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2월 19일 월요일 > 올해는 봄이 빨리 다가온다. 다른 해 같으면 2월에도 아주 추운데 올해는 이상난동인지 벌써 겨울이 끝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해운대에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봄이 오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계절이 자꾸 앞당겨지다 보면 우리나라도 여름만 있는 나라가 될까 봐 겁이 난다. 기온이 자꾸 높아지면 지금 심어져 있는 감나무나 매실은 열매를 열지 않게 될 지도 모른단다. 그러면 미리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나무를 심어야 할까?
작년에는 노루실의 매실나무가 4월 중순에 꽃이 피던데 올해는 언제 필지 궁금하다. 이번 주말에 가보면 꽃망울이 어느 정도 부풀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열매가 다닥다닥 열렸던 앵두 나무는 올해도 제법 열릴는지 기대가 된다.
나무는 뿌리야 깊어야 줄기가 무성할 수 있다. 등산을 하다가 땅 위로 툭툭 불거진 나무의 뿌리를 보았다. 흙속에 감추어져 있어야 할 뿌리가 땅 위로 드러난 걸 보니까 사람 핏줄이 불거진 것처럼 보기에 안쓰러웠다. 저 뿌리는 아마 나무가 가진 뿌리의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나무는 저렇게 뿌리를 사방으로 뻗어서 물을 빨아들이며 살아간다. 사람도 성공하기까지에는 얼마나 숨은 노력이 있어야 할까? 남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 참 쉬워 보이지만 그 사람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남 모르게 애를 쓰고 온갖 고생을 참아내야만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겨우내 얼어죽지 않고 추위를 참아내었던 나무는 곧 봄이 오면 화려한 부활을 하게 될 것이다. 죽은 듯 메말랐던 가지에 축제와 같은 꽃잔치를 벌이겠지. 죽은 듯 잠자고 있는 사람들도 나무와 꽃을 보며 새로운 결심을 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나도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은 글을 쓰도록 노력할 것이다. 요즘 김용택님이 쓴 '섬진강 아이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오래 바라보고, 바라본 것들을 가슴에 담아 그려내는 일을 잃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 '바라보는 일'이 없는 사람은 삭막하다. 산을 바라보고, 강을 바라보고, 나무와 달을 바라보고, 노을을 바라보는 일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삶은 삭막하고 광폭하고 거칠고 충동적이며 무섭다. 생각을 이을 줄 모르기 때문에 찰나적 이고, 세상에 무관심하다....> 나는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도시 사람들은 살기에 바빠서 무엇을 넋을 잃고 바라볼 일이 없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그러나 김용택님의 글을 읽어보면 무엇을 유심히 바라보아야 생각이 깊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생각이 깊어져야 비로소 좋은 글이 우러나온다고 했다. 노루실에 가면 여러가지를 오래 바라보고 싶다. 노루실 저수지와 대숲, 매실나무, 밭, 산길, 들판, 동네, 새, 소와 염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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