 좋다.

고광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한 그루는 먼저 꽃을 피웠고 나머지 한 그루도 뒤질세라 꽃을 가득 달았다.

    

   범초산장 하우스 안에서 보면 창밖은 초록빛으로 가득하다.

회색 도시에 있다가 여기에 오면 내 몸과 마음에도 초록물이 든다.

연두빛, 녹색, 진녹색... 초록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좋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당종려나무 꽃은 노란 좁쌀처럼 보인다.

별로 화려하지는 않아도 딱딱한 나무 줄기에서

저런 꽃대가 나오니 신기하다.

    

   양산 한수목원에서 <백두산 민들레>라고 해서 두 포기를 사왔는데

알고 보니 <홍화 민들레>였다.

식용은 아니라고 하는데 드디어 꽃을 한 송이 피웠다.

홍화꽃 비슷하다. 그래서 이름도 그런가 보다.

    

       호랑이콩을 심었는데 싹이 나왔다.

    

          요건 박쥐나무이고,

    

            들깨밭에는 들깨 싹이 커가고 있다.

    

     나도 드디어 방풍 군락지를 만들었다.

요거만 있으면 봄에 반찬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옛 선비가 나물밥 먹고 물 마시고 누워서 하늘을 보면

더 부러울 게 없다고 했는데  나도 이제 부러울 게 없다.

    

  

     백합이 꽃을 피우려고 많이 자랐다.

  천궁도 점점 더 크고 있다.

  

     밀양 자씨산에 갔다가 오면서 구해 온 애기똥풀이 살아서 꽃을 피웠다.

    이제 산장에도 애기똥풀꽃이 늘어날 것이다.

 

       

 

 

       진이와 오랜만에 약수터에 갔다.

   풀어 놓으니 좋아서 아무 데나 날뛰며 돌아다녔다.

   주인이 오면 제 세상을 만난다. 먹이도 사료 대신 밥을 해서 나누어 먹었다.

 

      구포시장에서 곤달비 모종을 몇 포기 사다 심었더니

    이제 싹이 올라온다. 언제든지 싹을 보는 일은 즐겁다.

 

 

     5월 중순이 되자 양하가 우후죽순처럼 많이 올라온다.

  기침에 좋은 약초라니 잘 키워볼 참이다.  그전에는 마른 곳에 심어 놓았더니

 번식이 잘 되지 않았다.

  모종을 더 사서 반그늘 지고 습기가 많은 곳에 심어 놓았더니 많이 올라왔다.

 올해는 양하 꽃대를 맛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아까시 꽃 효소를 담았고,

     쑥도 낫으로 베어 효소를 담았다.

     효소는 소화에도 도움이 되고 피로 해소에 좋아서 해마다 담는다.

    

   가끔 범초산장에 심어놓은 나무나 꽃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쩌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한참 생각하다가

겨우 찾아내곤 하는데

사전 순서대로 수첩에 적어놓고 가끔 외워보기로 했다.

이러면 기억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가막살나무, 까마귀쪽나무, 감나무, 개나리, 개오동나무,

고욤나무, 골담초, 구기자, 꾸지뽕, 금은화,

길마가지, 남천, 녹차나무, 느릅나무, 느티나무,

능소화, 다래나무, 때죽나무, 대추나무, 단정화,

단풍나무, 당종려나무, 동백나무, 들메나무, 로즈마리,

마가목, 마취목, 매화나무, 모란, 목련,

무궁화, 무화과, 배롱나무, 박쥐나무, 백작약,

버드나무, 벽오동, 보리수, 복분자, 뽕나무,

블랙커런트, 비파나무, 산수유, 산앵두, 살구나무,

서부해당화, 석류나무, 소나무, 수국, 아까시,

아로니아, 앵두나무, 엄나무, 예덕나무, 오가피,

오죽, 월계수나무, 은행나무, 금목서, 자귀나무,

자두나무, 작약, 좀작살나무, 참죽나무, 천리향,

철쭉, 치자나무, 초피나무, 팔꽃나무, 풍년화,

화살나무, 회화나무, 후박나무,   (73종)  

 

                          영화 <랜드 오브 마인>을 보았다.

                      덴마크 해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하는 내용인데,

                      덴마크 군인들이 독일군 어린 병사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갑질하던 독일군 대신 이번에는 덴마크 군인들이 갑질을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지뢰가 언제 터질는지 몰라서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원수를 사랑으로 갚아야 할 텐데 이에는 이로 갚으니

                      보는 동안 가슴이 아팠다. 전쟁이 얼마나 큰 후유증을 남기는지

                      이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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