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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82회) 좋은 습관 만들기

凡草 2018. 8. 6. 19:21

     

    2018, 85, 일요일, 불볕 더위는 계속 이어지고...

 

   (범초산장 이야기 882) 좋은 습관 만들기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운동을 하다가 라디오에서

<루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루틴>이란 좋은 습관을 만들어서 몸이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다.

날마다 같은 시간에 어떤 일을 규칙적으로 하면 몸이 기억을 하여

그 시간만 되면 저절로 하게 된다.

    가령 나 같으면 일어나서 입을 헹군 다음에 물을 한 잔 마시고

오일 플링을 한다. 이어서 오뚜기 운동, 금붕어 운동, 발목펌프 운동,

전신 체조, 노젓기 운동, 덤벨 운동 등을 하는데, 날마다 해왔기

때문에 눈만 뜨면 저절로 하게 된다.

   등산도 그렇다. 매주 한 번은 산에 가는 날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1년에 50번 이상은 산을 찾아간다.


   반대로 나쁜 습관을 몸에 붙여 놓으면 떼어 내기가 쉽지 않다.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술을 마실 때

꼭 담배를 찾게 된다. 밥을 먹고 나서 커피 마시는 것을 습관

들여 놓으면 식사후에는 으레 커피를 마셔야 한다.

    배변 습관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꼭 볼일을 보는 버릇을 들여

놓으면 언제나 아침에 해결을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 때나 불규칙적으로 하기 때문에 화장실 사용 문제도

곤란하고, 독소를 빨리 배출하지 못하고 몸안에 지니고 다녀서

건강에도 좋지 않다.

   나는 범초산장에서 밥을 할 때는 꼭 뽕잎을 넣어서 뽕잎밥을

해 먹는데 이것도 거의 습관이 되었다.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습관을 몸에 많이 붙여 놓았는데

내가 아직 못 붙여 놓은 것이 글 쓰는 습관이다.

   글나라 동화창작교실을 열기 전에는 나도 꾸준히 글을 썼는데

동화교실을 열어 제자들을 지도하면서부터 많은 시간을 쓰다 보니

정작 내 글을 쓸 시간이 줄어들어 습관을 만들지 못했다.

제자들은 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반드시 하루 중에 일정한 시간을

할애하여 글쓰는 시간으로 몸에 붙여 놓기 바란다.

그러면 좋은 작품을 많이 써낼 수 있을 것이다.




    불볕더위가 오래 계속되고 있어서 수시로 저수지 물을

뽑아 올려서 꽃밭과 농작물에 물을 대어주고 있다.

   범초산장 터를 잡을 때 저수지가 바로 옆에 있어서

경치가 좋은 것을 고려했는데, 농사에 이처럼 큰 도움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옆에 계곡이 있는 것도 편리하다.

  더우면 물에 들어갈 수 있고, 설거지와 허드레 물을 받아서

공짜로 쓸 수 있다.

   올해 같은 불볕더위에는 계곡과 저수지가 있으니 든든한

지원군을 곁에 둔 것 같다.


    부처꽃과 영아자가 꽃을 피웠다. 파란색 꽃이 영아자다.

 강원도에서는 영아자를 산미나리라고도 한다.

날이 가물었는데도 꽃을 피워서 참 고마웠다.

  사람도 그렇다. 내가 잘해준 사람이 나에게 잘해주면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잘해주지 않았는데 잘해주면 더 고맙다.

부처꽃과 영아자는 미처 돌보아주지 못한 터라 뒤늦게라도

물을 듬뿍 뿌려주었다.

 

    나팔꽃도 가뭄을 이기고 꽃대를 뽑아 올렸다.

, 여기 살아 있소!”

파란 나팔을 요란스럽게 불어대고 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음악 시간에 나팔꽃 동요를 불렀고,

<꽃밭에서>라는 동요에도 나팔꽃이 나온다.

살아오면서 나팔꽃을 참 많이 보았다. 그래서 범초산장에도

나팔꽃을 심었는데, 심은 것을 잊고 있다가 꽃을 보고서야 알았다.

역시 나팔꽃한테도 물을 많이 부어주었다.

    내가 나태하면 언제든지 경고하는 나팔을 불어다오!

 

     풍선덩굴은 올해도 풍년이다.

한 입 따먹을 수도 없는 풍선이지만 눈으로만 즐기는 것도

괜찮다. 꼭 먹고 배를 불려야만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인 만족도 중요하다.

 

   쌍살벌이 하우스 창문 옆에 집을 지어 놓았다. 우리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아서 그냥 놓아두기로 했다.

 

   댑싸리 두 포기가 살아남았다.

상추밭 언저리에 돋아난 것을 유여사가 뽑아버렸는데,

내가 뒤늦게 발견하여 살려 놓았다.

너도 나처럼 명이 길구나. 가을까지 쭉 같이 가자.

 

   상추밭에서 배운 교훈 하나.

상추를 100포기 심어 놓았는데 반이 죽어 버렸다.

그것도 가운데 제일 좋은 자리에 심어 놓은 것들이 전멸했다.

상추가 있던 자리에는 쇠비름이 무성하게 돋아났다.

 

왜냐고?

효소 거르고 좋은 물을 준다고 주고, 여러 가지 약초 끓이고

남은 물도 주고, 신경 쓴다고 한 것이 도리어 해가 되었나 보다.

신경을 많이 쓴 중간 부분은 다 죽어버렸는데, 별로 신경 써 주지

못한 가장자리에 있는 상추들은 살아 남았다.

   이걸 보고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제자든 자녀든 너무 신경을

많이 써 주면 도리어 약해진다는 것을.

   관심을 적당히 두고 내버려두어야 잘 클 텐데 사랑도 지나치게

많이 베풀면 독이 될 수 있다.

   그런 진리를 깨달았기에 자녀도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이미 어른이 되었으니 스스로 잘 살아갈 일이다.

 

   범초산장에 수요일부터 오늘까지 5일 동안 머물다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더운데 유여사가 밥하고 반찬 만드느라

고생 많이 했다. 오늘은 저녁을 사 먹기로 했다.



   점심은 고생한 유여사를 대신해 내가 <쇠비름 가지 라면>을 끓였다.

가지를 먼저 썰어 놓고 파를 썰어 넣은 뒤에, 쇠비름을 넣고

마지막에 라면을 넣었다. 달걀 한 개도 퐁당!

   이렇게 끓였더니 맛있는 야생초 라면이 되었다.

 

    진이가 더운데 고생하는 것 같아서 저수지 옆으로

데려다가 줄을 길게 해서 때죽나무 기둥에 묶어 놓았다.

약수터에 데리고 갈 때 풀어 놓았더니 사람을 물려고 해서

이제는 약수터도 못 데려 가게 되었다.

    그 대신 산장에 있을 때는 물가에 놓아두었더니 살판났다고

제 마음대로 뛰어다녔다. 반분은 풀렸겠지.


    날씨가 더울 때 더위를 이겨내려면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이 호박잎이다.

   호박은 한창 더울 때 잘 큰다. 호박잎에는 염증을 없애는 성분과

항산화 성분이 많다. 쉽게 말하면 더위를 이기는 식품이다.

가지와 오이, 토마토도 마찬가지. 쇠비름도 좋고.

  우리 밥상에는 뽕잎밥에 깻잎도 오르니 완전 제철 음식뿐이다.

이걸 먹으니 굳이 얼음물을 안 먹어도 견딜 만 하다.

더울 때 얼음물을 자꾸 마시면 우선은 시원하지만 배가 냉해져서

배탈이나 다른 병의 원인이 된다. 더울수록 따뜻한 차가 좋다.

 

   뽕잎차가 떨어져서 날씨가 덥지만 뽕잎차를 덖었다.

그전에는 후라이팬으로 덖었는데 어느 제자가 피자팬을 선물해서

여기에 하니 아주 편했다.


   하는 김에 배롱나무 꽃차와 개미취 꽃차도 만들어보았다.


   사과대추를 심으려고 뽕나무를 확 베어내었는데 어느새 다시

자라서 뽕잎이 무성하게 나왔다. 새로 나온 뽕잎은 뽕나무 이도

없고 아주 깨끗했다.

    자녀든 나무든 과보호하지 말고 과감하게 자를 때 자르고

야단칠 때 야단치고 강하게 키워야 한다.

   뽕나무도 죽으라고 밑동까지 베었는데 더 깨끗하고 먹기 좋게

자라났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뽕잎을 쓸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하다. 뽕나무야, 미안하다. 죽이지는 않고 적당히는

살려놓을 게.

 

         더울 때는 영화만큼 좋은 피서가 없다.

    <코끼리에게 물을>

  아주 강렬한 영화다.

  수의사가 되려고 마지막 졸업 시험을

보고 있던 주인공에게 부모가 교통사고로 죽는 시련이 닥친다.

뜻하지 않게 서커스단에 들어가 온갖 고생을 하는데,

예기치 않은 사랑을 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 자녀의 앞날을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부모가 일찍 비명횡사 했는데도 자식은 나름대로 잘 헤쳐 나간다.

부모들은 자녀를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러면 더 약해진다.

세파에 던져 놓아야 스스로 이겨내면서 강해진다.

   보기 드문 수작이다. 난 한 번 본 영화는 두 번 보지

않는데, 이 영화는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다.

   영화 평론가들이 이런 영화를 추천하지 않고 지루한 예술영화를

언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시간 끌기식 요란한 액션영화보다 열 배는 낫다.

 

                       <리멤버 타이탄>도 좋았다.

     미식축구부에서 흑백 선수들이 처음에는 싸우다가 하나로 뭉치는

과정을 그렸다. 흑인 허먼 코치와 백인 빌 코치의 갈등도 볼만

하고 인종 차별에 맞서는 선수들, 흑백 선수들이 우정을 쌓아가는

장면도 감동적이다.

    리더는 자신의 이익보다는 전체를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해야 한다.

리더쉽까지 배울 수 있는 영화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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