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908회) 중독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기

凡草 2018. 12. 4. 20:48



    2018, 124, 화요일, 비 온 뒤에 개임

 

   (범초산장 이야기 908) 중독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기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컴퓨터로 세이 고스톱을 자주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글 쓰고 나서 쉴 때 조금 하다가

차차 재미를 붙여서 글 쓰기 전에 머리도 식힐 겸 하게 되었다.

그걸 30분만 한다고 스스로 약속하고서는 막상 하게 되면

1시간 넘어 2시간까지도 하곤 했다.


 거기에 푹 빠져 있다 보면 눈이 아프고 머리에 열이 나서

글쓰기는 전혀 안 되고 공연히 시간만 까먹었다.

하고 나서 후회해놓고는 다음에 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라곤 했다.

프로그램을 몇 번이나 지우고 하다가 안 되어 또 하고...

그러다가 독한 마음을 먹고 간신히 그 게임을 끊었다.

 

그러고 나니 이번에는 인터넷 바둑이 또 문제였다.

이것도 심하게는 안 한다고 하지만 자주 하다 보면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스스로 자제한다고 애를 써도 어쩌다 승부욕이 발동하면

눈이 아프도록 하게 되니 눈 건강에 안 좋았다.


무엇이든 조금씩이라도 자주 하면 결국 중독이 된다.

공부나 글쓰기에 빠져 드는 것은 좋은 중독인데

세상에는 안 좋은 중독이 훨씬 더 많다.

, 담배, 포커, 화투, 게임, 식탐, 마약 등......

중독을 끊기 위해서는 결심이 중요하지만

늘 해오던 것을 단칼에 끊기는 어렵다.


그 대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터넷 바둑을 두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거나 밖에 나가서

산책하고 오기, 음악 틀어놓고 춤추기 등...

스스로 며칠이나 안 하고 버틸 수 있나 수첩에 적어가며

자신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 계속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를

상상해 보아야 한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도 자꾸 쌓이면 큰 화가 닥친다.

도박이라면 큰돈을 잃고 가정을 망친 사람을 생각하고

담배라면 폐암에 걸린 지인을 떠올려 본다.

 

술도 자칫하면 중독이 되기 쉽다.

술이 처음부터 안 받는 사람은 문제가 없을지라도

한 잔 두 잔 하다보면 늘기 마련이다.

나는 아버지가 술에 중독되는 과정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고

술이 사람을 어떻게 망치는지 똑똑히 보았기 때문에

그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를 항상 반면교사로 삼았다.


그래서 소주는 일체 안 마셨지만

순한 술이라고 막걸리나 맥주를 한 병씩 마셨다.


이것도 오래 마시다 보니 조금씩 늘었다.

비 오는 날이나 심심한 때는 막걸리 생각이 났다.

두 병은 절대로 안 마시겠다고 스스로 선을 그어 놓았지만

날마다 한 병씩 마신다면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적어도 3일 이상 지나야 마시기로 했다.

 

얼마 전에 동그라미 모임이 있을 때 막걸리 좋아하는 분이

자꾸 권해서 마시다 보니 대략 세 병은 마신 듯 했다.

나중에 머리가 아프고 속도 불편했다.


그 무렵 둘째 형님이 응급실로 실려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어서 반성을 했다.

아버지를 닮아 술을 날마다 마시던 큰형님은 간암으로

71세에 돌아가셨고,

역시 술을 좋아하던 둘째 형님도 나이 드니 건강이 좋지 않았다.

두 분 다 나보다는 훨씬 건강했던 분들이었는데도.


그 뒤로 2주일 이상 술을 끊고 삽주환과 양배추환을 사서 먹었다.

요즘에는 막걸리 대신 매일 저녁 식사 때

내가 담아놓은 보리수술을 한 잔씩만 마신다.

막걸리를 대신하는 나만의 중독방지 요령이다.

 

믹스커피도 자주 마시다 보니 약간 중독이 되었다.

하루에 2잔은 꼭 먹게 되었다.

이것도 중독이 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커피를 하루 한 잔으로 줄이고 대체 방법을 찾았다.

구포 시장에 가서 어성초 가루와 율무 가루를 사다가

커피 생각이 나면 두 가지를 섞어서 한 잔씩 타서 마셨다.

이러면 건강에도 좋고 커피를 줄일 수 있다.

 

우리 아파트에서 가까운 신기놀이터 근처에 순두부집이 생겼다.

순두부를 좋아하는데 부근에 잘 하는 집이 없어서 아쉬웠다.

마침 지나가다가 보고 사진을 찍어 놓았다가 아내와 같이 갔다.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 또 외식할 기회가 있으면 가볼 집으로

두 군데 식당을 점찍어 놓았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반찬이 정갈하면 내가 좋아하는 맛집이다.

 

범초산장에서 올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머위를 땄다.

초겨울인데도 먹을 만 했다.

끓는 물에 데쳐서 쌈을 싸 먹었다.

 

머위를 뜯고 나서 깻묵을 듬뿍 뿌려주었다.

내년 봄에 깻묵 거름을 먹고 머위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올라오라고.

 

추위가 몰아닥치기 전에 미리 호박구덩이를 만들었다.

호박은 거름을 대충 부어주면 열매가 잘 열리지 않았다.

아내한테 호박 농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니

내년에는 만회를 해야만 했다.

자연화장실을 퍼서 구덩이를 채웠다.




구덩이 안에 큰돌이 버티고 있길래 곡괭이를 휘둘러 파내었다.

볼일을 본 뒤에는 늘 낙엽을 채워준 탓인지

냄새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






화장실 부산물을 채우고 그 위에 다시 깻묵을 듬뿍 넣고

마지막으로 낙엽을 두텁게 덮은 뒤에 흙을 채웠다.

도시에서는 낙엽이 청소하기 번거로운 존재지만

밭에는 좋은 거름이 된다.


  

무를 늦게 심은 탓인지 제대로 여물지 않았다.

몇 개만 파내어 집으로 들고 갔다.

 

가까운 곳에 있는 <서니마트>에 갔더니

염장해둔 곤피가 눈에 띄었다.

다시마는 자주 보았어도 곤피는 못 보던 거라 얼른 집었다.

나는 곤피를 좋아해서 자주 먹으려고 4팩이나 사왔다.

한 팩에 1980원이니 값도 싸다.

물에 30분쯤 불렸다가 먹으니 완전 밥도둑이었다.

끈적끈적한 진이 많이 나와서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123일이 딸 생일이라 가족이 모여 축하를 했다.

장소는 황산공원 캠핑장.

아들의 아이디어였다.

생일 축하를 캠핑장에서 해준 것도 처음이다.

야외라 분위기가 색달랐다.





모처럼 동화 쓰는 제자와 만나서

식사를 함께 했다.

쌓인 이야기를 나누고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밥도 맛있었고 차도 구수하였다.




찻집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겠지만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산에 가는 날이다.

사상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신라대까지 올라가서 그전에 간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전에는 주례, 당감동을 거쳐 어린이 대공원까지 갔지만

이번에는 운수사 구포를 거쳐서 어린이 대공원까지 가기로 했다.

 

고샅길을 지나다가 텃밭 가꾸는 분을 보았다.

텃밭을 아주 깔끔하게 가꾸고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말을 걸었다.

, 텃밭 좀 구경할 수 있을까요? 밭을 아주 잘 가꾸시네요.”

그 분은 선선히 들어오라고 했다.

초겨울인데도 상추가 푸릇푸릇하였다.

얼마 전에 싹을 틔운 상추도 있었다.

그 분도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커피 찌꺼기와 한약찌꺼기,

깻묵 등을 거름으로 쓴다고 했다.

텃밭 농사에 대한 방법을 몇 가지 배웠다.

 

그 분과 헤어져 산길로 올라갔다.

길은 구부러졌다가 펴지고 펴졌다가 다시 휘어지고

호젓한 산속을 기분 좋게 걸었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시를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비에 대한 시였다.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나 읊조리고 사진으로 찍어왔다.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 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르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 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