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92편 == 시골 선배의 조언

凡草 2005. 7. 16. 22:59

    시골 선배의 조언
  ( 2005년 7월 16일 토요일 구름 많음 )
  구서동에서 초등학교 글쓰기 학원인 <민들레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내 친구 
백영현 원장이 오늘 나와 함께 밀양 운정리에 같이 갔다. 
 원래는 배익천 선생님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바빠서 다음으로 미루고 백원장과 나, 아내 
이렇게 세 사람만 갔다.


 백원장은 나처럼 해운대 신도시에 살다가 벌써 7-8년 전에 웅촌 반계마을에 들어가서 살고
있다. 나에겐 시골 선배인 셈이다.
 백원장은 이런 말을 했다.
 "시골에 들어가서 살려면 몇 가지 불편한 것을 참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다 좋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런 불편을 이겨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겁니다. 나는 시골에 들어가서
 사는 것이 참 좋습니다.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나는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면서 백원장에게 산마루 판 뒷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3월 말에 팔려고 내어놓았는데 6월 중순에 살 사람이 나타나 갑자기 팔렸다는 이야기며
산마루를 산 최여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산마루를 산 최여사는 우리와 달리 산마루를 본격적으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
사자마자 금방 잔금을 치르겠다고 했다.
 잔금을 받는 날 아내와 내가 같이 나갔는데 최여사는 한 마디로 여걸이었다. 
 땅값을 치르고 등기 문제가 정리되자 점심을 같이 먹게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나는 집이나 땅을 팔고 나서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는데, 따라갔더니 잉어찜을 시켜서
양껏 먹게 해주었다.
 물론 우리가 산마루를 다른 곳보다 싸게 내 놓아서 사는 사람도 기분이 좋았겠지만 
싸게 산다고 해서 아무나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는 말을 들어보아도 여태까지 얼마나
큰일을 많이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산마루를 팔더라도 그런 통이 큰 사람에게 판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일 년 뒤에나 산마루를 찾아가보고 싶다. 과연 어떻게 개발했으며
얼마나 달려져 있을는지...
 이렇게 산마루를 급히 넘겨주다 보니 나도 마음이 바빠져서 새로 살 땅을 구하러 다녔는데
드디어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게 되어서 나 역시 잔금을 빨리 치르기로 했다. 그대신 집값을
조금 깎는 조건으로.
 그 바람에 전 주인이 이삿짐을 가져 가기도 전에 등기 이전을 해 버려서 오늘은 백원장과
한 번 둘러보고 일찍 돌아오기로 했다.
 밀양에는 아직 정식으로 이사갈 계획은 없고 당분간 주말에 오고가다가 1-2년 뒤에 해운대 
학원이 정리가 되면 그때 이사를 고려해볼 작정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밀양 운정리 마을이 눈앞에 들어왔다.
 밀양 시청 앞에서 땀흘리는 무안 사명대사 비석까지는 10킬로미터 정도가 되는데 우리 집은
그 중간인 5킬로미터 지점에 있다. 밀양 시청 앞에서 운정리까지 가는 도로는 1080번 
지방도로이다.
 운정리 표지석을 지나 폐교가 된 운정초등학교가 보이자 백원장은 지금은 무엇에 쓰이고 
있느냐며 관심을 보였다.
 나도 정확히 몰라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니 <유기농법 자연학교>라는 간판이 보였다.
 이어서 조금 올라가면 운정 저수지가 보인다. 물옥잠이 빽빽하게 떠 있는 큰 저수지를 
지나서 <석불암> 간판이 있는 곳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범초 산장>이 나온다.
 범초 산장 마당에서 바라보면 작은 저수지가 보이고 10가구 정도되는 마을도 내려다 보인다.


범초 산장 뒷뜰에는 대나무 밭이 우거져 있다. 대나무가 울창하게 잘 자라서 하늘을 가릴 정도인데 내가 저런 나무를 심어서 저만큼 키우려면 도대체 몇년이나 걸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대나무 숲만 해도 내가 지불한 집값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집 뒤와 옆에 있는 감나무도 아주 큰나무라서 마음에 든다.

백원장은 꼼꼼하게 둘러보더니 아주 잘 샀다고 칭찬을 많이 했다. 이런 집을 지으려면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고 고생은 고생대로 한다고 했다. 백원장은 집옆의 작은 계곡도 자연스럽고 좋다며 어떻게 이런 집을 구했느냐고 물었다. 아내와 내가 발품을 많이 판 덕분이겠지만, 나는 산마루의 보이지 않는 산신령이 나를 도와주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를 성원해준 많은 제자들의 힘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내는 밭에 내려가서 고추를 따고 깻잎도 땄다. 밭도 우리가 지어 먹기에는 충분한 넓이다. 대지가 모두 350평이니까 원래 내가 희망하던 대로 거의 다 이루어졌다.

백원장은 집과 마을 주변을 다 둘러보고 나서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하였다. 첫째; 집 앞에는 나무를 심지 말아라. 집은 양기가 넘쳐야 하는데 나무는 음기를 품고 있다. 심을 땐 모르지만 나무는 점점 자라서 집을 가리게 된다. 나무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게 심고 전망을 가리지 않게 해라. 둘째; 연못을 파려고 하지 말고 계곡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이용해라.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면 부작용이 따르고 관리에 애를 먹게 된다.


 

 

 

 

 

 

 

 

 

 

 

 

셋째; 계곡 옆에 정자를 하나 지어라. 시골에서는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보다 바깥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정자나 원두막이 필수적이다. 단, 정자를 짓되 집을 가리게 짓지 말고

계곡을 가로질러 걸쳐 놓는 방식으로 지어라. 난 백원장의 미적 감각과 아이디어에 감탄하였다.

정말 그렇게 하면집도 안 가리고 대숲에 멋진 정자를 운치있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차고나 창고는 집 앞에 짓지 말고 불 때는 황토방 하나 정도를 지으려거든

집 뒤의 대밭에 지어라. 이건 우리와 생각이 일치했다.

집이 기름보일러라서 차를 마시거나 겨울에 이용하기 위해 불 때는 황토방 정도는 차차

지어볼 요량이다.



다섯째; 대나무는 너무 우거져 있으니 많이 쳐서 산뜻하게 다듬어라.

 

여섯째; 계곡은 포크레인을 하루 불러서 아담하게 손질하면 아주 멋진 공간이 되겠다.

이 문제는 아내와 더 연구해서 앞으로 들어가 살 때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 외에도 백원장은 많은 조언을 해주었는데 바쁜 시간에 따라와준 것도 고마운데

좋은의견을 들려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 것도 손댈 것 없는 아파트에 살다가 내가 내 나름대로 살기 좋고 편하게 꾸며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참 기쁘다.

 

밀양 시청 앞에서 차로 15분 거리라 아내도 장차 이사를 오면 수영장이나 사회체육센터를

이용하기 쉽겠다며 좋아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가 개통될 남밀양 나들목까지 시간을 재어보니 천천히 달려도

20분이면 충분하였다. 앞으로 글쓰기 학원을 화명동으로 옮기면 여유있게 출퇴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시골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93편 *** 첫날 밤  (0) 2005.07.29
위대한 돌!  (0) 2005.07.22
길은 겸손한 자취  (0) 2005.07.15
91 *** <범초 산장> 탄생!!!  (0) 2005.07.13
책은 나를 변화시킨다!  (0) 200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